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생 현장실습 10명 중 4명 무급

대학-기업-학생 고충 조율 안된 채

제도 취지 어긋나게 현장에서 운영

열정페이에 기업섭외까지 학생 피해만




#서울의 4년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모씨는 지난해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이씨는 무급으로 일하지만 취업 전 직무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막상 출근하니 이씨는 배송·청소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이씨는 “실습 나간 회사에서 직무 교육을 해주지도 않았다”며 “재무 관련 업무보다 잡무를 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실습이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가운데 참여 대학생 10명 중 4명은 실습비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실습을 둘러싸고 기업과 대학, 학생 간 고충이 조율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적절한 직무 체험은커녕 열정페이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에서 현장실습을 이수한 학생 7만1,364명 중 2만6,417명(37%)이 무급으로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30만원 미만의 저비용 실습지원비를 받은 학생의 비율을 합하면 48%, 60만원 미만까지 포함하면 68.3%에 이른다. 전문대학의 경우 60만원 미만을 받는 비중이 68.5%다.


현장실습은 학생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데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을 습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학교와 실습업체 간 협의를 통해 주당 40시간 이하로 근무하고 실습지원비가 지급된다. 그러나 현행법상 실습지원비의 구체적 산정 기준이 없고 대학과 업체 간 협의 사항으로 규정돼 사실상 대부분 기업에서 무급에 현장실습생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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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은 최근 경기가 나빠진데다가 현장실습생을 교육하고 일 시키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워 현장실습을 피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근무 중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하는 등 사고 위험성도 부담이다.

업체를 발굴하고 섭외해야 할 대학 역시 산학협력을 담당하는 직원이 고작 1~3명에 그친다. 국내 한 사립대 산학협력팀 관계자는 “지방으로 갈수록 현장실습할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대학들이 실적을 위해 기업에 부탁해 현장실습이 이뤄지는 식이라 무급 및 저임금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학이 섭외한 기업에 학생이 현장실습 나가면 다행이다. 대학이 현장실습 나갈 기업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탓에 학생이 직접 기업을 섭외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졸업 전 현장실습을 필수 과목으로 운영하는 전문대학의 경우 현장실습할 기업을 찾느라 학생들이 비상이다. 전문대 학생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장실습 나갈 기업을 찾기 위해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인맥이 없으면 어디서 구해야 하는 거냐’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가족·친인척이 운영하는 기업에 이름만 올리고 실제로 일은 안 했다고 털어놓은 졸업생도 있다. 졸업 전 직무를 체험해 취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제도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운영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부적합한 사항들이 정보공시 실적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현장실습에 대한 표준적인 운영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고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수 학생 수 등 실적만 관리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현장실습제도를 개선하기 어렵다. 주무부처인 교육부 측은 “학생이 직접 기업을 섭외하거나 무급으로 실습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 전 잘못된 직업관을 심어줄 수 있어 제도의 본래 목적에 어긋난다”며 “인력을 교육하고 현장을 체험하게 하는 데 기업과 대학이 적극 투자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 이런 인식이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김지영·박진용기자 jikim@sedaily.com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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