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이 D램 공급난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글로벌 D램 부족으로 물량이 달리는 상황에서 중국으로 수출할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 정부가 H200의 통관을 금지하고 나선 가운데 D램 공급난까지 겹치며 H200의 중국 수출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존 몰러나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H200을 판매하기 위한 미국의 수출허가 건수가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각한 공급 제약 속에서 중국으로 ‘HBM3E’가 탑재된 칩을 보내는 것은 미국 고객들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공급난이 H200의 중국 수출허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달 25일까지 미중전략경쟁특별위에 브리핑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미 상무부가 13일 발표한 새로운 반도체 수출 규정에 대한 의회 측의 의견 제시로 읽힌다. 미국은 중국으로 향하는 AI 칩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던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심사해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 해당 반도체를 상업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하고, 수출 업자는 미국 내에 해당 반도체의 공급량이 충분하며 중국 수출용 제품을 만드느라 미국 소비자를 위한 다른 제품 생산이 방해받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몰러나 의원은 이러한 단서 조항을 거론하며 H200의 중국 수출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새로운 규칙을 충실하게 집행한다면 엔비디아의 H200 중국 수출 요청은 한 건도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 측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다른 제품이나 고객에 영향을 주지 않고 중국에 H200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D램을 쌓아올려 만든 제품이다. AI 산업의 급성장으로 HBM에 D램이 대거 투입되면서 글로벌 D램 품귀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지난해 4분기 대비 최대 60%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D램 3강이 올해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관측되지만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H200은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영상 생성 AI 등의 개발·운영에 폭넓게 쓰이며 대중국 수출이 금지됐다가 지난해 12월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면서 수출이 허용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에서 생산된 칩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 H200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수출 재개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중국 기술기업들이 H200 칩 200만 개 이상을 주문했고 이를 위해 엔비디아가 추가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