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당연히 사랑하는 남녀인 ‘보리’와 ‘복주’가 주인공이었는데 나중에 시나리오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감시자인 ‘명준’이 주인공처럼 됐어요. 명준이 느끼는 외로움은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외로움은 자유와 같은 데 북한에는 그런 게 없잖아요.”
15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광장’의 김보솔 감독은 14일 서울 마포 메가박스 홍대점에서 열린 특별상영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품은 현대 북한을 무대로 자유와 외로움, 사랑 등의 감정이 잘 표현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감독은 “평소에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생각했는데 타국에서 이방인이 느끼는 외로움이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김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이자 장편 데뷔작이다. ‘애니메이션계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콩트르샹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영화는 북한을 배경으로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1등 서기관 보리와 북한의 교통보안원 복주, 그리고 두 사람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통역관이자 보리의 감시인인 보위부 요원 명준의 이야기를 그린다. 금발의 외국인 보리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고립돼 있고 복주는 그런 보리에게 유일한 친구가 된다. 보리는 스웨덴인이지만 할머니가 한국인으로 설정돼 한국어를 잘하고 외모도 비슷하다.
보리와 복주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보리의 귀국으로 파국으로 다가간다. 헤어져야 하는 날이 오자 복주가 말없이 사라지고 보리는 명준에게 도움을 청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명준은 갈등한다.
김 감독에 따르면 소재는 2016년 실제 북한에서 3년간 근무하고 귀국한 스웨덴 외교관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떠올렸다고 한다. ‘북한에서의 생활이 어땠냐’는 질문에 외교관은 “너무 외로웠다”고 답했다. 당시 대사관에는 대사와 그 2명만 스웨덴 사람이고 나머지는 북한 직원이었는데 감시와 통제로 인해 이들과는 맥주 한 잔도 나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 거주 탈북자와 인터뷰에서는 실제 보위부 출신을 만났다고 한다. 그에게 평양에 있을 때 외로운 적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외로운 적은 없었어요. 늘 불안했기 때문에”라는 대답을 들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세 인물의 외로움 또는 불안이 짙게 깔려 있다. 똑같이 생긴 회색 건물들, 흩날리는 눈발, 텅 빈 거리의 풍경은 이들이 느낄 막막함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거대한 건물 속에서 작은 점처럼 개인을 묘사하는 장면들도 긴 여운을 남긴다.
제작 기간은 5년 11개월에 달한다. 제목이 같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0)’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김 감독은 소설 ‘광장’의 밀실과 광장이라는 은유를 상당히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명준의 이름도 소설 ‘광장’의 주인공에서 따왔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5만 명으로 알려졌다.
이날 특별상영회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영화를 관람하고 한국 영화에 대한 적극 지원을 다짐했다. 최 장관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귀멸의 칼날’ 같은 작품처럼 우리도 애니메이션을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며 “이 작품이 우리 영화를 살리고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또 다른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