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 사태를 둘러싼 미국의 군사 개입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군사 작전을 단행하더라도 정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참모진의 판단과 함께 역내 긴장 고조를 경계하는 이스라엘 등 동맹국들의 만류가 잇따르면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대(對)이란 압박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1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을 타격할 경우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에 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군사 작전을 감행할 것처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 결정도 이 같은 요청 속에 미뤄지는 양상이다.
아랍 동맹국들도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 설득에 나서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등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공격하면 중동 내 심각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진 사이에서도 군사 개입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로부터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를 받았다. 대규모 폭격이 이뤄지더라도 정권의 통치 기반을 흔들기보다는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이란 당국이 시위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본 뒤 군사 대응 범위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의사 결정은 정부 소수 인사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여러 카드를 검토하며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향한 경고 수위는 낮추지 않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서) 어제 예정됐던 800건의 처형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선택지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고 강조해 무력 사용 가능성이 완전히 해제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물리적 충돌을 대비한 군사적 움직임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군사 행동을 보류하는 동시에 군 당국은 중동 지역에 무기와 방어 장비를 증강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란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이 공개적으로 맞섰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두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골람호세인 다르지 주유엔 이란대표부 차석대사는 “어떤 침략 행위도 단호한 대응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