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15일 "정부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미래 의사 부족 추계를 근거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결정하면 물리적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추계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의료계가 제안했던 추계위가 오히려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그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추계위원장이 위원들의 동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반박자료를 발표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추계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한 행위로, 위원회 운영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13일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에서 2040년 미래 의사 수가 최대 1만8000명가량 과잉 공급될 것이라는 자체 추계 결과를 내놓자, 추계위가 즉시 설명자료를 내 반박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추계위는 의협이 자체 조사해 분석에 활용한 의사 노동량 환산에 대해 "일관된 기준으로 산출할 수 있는 공식 통계나 행정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현재로선 '2040년 최대 1만1천여명 부족'이라는 결론이 관측 가능한 자료와 합의 가능한 가정을 토대로 수행된 최선의 결과"라고 맞받았다.
의협은 지난 정권 때 추진됐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따른 교육현장의 혼란이 여전히 진행형이라 증원 여부를 논의하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의대의 교육 환경은 24·25학번 더블링, 추가 학기제 등으로 인해 혼란이 현재 진행형이며 교수들의 어려움도 증폭되고 있다"며 "의사 양성 과정에서 가장 핵심 고려 사항은 의대 교육 여건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 정상화 과정이 선행된 다음, 정원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의협은 오는 31일 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업 등 물리적 실력행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의사와 연구자들이 자기 자리에서 원래 하던 일을 해야 하지만 그 일을 접고 어딘가에 모이거나 길거리로 나서게 되면 그 자체로도 큰 실력 행사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파업인데 거기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지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불합리한 결정 과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그런 과정으로 몰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정부·의료 공급자 및 수요자 단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보정심을 통해 2027학년도 이후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논의 중이다. 2035년과 2040년 각각 최대 4923명, 1만 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추계 결과를 토대로 매주 회의를 열어 설 연휴 이전에 2027학년도 의대정원을 결정할 방침이다. 14일에 열린 3차 회의에선 앞으로 의대 정원을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할 기준들을 정했다.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필수·공공 의료’ 분야 인력 확보를 목표로 삼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2027학년도 입시에서 늘어난 의대 모집인원은 모두 ‘지역의사제’ 전형에 할당하기로 했다. 지역의사제 전형은 지방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에 남아 최소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한다는 조건으로 입학생을 뽑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 반발은 여전하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추계위가 장기 추계에 적합하지 않아 선진국들조차 의사인력 수급 추계에 사용하지 않는 아리마(ARIMA) 모형을 주 모형으로 사용했다"며 "추계위 결과는 미래 인구 감소를 무시하고 의료 이용이 무한대로 폭증할 것이라는 비과학적 전제를 깔고 있는 등 '의사 부족' 결론을 정해놓고 짜 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추계위가 이용한 데이터에 대해서도 "명백한 통계 왜곡"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는 추계위가 다양한 시뮬레이션 적용과 결과를 논의할 수 있도록 임상 현장 전문가를 확대하고 수급추계센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국책 의료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민간 기구에 위탁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