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가 교수들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에서 활용하는 ‘멤버십 포인트 제도’를 차용한 새 평가 방식을 시행한다.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함으로써 교수들의 연구 동력을 끌어올리고 우수 교원을 유치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만큼 새로운 제도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각 대학의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서강대에 따르면 학교는 올해 3월부터 교수 평가에 ‘Saint ONE 포인트 시스템’을 도입한다. 연구·교육·서비스 등 3개의 평가 항목에 따라 교수별로 포인트를 부여하고, 일정 포인트 이상을 달성하면 인센티브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연구 항목 평가는 해외 학술지 논문 게재 실적과 논문 피인용지수 등을 토대로 진행한다. 학술지 영향력에 따라 포인트를 차등 지급하는데,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최상위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면 최대 1억 원에 상응하는 포인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교육 항목에는 강의 평가 결과 등을 반영한다. 서비스 항목의 경우 학교 발전에 기여한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인센티브는 금전적·비금전적 혜택으로 나뉜다. 비금전적 인센티브에는 의무 수업 시수 감면 등이 포함된다. 교수들은 자신의 포인트를 확인한 뒤 매달 인센티브를 신청할 수 있다. 누적 포인트를 기준으로 교수를 등급화해 최상위 그룹에는 추가 혜택도 제공된다. 이를 위해 서강대는 연구 성과와 포인트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시스템과 온라인 대시보드를 구축했다. 교수들은 서강대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항목별 포인트 지급 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도 서강대에는 연구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교수 사회에서는 ‘인센티브 기준이 모호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제공하는 혜택이 연구 동기를 자극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이번 개편을 통해 투명성 및 보상 체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게 대학 측의 생각이다.
해당 제도는 기업에서 활용돼 온 멤버십 포인트를 교수 평가에 적용한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하게 CJ그룹은 2010년부터 각 계열사의 포인트를 통합한 ‘CJ ONE’을 운영하고 있다. CJ그룹 계열사의 주요 매장인 CGV나 올리브영, 빕스 등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사용 금액에 따라 포인트를 받고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서강대가 새 평가 제도를 마련한 데에는 위기감 확산과도 무관치 않다. 서강대는 영국의 고등교육 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매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정년 보장 정교수 비율이 지난해 기준 57%에 달하면서 연구 동력이 크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강대 관계자는 “포인트 제도와 더불어 기존 교수들의 승진·재임용 기준을 강화하고, 해외 우수 연구자를 유치하기 위한 강력한 연봉 체계를 별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숭실대도 2008년 ‘연구 마일리지제’를 도입하며 교수들의 연구를 독려하고 있다. 교수가 외부 연구과제를 수주하면 연구비 총액 100만 원당 20점, 지식재산권을 출원하면 1건당 500점의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이후 보상으로 교환해주는 식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들의 노력은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신년사에서 “교육·연구·행정 전 분야에서 국제화를 강화하겠다”며 “외국인 지원센터를 신설해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세대도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해 해외 이공계 교수들을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대학 교수는 “대학의 위상은 결국 연구진에서 나오는 만큼 인재 관리 과정에서도 성과 중심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