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몰 자이언츠 글로벌 챔피언을 꿈꾸다

MB도 감동시킨 국내 유망 중소기업 4곳의 성공스토리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건 대기업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에도 최근 매출액 1조 원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등장하는 등 작은 거인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화된 원천기술에 상상력과 창의성을 더해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 고 있다. 정부 또한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월 말 청와대 영빈관에서 중소기업 대표자 112명을 만나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독일 히든챔피언과 일본 장수기업의 장점을 접목한 글로벌 중소기업인 '스몰 자이언츠' 가 대거 나타날 것" 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중소기업에 달려 있다" 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선 대표적인 스몰 자이언츠 기업 4곳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원천기술을 갖고 국내외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강소기업들이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의 성공 비결은? 포춘코리아가 이 대통령을 감동시킨 4개 기업 대표이사로부터 그 노하우를 들어봤다.

중소기업 성공스토리 : 슈프리마
70억 세계인의 지문을 접수한다

해외 판로개척을 고민하던 슈프리마 이재원 사장은 '세계 지문인식 경연대회' 에서 진검승부를 펼쳐 2회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슈프리마는 박사급 전문 인력 80여 명으로 구성된 회사입니다. 공학 박사 출신이 생산기술에서 품질관리, 영업, 해외마케팅까지 책임지고 있습니다. 질 좋은 인력에서 높은 경쟁력이 나오는 거죠." 지문인식솔루션 개발업체인 슈프리마 이재원(43) 사장(대표이사)의 말이다. 슈프리마는 세계 최고 지문인식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이다. 지문인식 모듈과 솔루션을 비롯해 전자여권 판독기를 기반으로 하는 출입국관리시스템, 보안관리 시스템, 근태관리 시스템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 디지털 도어 록, 금고, 출입통제기 등의 핵심부품으로 쓰이는 지문인식솔루션 'SFM 시리즈'는 연간 15만 대가 팔리며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사장이 슈프리마를 창업한 건 지난 2000년.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middot;박사를 받은 이 사장은 1997년부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모바일시스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 사장이 담당 한 연구는 지능형 차량인식시스템.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삼성자동차가 르노에 넘어가자 이 사장은 독립을 결심하고 2000년 박사 출신 대학 후배 4명과 함께 슈프리마를 창업했다.

당시 지문인식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었다. 2001년 미국 9middot;11테러 이후 미국은 모든 외국인 입국자의 지문정보를 채취하고 전자여권을 확대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벤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지문인식 시장이 급격히 찌그러졌다. 이 사장은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문제는 아시아의 이름없는 신생회사를 세계시장에서 알아 줄 리 만무하다는 데 있었다. 제품 품질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문인식을 비롯한 바이오인식 시장이 가진 특성이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 다 해도 제품이 어떻게 좋은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판로 개척을 고민하던 이 사장은 '세계 지문인식 경연대회' 을 활용하자는 생각을 해냈다. 제품의 지문 인식률을 놓고 승부를 벌이는 진검승부였다. 2년 주기로 열리는 이 대회에서 이 사장은 2002년 아시아 업체 중 1위를 차지했고, 2004년과 2006년 대회에선 2회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또 미국 연방수사국 FBI의 인증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초기부터 실험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업 초기 마케팅 노하우가 많지 않았지만 세계 시장을 직접 경험하며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고 추진했다. 당시로선 생 소했던 인터넷 검색광고도 시도했다. 구글과 같은 해외 검색사이트에 영문으로 지문 Fingerprint을 입력하면 슈프리마가 가장 먼저 배치되게 했다. 100만 달러 매출을 낼 때 구글에 3만 달러의 온라인 마케팅 비용을 지불했다. 슈프리마는 결과를 계량화하긴 힘들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자평했다. 또 5대양 6대주에서 벌어지는 각종 전시회에도 적극 참여해 소규모 해외 바이어라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인력이 직접 고객을 만나 기술영업에 나선 점이 주효했다. 지문인식 시장에선 바이어 역시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고객은 기술적인 의문점 역시 속시원히 긁어주는 슈프리마에게 더욱 신뢰를 갖게 됐다.

2004년 첫 해외 수주에 성공한 슈프리마는 현재 120개국에 920개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40억 원 중 70%를 수출에서 거둘 정도로 해외비중이 높다. 수출 국가 역시 전 세계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지구촌 곳곳으로 뻗어 나갔다. 슈프리 마 최대 고객의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수출선이 분산되어 있다. 한두 곳 영업망에 문제가 생겨도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덕분에 지난 금융위기 역시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브라질, 인도, 중동,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슈프리마가 가진 또 다른 성공비결 중 하나는 원가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다. 고급 기술인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선진국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어 원가 비중을 낮출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통계청 인구조사 사업에 지문인식 프로그램을 납품했고, 전자정부 관련 국책사업을 벌이는 인도, 불가리아에도 시스템을 공급했다. 일본 경찰청과 브라질 금융권 등으로도 활로를 넓혔다.

이 사장은 최근 더 큰 목표를 세웠다. 지문인식 전 분야의 글로벌 톱을 넘어 바이오 인식 전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주로 범죄수사와 출입통제에 사용되는 바이오인식 기술은 응용 분야가 매우 넓다. 그 첫 단계로 이 사장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얼굴인식 시장에 진출했고, 이를 발판 삼아 바이오 인식 1등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 사장의 도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중소기업 성공스토리 : 엠씨넥스
휴대폰middot;자동차 장착 카메라 모듈의 지존
엠씨넥스 직원의 25%는 R&D 기술인력이다. 매출액 중 10%을 R&D에 투자하는 등 기술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엠씨넥스는 카메라 모듈 분야의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연평균 65% 이상 성장하며 창업 6년 만에 매출 1,370억 원을 달성했다. 동국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민동욱(41) 엠씨넥스 사장(대표이사)은 1997년 현 대전자 휴대폰 개발연구원으로 일하며 휴대폰과 첫 인연을 맺었다. 2001 년 팬택앤큐리텔 선임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민 사장은 이때부터 휴대폰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시 카메라 모듈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고,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는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카메라폰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민 사장은 사업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다. 한 발 앞서 있던 일본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는 대학 친구, 회사 후배 등 6 명과 함께 2004년 12월 엠씨넥스를 설립했다.

휴대폰 카메라 시장은 치열했다. 국내에선 삼성과 LG 협력사, 일본에 선 도시바와 샤프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민 사장은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읽어냈다. 가장 작은 모듈을 가장 빨리 론칭해 성공적인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창업 1년 만인 2005년 말에 개발된 세계 최초 제품 두 가지는 바로 민 사장의 혜안과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 탄생했다. 500만 화소 오토포커스 카메라와 3㎜ 미만 초소형카메라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국내 휴대폰 시장 업황이 나빠지면서 엠씨넥스는 위기에 봉착했다. 민 사장은 돌파구를 모색했다. 판매선을 다각화하고 사업을 확장했다. 먼저 카메라 사업은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았다. 내 부에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기업 계열 카메라 모듈 회사도 해외 진출에 실패했는데, 엠씨넥스 같은 중소기업이 어떻게 성공하겠느냐는 우려였다. 민 사장은 해외진출이 유일한 살 길이라며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했다. 해외시장 공략은 만만치 않았다. 2005년 일본에 설립한 현지법인은 자본 잠식으로 청산했다. 2006년엔 중국에 공장을 지었지만 설상가상으로 VK, 벨웨이브 등 주요 거래처가 부도나면서 곤혹을 치렀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직원 월급을 줘야 했다. 민 사장은 9개월 동안 한 푼도 집에 돈을 갖다 줄 수 없었다.

민 사장은 말한다. "공대 출신이다 보니 연구개발만 할 줄 알았지 경영난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너무 몰라습니다. 투자자와 주주들이 저를 믿고 도닥여 주지 않았다면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 민 사장은 그러나 중국에서 결국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OPPE, ZTE, 지오니 등 중국 대 형 휴대폰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2007년 19억 원이던 중국 매출은 2010년 600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이들 주요 고객사와의 거래량을 두 배가량 높여 8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민 사장은 정밀 전자 제품과 카메라의 본가라 할 수 있는 일본에도 제품을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 산요, 교세라, 카시오, 히타치, NEC 등 내로라하는 일본 기업이 엠씨넥스의 거래선이다.

민 사장은 해외공략과 함께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썼다. 자동차용 카메라 시장을 비롯해 노트북 및 현금자동인출기ATM 카메라 모듈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중 자동차용 카메라 시장은 국내 대기업보다 먼저 뛰어들었다. 2005년부터 개발에 주력해 2007년 양산체제를 갖췄다. 현재 엠씨넥스는 현대차, 기아차에 차량룡 전후방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모닝부터 에쿠스까지 20개 차종에 26개 모델을 공급한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다.

임 사장은 휴대폰에 이어 자동차 카메라 모듈을 회사 주력 사업으로 키운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차량 카메라 탑재 법제화 움직임이 일면서 향후 대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민 사장은 또 왜곡보정 카메라, 180도 광각 카메라, 360도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카메라 시스템 등을 개발 중이다. 산업용 보안 카메라 제품군도 강화하고 있다.

민 사장이 가장 중시하는 건 기술력 확보다. 엠씨넥스 직원의 25%가 연구기술 인력이고, 매출액의 10%을 R&D에 투자하는 등 기술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민 사장은 말한다. "카메라 사업은 성장가능성이 무한합니다. 휴대폰, 자동차는 물론이고 이제 냉장고, 에어컨에도 카메라가 탑재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휴대폰과 자동차 카메라를 중심으로 신규 컨버전스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갈 것입니다."

중소기업 성공스토리 : 한국OSG
품질 제일주의로 절삭공구 국산화 성공

한국OSG는 수입에만 의존해 오던 절삭공구 분야를 개척해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그 바탕에는 '고용 복지' 와 '품질 제일주의'가 깔려 있다.


창사 이후 35 년간 해고와 구조조정이 없었다. 만 58 세 정년 보장도 철저하다. 직원들에게는 해외 어학 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직원 가족 의료비도 지원한다. 고용 안정을 위해 아파트 28채를 사원주택으로 구입해 직원들이 집을 구할 때까지 5년 동안 살 수 있도록 해 준다. 직원들이 이직할 이유가 거의 없다 보니 20년 이상 장기 근무자가 수두룩하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일까? 아니다. 대구에 본사를 둔 한국OSG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96억 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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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OSG는 정태일(69) 대표가 1976년 '절삭공구의 국산화' 를 목표로 세운 회사로 이 분야 국내 최대 기업이다. 직원 2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293명을 거느린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태일 대표는 회사 성공 비결로 '고용 복지' 와 '목숨 건 품질 제일주의' 를 꼽았다.

기계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절삭공구 분야는 정밀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한국OSG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절삭공구와 전조공구 등이다. 드릴로 뚫은 구멍에 암나사를 가공하는 탭, 구멍 가공용 공구인 드릴, 홈절삭 middot;외주절삭 middot; 구멍절삭 middot;모방가공이나 금형가공 등에 사용되는 엔드밀 등이 한국OSG의 주력제품이다. 또 다이스, 나사게이지, 초경 공구 등도 생산한다. 용도별 규격별로 보면 4만여 가지 아이템이 제품으로 등록되어 있고, 이중 범용제품은 6,000여 가지다. 이들 공구는 자동차middot;항공기middot;선박middot;전자산업 등 모든 기계산업에서 기초 소재로 쓰인다.

정 대표는 고객만족을 위해선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을 만 들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청와대 간담회에서 정 대표는 자신 있게 말했다. "품질은 정밀기계 분야 1위인 일본과 독일 제품처럼 높이고 가격은 중국과 경쟁할 정도로 싸다면 세계 어느 회사와 겨뤄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어느 정도 이런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1998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한 한국OSG는 현재 50여 명의 직원들이 R&D에 매진하고 있다. 매출액의 3~5% 정도를 연구개발에 재투자 한다. 영남대와 한국기계부품연구원 등과 산학연 협력을 하고 있다. 실패를 무릅쓰고라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고 있다. 각종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의장권 등 산업재산권만 30여 건에 달한다. 지금까지 최 신 전자동 전용설비 등 기계설비에만 920여 억 원을 투자했다. 전통 기술을 살린 열처리와 코팅, 중앙집중식 오일정류시스템은 제품의 성능향상은 물론 긴 수명을 보장하는 한국OSG의 비법이다.

한국OSG는 1997년부터 2010년까지 14년 연속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에 올랐다. 10년 넘게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연속 선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처음 도입된 '명예의 전당' 에도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헌정된 바 있다. 품질에 관한 한 자타공 인 최고 중소기업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OSG는 끊임 없는 연구개발로 절삭공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지난해에는 일본 기업을 따돌리고 애플의 아이폰 케이스 제조 수주를 따냈다. 정 대표는 말했다. "일본 업체가 자존심을 꺾고 협조를 요청해 아이폰 케이스 도면을 보여줬는데도 저희의 품질을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직원들이 우리 제품에 근성과 혼을 심었기에 최상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도 납품하고 있는 한국OSG는 수입에 의존하던 절삭공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회사의 노력으로 연간 5,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 대표는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출이 현재 전체 매출액에서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앞으로 30% 정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한다.

맨손으로 지금의 한국OSG를 일군 정 대표는 14살 때부터 철공소에서 일하면서 기술자의 꿈을 키워왔다. 당시만 해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공구들로 대부분의 작업이 진행되던 시절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기술자가 돼 공구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운 그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 해 주경야독의 고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19년 2개월간의 고된 기능공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무역업무를 익혔다. 그리고 일본 회사의 한국 에이전트를 시작했다. 4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정 대표가 느낀 건 아무리 일을 해봐야 일본 사람들 배만 불려준다는 것이었다. 그는 1976년 과감하게 회사를 창업했다.

공작기계 1대로 출발한 작은 회사였던 한국OSG는 끊임없는 연구개발 과 첨단설비에 대한 투자로 지금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정 대표가 정밀 공구의 극일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매달린 결과다. 고희를 앞둔 정 대표에겐 아직도 할 일이 많단다. 초정밀 의료 공 구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정 대표는 말한다. "인류를 보다 살기 좋게 하는 기계공구 전문 회사가 되기 위해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중소기업 성공스토리 : 메디포스트
안정된 의사직 박차고 바이오회사 CEO되다

양윤선 대표는 글로벌제약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의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의 도전과 뚝심은 메디포스트를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처음부터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건 아닌데 제대혈* 은행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됐습니다. 제대혈 안에 있는 여러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을 고치는 약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현실화되고 있어요." 양윤선(48) 메디포스트 대표는 청와대 간담회에서 겸손하게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은행 국내 시장점유율 1위(43%)인 바이오기업이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제 대혈은행을 설립해 미개척 분야였던 제대혈을 본격 연구했다. 연구개발비가 많이 드는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초창기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매출 180억 6,000만 원, 당기순이익 19억 2,000만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양 대표는 제대혈은행인 '셀트리' 를 회사의 캐시카우로 키웠다. 백혈병이나 뇌성마비 등 세포이식이 필요한 질병에 대비해 제 대혈을 보관하는 '셀트리' 는 차병원그룹과 녹십자 등 20여 개 업체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양 대표는 말한다. "바이오 산업은 성공확률이 낮은 분야입니다. 메디포스트는 우수인력 확보가 성공의 관건이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대학이나 병원 등과 산학협동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메디포스트는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신약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셀트리에서 나온 수익을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 투자에 쏟아 부었다. 직원 110명 중 연구개발 인력이 무려 50명일 정도로 R&D에 집중했다.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 개발 사업도 메디포스트의 관심 분야였다. 연구개발에 꾸준한 투자를 계속한 지 10년. 회사의 실적에도 서서히 가시적 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 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블루 오션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디포스트 핵심 경쟁력은 성체줄기세포* 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세포활동이 활발한 제대혈 내 간엽 줄기 세포를 분리middot;배양하는 기술이다. 메디포스트는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 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을 완료해 제품 출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카티스템'은 줄기세포를 원료로 하는 세계 최초의 퇴행성 관절염 및 무릎 연골 손상 치료제다. 동아제약과 국내 판권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판매망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메디포스트는 2월 중 식약청에 정식 시판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 카티스템' 이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시판허가를 받는다면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되는 셈이다. ' 카티스템'은 출시 이 전부터 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흥행'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장 규모만 1,000억 원이 넘는 데다 아직 시중에 유사약품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는 다소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올해 4만 4,500원을 시작한 주가는 국내 임상 3상을 완료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월 25일 4만 700 원을 거쳐 2월 14일 현재 3만 4,4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수석 졸업하고 의사고시에도 수석 합격한 양 대표는 안정된 직업 대신 '창업' 을 선택했다. 그는 "병원 일은 안정적이고 보람 있었 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교수로 일하던 양 대표는 대학 선후배들과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제대혈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양 대표가 제대혈에 주목한 이유를 들어보면 그의 사업 감각을 알 수 있다. "바이오 분야 진출을 위해선 꾸준한 현금 공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하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니까요. 창업 초기부터 현금 창출이 가능한 사업을 발굴하고자 했어요."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병원 밖 세상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제대혈에 대한 개념이 생소하던 때였고, 벤처열풍이미지근해져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다. 양 대표는 제대혈은행을 세우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아 다니며 직접 영업에 나섰다. 문전박대를 하는 병원에는 진찰권을 끊고 들어 가 의사를 설득했다. 이후 산모들 사이에서 '제대혈 붐' 이 일면서 사업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메디포스트는 꿈이 큰 회사다. 내년에는 줄기세포로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뉴 로스템AD와 급성호흡곤란증 치료제의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메디포스트는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대표적인 코스닥 바이오업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양 대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참여하는 유일한 바이오업계 인사다. 그가 청와대 간담회에서 한 말을 들어보면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바이오 분야에선 미국에 이어 한국이 2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중간에 황우석 박사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창의적인 연구개발의 힘을 믿고 꾸준히 투자해서 난관을 극복 해 왔습니다. 바이오 쪽에는 지금부터 시작해도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틈새산업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대혈 출산 때 탯줄에서 나오는 탯줄혈액을 말한다. 백혈구와 적혈구middot;혈소판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다량 함유하고 있고, 연골과 뼈middot;근육middot;신경 등을 만드는 간엽 줄기세포도 갖고 있어 의료가치가 매우 높다.
*성체줄기세포 줄기세포에는 사람의 배아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복수기능줄 기세포)와 혈구 세포를 끊임없이 만드는 골수세포 같은 성체줄기세포(다기능줄기세포)가 있 다. 과거에는 한 조직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는 오직 그 조직의 세포로만 분화한다고 알려져 있었 으나, 최근에는 다른 조직의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성체줄기세포를 치료에 이용할 경우, 치료하고자 하는 환자로부터 직접 성체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성 체줄기세포는 인간 배아에서 추출한 배아 줄기세포와 달리 골수나 뇌세포 등 이미 성장한 신체 조직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윤리논쟁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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