사회 사회일반

챗GPT로 꼬시고 머스크로 낚았다…캄보디아 ‘하이브리드’ 사기단 적발

로맨스 스캠과 투자 사기 결합

캄보디아 범죄 조직들의 '태자단지'가 철조망과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캄보디아 범죄 조직들의 '태자단지'가 철조망과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로맨스 스캠과 투자 사기를 결합시킨 범죄 행각을 벌인 보이스피싱 조직이 정부 합동수사단에 적발됐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올해 4월부터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직원 13명 차례로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가운데 11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조직은 캄보디아 포이펫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피해자들로부터 약 19억 3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재력을 갖춘 젊은 여성으로 행세하며 피해자들을 속이는 방식을 주로 활용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투자로 큰 수익을 냈다는 대본을 준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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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을 가로챌 창구 삼아 가짜 스페이스X 애플리케이션까지 마련해 피해자들이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받은 투자금이 확인되면 현지 범죄 단체로부터 달러나 가상화폐로 지급받은 뒤 원화로 환전해 범죄수익을 챙겼다.

피해자들을 속일 때는 챗GPT 등 인공지능(AI)이 효과적이라며 범죄 수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수사에 대비해서는 ‘취업 사기에 속아 캄보디아로 끌려온 뒤 감금·협박 탓에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거짓 해명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합수단은 휴대전화 포렌식과 IP 역추적 등을 통해 이들이 범행에 자발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내에서는 조직원을 공급하는 모집책, 현지 조직원 관리책, 통역 담당, 피해자를 직접 속이는 상담원 등 각자 역할을 분담해 범행에 가담했다. 온라인 메신저로 소통하는 ‘채터’와 피해자들이 전화 상담을 원할 때 통화에 나선 ‘텔레마케터’로 나눠 상담팀을 운영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조직했다.

합수단은 지난 4월 국가정보원이 확보한 국제범죄 정보를 토대로 수사를 시작해 7∼9월 상담원 3명과 관리책 1명을 먼저 구속기소 했다. 이후 모집책과 통역 담당 인력 등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조직원 20명 가운데 아직 잡히지 않은 7명을 추적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합수단 측은 “가담 기간과 상관없이 단 1명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철저한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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