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나이롱환자 방지” vs “치료권 침해”…자보 '8주 제한' 추진에 한의사사회 발칵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 철회 촉구

대한한방병원협회와 한방의료기관들이 2025년 9월 서울 강남역 인근 삼성화재 사옥 앞에서 무차별 소송 진행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방병원들의 치료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에 부합한 데도 ‘과잉진료’라며 근거 없는 소송을 남발해 환자 진료권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대한한방병원협회대한한방병원협회와 한방의료기관들이 2025년 9월 서울 강남역 인근 삼성화재 사옥 앞에서 무차별 소송 진행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방병원들의 치료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에 부합한 데도 ‘과잉진료’라며 근거 없는 소송을 남발해 환자 진료권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대한한방병원협회




금융당국이 자동차사고 경상 환자의 장기 치료에 이른바 '8주 룰' 도입을 추진하면서 한의사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경미한 부상에도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오랜 기간 치료를 받는 '나이롱 환자'를 걸러내 보험금 누수를 막고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 선택권과 의료 전문성을 침해한다는 반론도 거세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6일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 사전 예고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교통사고 피해 국민의 정당한 치료받을 권리를 보험사의 이익과 맞바꾼 처사이자 초법적 행위”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상해등급 12~14급 환자의 8주 경과 후 보상 기준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에 따른 심의 결과에 따르도록 명시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부정 수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경상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손해배상의료심사위원회의 검토·심의를 거쳐야 하고, 심의에서 정한 기간을 초과한 치료비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사가 피해자와 조기 합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지급해 온 '향후 치료비'에 대해서도 1~11급 중상 환자에 한해 지급하도록 제한했다. 금감원은 다음 달 8일까지 40여 일간 의견 수렴 등 예고 기간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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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은 그간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세종시 국토부 청사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수 차례 궐기대회를 열어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관련 입법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해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환자 진료권 제한 등 지적사항이 나오자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시행세칙 개정의 근거가 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이 개정되기도 전에 금감원이 시행세칙 개정을 강행하자 한의사사회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의협은 "교통사고 상해등급 12~14급 환자의 8주 치료제한은 2025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를 인정하고 ‘원점 재검토’를 약속한 사안"이라며 "금융감독원이 이를 무시한 채 시행세칙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정부 부처 간의 정책 조율을 무력화하는 월권행위로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치료비 및 치료 관련 보상체계를 소비자 권리 보장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통사고 환자의 회복은 개인별 상해 정도와 의학적 판단에 따라야 함에도,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손해율 감소만을 목적으로 ‘8주’라는 임의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치료를 중단시키려는 것은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이윤이 아닌 교통사고 환자의 건강회복과 치료받을 권리 보장이 자동차보험 제도의 정확한 취지임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손해보험업계는 아우성이다. 업계는 2024년 9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국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가 작년 기준 6000억 원대로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비교적 경미한 상처를 입은 환자의 과잉 진료나 장기 치료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극소수의 잘못으로 모든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며 "교통사고 환자 부정수급(보험사기) 문제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아닌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체계에서 개별적으로 다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이번 시행세칙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의료인의 전문적 진단을 무시하고 경제적 논리에 따라 교통사고 환자의 건강권이 종속되고 환자가 완치될 때까지 진료받을 권리를 박탈해 치료 포기를 유도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장관이 약속한 원점재검토를 통해 실질적인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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