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동훈 제명, 尹엔 침묵…‘보수 재건’ 기회 걷어찬 국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의원들과 회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의원들과 회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당원 제명’ 사태로 내분 상황에 빠지면서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공교롭게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날 밤 국민의힘은 탄핵에 찬성했던 한 전 대표에게 ‘정치적 사형’ 선고를 내렸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14일 새벽 1시 15분 한 전 대표의 가족들이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조직적으로 당원 게시판에 올렸다는 이유로 ‘제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게시물들이 통상적인 비판의 수준을 넘어 당의 명예와 이익에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는 “장동혁 대표가 나를 찍어내기 위해 벌인 또 다른 계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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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당의 익명 게시판을 조직적으로 이용해 논란을 일으킨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의혹을 빌미 삼아 당 대표까지 지낸 인물을 한밤에 기습 제명 처리한 것은 정당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정치적 일탈 행위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지 불과 3시간여 만에 당적 박탈 결정이 내려진 것을 두고 당내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희생양 찾기’라는 뒷말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초·재선 의원들까지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이 살 길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당내 연대를 강화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정반대 선택으로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문제의 본질은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선을 긋지 못하는 데 있다. 윤 전 대통령은 90분에 걸친 최후진술에서 “이리떼들의 내란 몰이 먹이가 됐다”고 비난하며 한마디 반성도 없었다.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사형 구형’에 입을 다물고 한 전 대표만 배신자로 낙인 찍은 꼴이 됐다. 국민의힘이 보수의 공멸을 막으려면 보복 정치를 멈추고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통합 대신 분열을, 정치적 해결 대신 숙청을 택하는 것은 자멸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만간 열릴 최고위원회의 징계 확정 과정에서라도 한 전 대표에 대한 냉정한 재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제1야당이 보수를 재건해 독주하는 여당을 견제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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