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하청 노동자 직고용하라”…노봉법 리스크 현실로

김영훈(왼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영훈(왼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저가 중국산에 밀려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현대제철에 협력 업체 노동자 1213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를 내렸다. 불이행 땐 1인당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이 조치는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원청 기업의 하청 업체에 대한 ‘사용자성’을 확대 적용한 것으로 철강·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시정 지시가 현대제철이 하청 노동자들의 불법 파견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내려졌다는 데 있다. 이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협력 업체 노동자 923명 모두 사실상 정규직 신분으로 인정했지만 지난해 11월 항소심은 당시 소송 대상 노동자 890명 가운데 324명에 대해서는 불법 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불법 파견의 내용과 범위가 상당 부분 달라질 수도 있었던 상황임에도 정부가 1000명이 넘는 하청 노동자를 직고용하도록 강제한 것은 상식 밖의 섣부른 조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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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주4.5일제와 일률적 정년 연장을 쟁취하기 위해 공동 투쟁에 나설 태세다. 노동부는 20일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의 교섭단위 분리·통합 기준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원칙’과 원·하청 관계에 적용되는 ‘예외’ 규정으로 이원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21일부터 재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노조 입장에서는 교섭단위 분리가 더 쉬워져 노란봉투법이 노동계에 더 치우친 방향으로 수정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때마침 정부가 21일 주요 경제 단체와 대기업 임원을 만나 비공개로 노란봉투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듣는 척’만 하지 말고 제도 개선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절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처한 혹독한 현실과 우리 경제 여건을 망각한 ‘과속 입법’은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기업 경쟁력만 떨어뜨릴 뿐이다. 노동자 권리는 당연히 보호돼야 하지만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달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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