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상품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약관)대출 잔액이 올 들어 2200억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보험계약대출로 수요가 몰렸지만 금융 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보험사들도 일제히 대출 한도와 관련 상품을 축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로 서민들의 마지막 대출 창구로 여겨지던 보험계약대출마저 쪼그라들면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교보·한화·신한·NH농협 등 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현대·DB·KB·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10대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55조 1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55조 2394억 원과 비교 시 9일 새 2210억 원 줄어든 수치다. 보험계약대출 잔액 규모가 56조 원을 넘겼던 2024년 말(56조 989억 원)에 비하면 1조 원 이상 급감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을 해지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해약환급금의 최대 95%를 빌릴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담보(해약환급금)가 있기 때문에 신용 상태 등에 관계없이 별다른 심사를 받지 않고 돈을 빌릴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찾는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심사 과정에서 각종 증빙서류를 까다롭게 요구하는 은행권에 비해 신속한 대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의 집중 관리를 받는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보험계약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 최근 2~3년간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당국의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2022년 말 53조 4740억 원이었던 10대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2023년 말 55조 7090억 원에 이어 2024년 말에는 56조 원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27 대책’을 시작으로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이 당국의 대출 관리 사정권에 들어오면서 보험계약대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당국이 은행 대출 규제 강화가 보험계약대출로 전이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보험사들에 대해서도 고삐를 바짝 조였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삼성화재(000810)는 지난해 6월부터 일부 보험계약대출의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50%에서 30%로 축소하고 약관대출이 적용되는 일부 상품군을 없애기도 했다. 현대해상(001450)과 NH농협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도 일부 상품의 대출 한도를 조였다. 보험사들은 대출 신청 절차를 복잡하게 바꾸거나 외부 대출모집인을 줄이는 방식 등으로 자체 관리에 나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금리 산출방법까지 지적하는 것을 시작으로 간섭이 심해지다 보니 보험사들도 약관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은 급전이 필요한데 대출이 어려운 차주들이 마지막으로 꺼내는 최후의 보루”라며 “제도권 내 대출을 너무 조이면 고금리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