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은 문경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 사과 산지로 꼽힌다. 주력 품종은 부사(후지)다. 부사는 원래 일본에서 육종됐다. 달고 아삭한 데다 장기 저장에 적합한 상품성을 갖춰 우리 농가에도 널리 보급됐다. 특히 안동 농민들은 비슷한 기후 여건을 가진 일본 사가에시로부터 사과 농법을 배웠다. 현지로 건너가 부사 등의 재배법을 전수받은 안동 출신 배응삼 씨가 사가에시와 결연을 맺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두 도시는 1974년 자매도시 협약을 체결했다. 안동농협도 사가에시로부터 부사 등의 생육 방법을 배웠다. 이 같은 협업은 2011년 후지 사과 종주국 일본에 대한 안동 사과의 첫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안동은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에 맞서 싸운 의병 운동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사가에시와 함께 양국 선린우호 증진에 나서는 중이다. 2011년 안동의 구제역 사태와 사가에시의 동일본대지진 피해 당시 두 도시는 성금을 모아 서로를 위로했다. 지난해 경북 산불로 안동 농가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몇몇 사가에시 시민들이 소중한 성금으로 마음을 전해왔다. 자매도시 교류의 일환으로 2년 전 안동을 방문한 사가에시의 오타 요코 시의원은 “역사적으로 일본은 한반도로부터 많은 문화적 영향을 받아 왔다는 점을 다시 실감했다”며 “젊은 세대 간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다”고 사후 보고서를 썼다. 과수 농업으로 시작된 민간 교류 확대가 한일 간 과거사를 딛고 미래를 향한 발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일 일정 마지막 날이었던 14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친교 활동을 하면서 다음 정상회담 장소로 경북 안동을 제안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그러면 안동에서”라며 초청에 화답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NHK 인터뷰 도중 한일 과거사에 대해 “나쁜 추억들은 잘 관리해 가면서, 좋고 희망적인 측면은 최대한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우호의 추억이 담긴 안동 사과를 다음 한일 정상회담 만찬에 올리면 어떨까. 한일 농업이 처한 기후위기, 지방 소멸, 중국산 공세에 대한 공동 대응의 뜻도 담아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