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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전 인류를 감염시킬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을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좀비라는 개념은 원래 서아프리카와 아이티에서 믿는 부두교에서 유래된 것으로 영혼이 없는 인간을 의미한다. 강력한 마법사(주술사)들에 의해 육체가 조종받는 인형이라 보면 된다.

1968에 제작된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는 방사능에 의해 되살아난 머리 나쁜 좀비 집단이 펜실베이니아주의 시민들을 공격해 잡아먹는다. 이외에도 많은 영화에서 화학실험,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의해 탄생한 좀비가 등장한다. 즉 할리우드 좀비와 아이티 부두교 좀비 사이의 접점은 인간이라는 숙주를 감염시켜 빈사 상태로 만드는 전염성 감염원이다.


하버드대학 신경정신학자이자 '좀비 부검'의 저자 스티븐 슐로즈먼은 효율적 감염원의 경우 인간 뇌의 특정 부분만을 공격,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파퓰러사이언스에 밝힌 바에 의하면 과학적 관점에서 좀비는 걷거나 인간의 육체를 뜯어먹는 등의 운동기능이 일반 사람들처럼 멀쩡하다.

다만 도덕성, 계획성이 없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마비돼 있을 뿐이다. 또한 몸의 운동기능과 평형감각을 관장하는 소뇌가 여전히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완벽한 기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영화 속 좀비들이 빠르게 달린다거나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행동은 일정부분 타당한 설정이다.


이렇듯 뇌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슐로즈먼은 단백질, 구체적으로 프리온(prion)을 꼽는다. 프리온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을 가진 단백질 입자다. 바이러스도 아니고 생명체라고도 보기 힘들어 파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광우병 및 인간광우병 등 여려 질병의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치료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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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알려진 최초의 프리온 전염은 1950년대 초 파푸아뉴기니의 포레족에게서 발견됐다. 이들 부족민들은 정체모를 몸 떨림에 시달렸으며 어떤 부족민은 종종 주체할 수 없이 마구 웃어대기도 했다. 포레족은 이를 쿠루병이라 불렀는데 1960년대 초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진 병의 진원지는 이 부족만의 유별난 식인 장례 풍습이었다.

부족민이 죽으면 그 두뇌를 포함한 모든 시신을 나머지 부족민이 먹어치웠던 것이다. 이런 프리온은 1990년대 들어 광우병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전염물질로서 본격적인 악명을 얻었다. 특히 기형 프리온이 인체에 침입하면 마치 스펀지처럼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인간 광우병을 유발한다.

이점에서 세계멸망을 꿈꾸는 악의적 과학자가 프리온과 바이러스를 결합, 좀비 바이러스를 개발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프리온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염성이 강해 이를 인간의 소뇌에 전달해주는 바이러스와 합쳐지면 인류종말은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전염병전문의 제이 피쉬먼 박사는 뇌염, 헤르페스 바이러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들 바이러스에 프리온을 탑재하는 시나리오는 실현 확률이 지극히 적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이 바이러스는 좀비를 만들 개연성이 낮다. 소뇌를 완전히 망가뜨리기 전에 적정선에서 프리온 감염이 멈추지 않으면 감염자는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는 탓이다.

이에 슐로즈먼은 중탄산나트륨을 첨가, 대사성 알칼리 혈증을 유발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때는 체내 pH 농도가 상승, 프리온 같은 단백질의 증식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특히 슐로즈먼에 따르면 알칼리 혈증만으로도 사람은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며 얼굴도 좀비처럼 무섭게 변하게 된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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