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달 도둑





가진 것 없어도 불안하고



가진 것 많아도 불안한 겨울밤

별안간 개 짖는 소리

누구인가

환한 달전등 비추며

외로움을 훔치러 오시는 이

지아비 첫제사 앞둔

영수네 굴뚝에선



밤 깊도록 연기 피어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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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아래 눈발 몰아치듯

외로움이라면 나도 줄 게 있어

개가 다시 짖기를 은근히 기다리네

-조동례

도둑이라도 여간 오래된 도둑이 아니거늘, 아직도 제 버릇 못 고치고 밤을 틈타 오시네. 종일 부릅떠 만물 지키던 태양이 노을 눈꺼풀 내리자 검푸른 밤하늘 번철에 미끄러지는 노른자처럼 오시네. 한때 강물 속으로 일렁일렁 잠영해 오다가 이태백에게 잡힐 뻔한 저 달이 홍길동처럼 가로등 데리고 오시네. 훔쳐도 아무도 기억 못 할 것만 훔치고 새벽녘에 유유히 사라지더니 오늘은 시작도 전에 들켰네. 훔쳐도 외로움을 훔친다니 주안상 차려놓고 기다리겠네.<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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