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싱가폴 AI 교육 이끈 벤 렁 교수…"교육 기술이 수단 넘어 목적 되면 안돼"

■ 벤 렁 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교육 정책은 장기적·점진적 진행해야…

AI 분야는 선례 없어 더욱 신중할 필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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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초중고교에서의 AI 교육 강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에듀테크 선진국인 싱가포르의 교육 전문가로부터 “교육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속도나 기술이 아닌, 인내심과 교사”라는 조언이 나왔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은 교육 분야에서의 AI 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벤 렁 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겸 AI교육기술센터 소장을 만나 미래 교육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싱가포르는 1997년부터 2020년까지 23년간 ‘ICT교육사업 마스터플랜'을 실행한 데 이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디지털 문해력·AI 역량 강화 등을 위한 ‘에듀테크 마스터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벤 렁 교수 제공//벤 렁 교수 제공


벤 교수는 이 과정에 참여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싱가포르 교육부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학생 학습 공간(SLS)’의 설계·운영을 총괄한 인물이다. 그는 싱가포르가 디지털 교육 전환에 성공한 비결에 대해 역설적으로도 ‘사람’과 ‘인내심’을 꼽았다.



벤 교수는 “싱가포르 정부는 에듀테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술 자체가 교육의 질을 높인다고 보지 않는다”며 “기술의 핵심은 교사를 돕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SLS 구축 후 가장 중점을 둔 과제 역시 교사들이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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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벤 교수는 “SLS 도입과 동시에 교사 커뮤니티 구축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탄생한 것이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인 ‘SgLDC(싱가포르 러닝 디자이너서클)’이다. 현재 2만 2000명이 넘는 싱가포르 교사들은 해당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비대면 수업 설계안을 공유하거나 오류 관련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다.

SLS를 설계하는 초기 단계부터 교사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으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충분한 적응기를 가진 점 역시 연착륙의 비결로 꼽혔다.

벤 교수는 “SLS의 모든 기능은 기술자가 아닌 교육자의 시선에서 설계됐고, 조금 덜 편리하더라도 교육학적으로 타당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하고 “2017년 SLS가 공식 출시된 이후 5년 후에야 AI 기능을 추가했다. 빠른 성과를 내기보다 충분히 안정화되기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도 정부 주도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교사들을 설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또한 단기 성과를 내기보다 장기 프로젝트로 보고 인내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벤 교수는 AI 시대를 맞아 교육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결국 ‘인간적 역량’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앞으로 대부분의 단순 직무는 AI에 대체될 것이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소통·갈등 관리 등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싱가포르는 학생들에게 사회성을 길러주는 데 집중하고, 이를 위해 어떤 교육 기술을 개발·투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결국 근본적으로 교육은 사람의 문제”라며 “교육이 근본적으로 사람의 문제인 만큼, 교사를 존중하지 않고 기술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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