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전기 요금 걱정 뚝, 똑똑한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

세계 전력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으로 주목받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현재의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 가정과 전력회사 간 실시간 정보 송수신을 구현해주는 지능형 전력망을 말한다.

이를 활용하면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소비 절감은 물론 알뜰한 가계 살림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 정체가 더욱 궁금해진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작년 11월 9일 국내 최초로 제주도 에 스마트 그리드 시범단지가 문을 열었다. 현재 600여 가구가 일상 속에 서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이 곳 시범단지에는 현재 사용하는 제품 의 소비 전력과 사용 금액을 측정하는 스마트 소켓, 태양광 발전시설 등이 설 치·운영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작년 8월 제주 구좌 읍 일대 6,000세대를 대상으로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 구축에 착공, 오는 2013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단위의 제주 실증단지는 냉장고·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이 전 력 제어기능을 갖춘 스마트 그린홈을 비롯해 스마트 빌딩,전기자동차 충전 소 등 스마트 그리드가 주는 핵심적 이 점을 모두 포괄하는 세계 첫 '올인원' 단지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가 전력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미국에 는 이미 콜로라도주 볼더에 1만5,000 가구 규모의 '스마트 시티'가 조성됐고 일본은 에너지 기술혁신 프로젝트인 '쿨어스(Cool Earth)'를 통해 스마트 그리드와 친환경에너지가 융합한 시범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예외가 아니다. '온 실가스 저감,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스 마트 그리드 비전을 세우고 관련사업 을 적극 추진 중이다. 중국 역시 1조 위 안 이상의 스마트 그리드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체 스마트 그리드가 무엇이 기에 이렇듯 세계가 주목하는 것일까.

가정과 전력회사 간 정보 고속도로

스마트 그리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 면 똑똑한(지능형) 전력망이다. 현 전 력망에 IT기술을 접목, 각 가정의 소비 자와 전력회사 간에 '정보 고속도로'를 뚫어줌으로써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를 이용해 소비자는 전기료 추이 를 파악, 하루 중 요금이 가장 저렴할 때 전력을 쓸 수 있고 전자제품 또한 스스로 전기료가 싼 시간대에 작동하 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력회 사들은 대개 전력소비가 많은 시간대 의 전기료를 높이고 그 반대의 경우 요 금을 낮게 책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보자. 제주 서귀포시에 사는 주부 김알뜰 씨는 오후 2시경 세 탁기를 돌리기 위해 집에 설치된 '지능 형 전력 미터기(스마트 미터)'를 확인한 다. 미터기에는 'kWh 당 전기요금 320 원'이라고 표시돼 있다.

스마트 미터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하는 이 지역의 전기료 추이를 알려주는 일종의 전자 식 단말기다. 해당시간에 사람들이 전 기를 많이 쓸수록 전기료도 비싸게 표 시된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대 라 그런지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한 김 알뜰 씨는 세탁을 다른 시간대로 미룬다.

오후 10시경 미터기를 다시 확인하 자 요금이 200원대로 떨어졌다. 그때 서야 주부는 세탁기 전원을 켠다. 시간 대별 전기료를 꼼꼼히 따져 알뜰한 살 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국가적 차원에서 도 에너지 절약에 일조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 체계 하에서는 전력소비가 많은 여름철에 발전단가가 비싼 화력 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하고 전력소비가 많지 않을 때는 저렴한 발전단가의 원 자력발전소만 가동하는 방법이 적용 된다. 사람들이 전력을 많이 쓸 때 전 기료를 비싸게 매겨 심적·경제적 부담 을 갖게 해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 그리드 시 스템에서는 가전제품들도 똑똑해진 다. 가전제품이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연결돼 전 기료가 일정 수준 이 상 떨어지면 자동 으로 작동되도록 할 수 있다.

특히 그 조작버튼을 전력 회사가 통제할 수도 있다. 여름철 한낮에 전기 료를 비싸게 매겨도 사용량 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전력회사 가 강제로 에어컨 온도를 높이는 등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얘 기다. 물론 이 같은 조치는 사전에 가전제품 사용자의 동의를 받았을 때에 한한다.






지역 중심의 국지적 전력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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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스마트 그리드는 일반 가정에 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공 장의 산업용 장비들까지 전기를 쓰는 모든 기기를 묶어 효율적으로 관리한 다. 따라서 집, 사무실, 공장 등 어느 곳에서나 사용한 전기요금을 실시간 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수시로 전기료가 변하는 시 스템이야말로 스마트 그리드가 주목받 는 가장 큰 이유며 소비자의 절전 욕구 를 극대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시시각 각 변하는 전기료를 보면서 요금이 비 쌀 때 전원버튼을 누를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테니 말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또 하부에 마이크 로 그리드(Micro grid) 시스템을 둬 학 교, 산업단지 등 국지적 장소에서 자체 적으로 전력을 생산·사용·저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운영하기도 한다. 스마트 그리드가 국가 차원의 중앙 집중형 사업이라면 마이크로 그리드 는 독립된 분산 전원형 전력 공급시스 템인 셈이다.

일례로 아파트의 경우 단지별로, 마을은 마을별로 각 지역의 환경에 맞춰 태양광·풍력·조력·지열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가지고 전력을 직접 생산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사용 후 남은 전력은 기존 전력망을 통해 전력회사 로 판매, 부가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현재의 전력망은 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송전, 변전, 배전 과정을 거쳐 가 정에 공급하는 일방통행식이지만 스마 트 그리드는 상호 전력 송전이 가능한 쌍방향 방식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생산한 전력이 부 족할 때는 한국전력 등을 통해 부족분 을 추가 공급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국가적으로 전력 의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 도록 해줘 대형 발전소를 추가 건설해 야 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물론 집집마 다 생산하고 사용한 전기를 일일이 계 측하고 제어해야 하는 만큼 스마트 그 리드 시스템의 실질적인 구축은 굉장 히 어려운 기술이다. 하지만 그 기술은 이미 실용화돼 있다. 각 가정이 전력의 생산자이자 소비자, 공급자의 역할을 수행할 날이 그리 머지 않은 셈이다.

사실 스마트 그리드의 가장 중요한 등장 배경은 온실가스 저감에 있다. 고 속전철이 달리기 위해 고속철도가 필 요하듯 녹색성장을 위해 스마트 그리 드가 필요하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 니스 2.0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 변과 환경오염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영웅 중 하나로 스마트 그리드를 소개 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 이 배출하고 있는 산업이 전력발전이 고 그 다음은 교통이다.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도입되면 전력 사용량이 감소 하고 교통 부문이 전력화 돼 이산화탄 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이것은 기후변 화라는 지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큰 기회다.

산업계 지형도 바꿔

특히 스마트 그리드 효과가 본격적으 로 나타나게 될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2015년 59만7,000톤, 2030년에는 무려 1,596 만1,000톤의 감축 효과가 발현될 것으 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 4억8,870만 톤의 3.3%에 이르는 양이다. 또 스마트 그리드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자연 환경 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해 지금의 전력망으로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없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에 맞게 전력을 적절히 공급하는 스마트 그리드가 안 성맞춤이다. 전기자동차 충전설비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도 제공하게 돼 온 실가스 배출 억제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밑바탕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스마트 그리드는 우리나 라와 같은 좁은 국토에서 광범위한 인 터넷망을 통해 단일한 송배전이라는 조건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삼조 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제주 구좌읍 의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는 그 첫걸 음인 셈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산업계의 지형도 도 바꿀 전망이다.

전기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고 통신, 가전, 건설 등 다른 분야까지 파급 효과가 전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스마트 그리드 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2030년까지 에너지 수입이 47조원 줄어들고 74조원 의 내수시장이 신규 창출되며 수출도 49조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에는 2013년 11월까지 2,39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2억 달 러의 자금투자는 전 세계 최대 규모다. 정부는 또 2011년 스마트 그리드 시범 도시를 선정한 후 7대 광역시를 비롯 해 시군 단위로 이를 확장하고 2012년 부터 2030년까지 설비투자에 20조원 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스마트 그리드는 더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생명선이 될 것이다. 우 리의 일상을 크게 바꿔 놓을 스마트 그 리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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