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이응노미술관은 2026년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이종수–Clay, Play, Stay’를 오는 16일부터 3월 22일까지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 도예의 형성과 전개를 현장에서 견인해 온 도예가 이종수(1935~2008)의 작업 세계를 흙과 불, 시간과 기다림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조망하는 회고전이다.
이종수는 평생 흙과 불이라는 근원적 재료에 천착하며 지역의 토양과 기후, 그리고 반복되는 제작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그의 도예는 완결된 형태를 향한 기술적 성취라기보다 재료와 과정이 함께 만들어내는 상태와 변화를 끝까지 지켜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유약의 흐름, 소성 중의 변화, 표면의 균열과 번짐은 통제되지 않은 우연이 아니라 작품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전시는 총 3개 전시실로 구성된다. 2전시장에서는 오름새가마와 장작 소성을 고집해 온 이종수의 작업 태도를 통해 ‘불의 작용과 비의도성의 미학’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가마 속에서 매번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발생하는 소성의 결과는 그의 도자가 과정의 기억을 품은 시간의 기록임을 드러낸다.
3전시장에서는 해학과 변주의 미학을 조명한다. 완벽한 대칭이나 규범적 비례를 벗어난 미묘한 일탈, 반복 속에서 발생하는 차이는 그의 도예가 지닌 유연함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보여준다. 이는 엄숙한 조형 언어를 넘어 삶의 불완전함을 긍정하는 예술적 태도로 확장된다.
마지막 전시실은 이응노와 이종수, 두 작가의 예술 세계가 매체를 넘어 공명하는 지점을 다룬다. 먹과 종이, 흙과 불이라는 서로 다른 재료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는 자연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기운과 리듬이 흐르는 장으로 인식했다. 형태는 계획의 결과가 아니라, 재료와 행위가 시간 속에서 축적된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작업은 깊은 유사성을 지닌다.
전시명 ‘Clay, Play, Stay’는 이종수의 작업 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Clay는 그의 예술의 근원인 흙을, Play는 손과 시간, 불의 리듬 속에서 이루어진 지속적인 탐구의 과정을, Stay는 그렇게 축적된 시간이 표면과 형태에 머물러 남긴 감각의 층위를 의미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올해 대전에 ‘이종수 도예관’이 착공되는 시점을 앞두고 지역의 토양과 기후 속에서 형성된 그의 조형 언어를 다시 바라보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응노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종수 도예가 지닌 물질적 깊이와 축적의 미학을 재조명하고, 한국 현대 도예의 또 다른 계보를 동시대적 시각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흙과 불, 시간과 기다림 속에서 형성된 이종수의 조형 세계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시간이 어떻게 하나의 형상으로 축적되는지를 사유하는 자리”라며 “이응노미술관을 통해 지역에 뿌리내린 예술가의 작업이 지닌 깊이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