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여야 정당 지도부와 오찬을 갖고 “국민 통합을 위해 도와달라”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특히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경제 형벌 문제를 조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면서 경제 형벌 제도 개선에 협조해달라는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초청을 거부하고 국정 기조 전환을 논의할 ‘영수회담’을 이 대통령에게 역으로 제안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 투쟁 중인 가운데 해외 출장 중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국민의힘과 통일교 및 공천 뇌물 의혹을 수사하는 이른바 ‘쌍특검’ 공조를 위해 조기 귀국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해 방중·방일 성과를 공유하고 민생·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오찬에는 더불어민주당 및 비교섭단체 5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표였기도 하지만 이제는 한 정당에만 대표를 해도 안 되고 전 국민을 대표해야 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한쪽 색깔만 비쳐서는 안 된다”며 “여야 대표 여러분께서도 많이 배려해주고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형벌 합리화’ 방안을 거론하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규연 홍보수석은 “우리나라 경제 형벌이 선진국의 3~4배 된다”며 “이 대통령은 정당 지도자들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해나가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은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배임죄 폐지 등 기업 형벌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은 오찬에 불참하고 국회에서 ‘2차 종합특검법’의 철회와 ‘쌍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이틀째 단식을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초청 행사를 “한가한 오찬 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특검 폭주’ 속 청와대 오찬이 이재명식 협치냐”며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입법 독주’를 합리화하려는 정치적 무대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전날 본회의에 상정된 2차 종합특검법에 대한 야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예고된 상황에서 오찬 행사를 진행한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했다. 장 대표는 “결국 모두 다 대통령께서 보고받았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특검 법안 상정하고 오늘 각 당 대표들 모아서 오찬하자는 건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통령의 오찬 초청에 응하는 대신 영수회담을 포함한 8가지 야당 제안을 발표하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쌍특검 전면 수용 △2차 종합특검 재의요구권 행사 △민주당 인사들의 범죄·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 지시 △환율·물가 폭등 해소를 위한 여야정 민생연석회의 개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즉각 중단 등의 내용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안과 함께 “민주당이 당초 약속했던 대로 통일교 특검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공세에 힘을 보태면서 야권의 ‘쌍특검’ 연대가 더욱 강력해지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해외 일정 중 조기 귀국까지 검토하며 장 대표와 공동 단식에 나서는 방안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특검은 여당의 무기가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 행정안전부 장관 산하의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열심히 수사하라’고 하면 국가수사본부장이 눈에 불을 켜고 2차 종합특검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통일교 특검이나 ‘돈 공천’ 관련 특검 등 대통령과 가까운 분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특검이 ‘내가 쓰는 칼일 뿐만 아니라 공정한 수단’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 큰 성취와 진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2차 종합특검에 대한 철회를 요청하는 것과 동시에 통일교 및 공천 헌금 의혹의 중심에 선 여당 인사들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천 원내대표는 2차 종합특검법과 관련한 필리버스터의 첫 주자로 나서 이날 오전까지 19시간가량 토론을 진행하고 대통령 초청 오찬에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