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서울 전월세 시장 전망과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의 85.3%가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30%에 육박하는 등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건설주택포럼·건설주택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부동산·건설 개발 전문가 129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1%는 ‘1~3%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3~5%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5.6%나 됐다. 서울 주택 전월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전체의 6.2%에 불과했다. 보합으로 응답한 응답자는 8.5%로 나타났다.
서울 전월세 가격 상승의 이유로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따라 매매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2.3%로 가장 많았다. 주택가액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가 차등 적용되면서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해 주택을 매수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전월세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도 전월세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전문가의 18.1%는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매매가 상승에 따른 연쇄 작용’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올 들어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급등했고 유동성 증가에 따라 전월세 가격이 따라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주택 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광의통화(M2·평잔)가 올해 10월 기준 4466조 원으로 지난해 4045조 원보다 400조 원 넘게 늘었다. 주산연 관계자는 “M2 증가율이 장기 평균을 상회해 유동성 증가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침에 따른 세 부담 전이’ 때문에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도 16.4%에 달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0월 부동산 정책 방향과 관련해 “보유세가 낮은 것은 사실이며 세제 전반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는 과세 원칙, 국민 수용성 등을 고려해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및 규제 지역 확대에 따른 풍선 효과(15.8%)’ 영향도 시장에 작용할 것으로 답변했다. 서울 아파트는 예외 없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 상황이다. 이에 세입자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막히면서 전월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만 2000가구 대단지에 전월세 물량이 전체의 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힐스테이트 역시 1081가구 가운데 현재 거래 가능한 전월세 물량은 1가구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시장 안정화 위해 필요한 정책 묻자 26.9% “정비사업 활성화”
전문가들이 내년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부동산 정책으로 정비사업 활성화를 꼽았다. 또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으로 확대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 지역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경제신문이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9%는 정비사업 활성화로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로 쏠리는 주택 수요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판단해 나온 답변으로 풀이된다. 또 15.8%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투기과열지구 등 부동산 규제가 시행되는 지역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 가액에 따른 차등 대출 한도 적용 등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23.0%에 달했다.
내년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내놓을 부동산 공약 가운데 시장에 가장 파급력이 클 정책으로 ‘보유세 인상 및 공시 가격 현실화’가 꼽혔다. 전문가의 32.6%는 세제 개편이 시장을 좌우할 가장 큰 요인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 10월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보유세 인상에 공감한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내년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부동산 취득세 등 거래세 인하(20.2%),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규제 지역 확대(14.7%)를 지방선거 관련 시장을 좌우할 정책 변수로 꼽았다.
응답자들은 올해 시행한 부동산 정책 중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방안으로 ‘10·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을 꼽았다. 정부는 10·15 대책에서 서울 25개 구와 경기 12곳을 ‘3중 규제’로 묶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