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 K철도 발목 잡는 최저입찰제

심기문 산업부


“한국은 전 세계로 기차를 수출하는 철도 강국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는 중국산 부품이 섞인 저가 철도차량이 운행되고 있어요.”

철도 업계의 한 관계자가 국내 철도 시장에 대해 이같이 일침을 날렸다. 해외에서는 ‘K철도’가 납기와 기술력을 토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국민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저가 철도차량이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모순의 출발점은 철도차량 발주에 적용되는 최저가 입찰제다. 철도 당국은 일정 수준의 기술 점수를 넘긴 업체면 기술 점수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최저가를 써 낸 기업에 일감을 맡기고 있다. 기술과 납기 능력은 뒷전으로 밀린 채 사실상 가격이 유일한 평가 기준으로 철도 제작 업체를 선정하는 셈이다.

관련기사



현행 최저가 입찰제에서는 결국 기술력과 납기 능력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저격한 다원시스는 국내에서 현대로템·우진산전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주요 기업이지만 철도 미납률이 61%에 달한다. 2018년 수주한 ITX-마음은 납기인 2023년을 지나 지금까지도 제작되지 못했다. ‘일단 뽑히고 문제는 나중에 처리하자’는 식의 수주 관행이 곪아 터지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당혹스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개통을 앞둔 위례트램 역시 최저가 입찰제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초 계획과 달리 중국산 부품 비중은 40~50%대로 크게 늘었다. 사업 수주를 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값은 싸지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계속 증가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철도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국가 기간 시설이다. 중국·프랑스·일본은 철도 시장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철도 산업의 리딩 국가로 거듭났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열차를 생산한 한국은 이미 기술력을 입증했고 관련 산업 생태계도 조성됐다.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려면 최저입찰제라는 족쇄를 벗고 철도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져야 한다.






심기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