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전 세계 바다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해역이 이미 수백 군데나 존재한다. 이처럼 우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은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방법과 혁신적 프로젝트를 통해 바다의 건강을 회복시킬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해양오염의 형태는 원유 유출, 오·폐수 유입, 쓰레기 투기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 오염원은 비료와 하수에 섞여있는 질소와 인이다. 이들 성분이 바다에 다량 흘러들면 영양분 과잉 공급으로 해조류가 대량증식하게 되는데 해조류의 증식과 사멸 과정에서 막대한 산소를 소비, 용존산소가 급전직하하여 다른 해양 생명체들을 질식사시킨다.
녹조·적조·갈조 등으로 대변되는 이 같은 현상을 부영양화라 하며 전 세계 바다에는 부영양화가 원인이 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 일명 '데드존(dead zone)'이 최소 405곳이나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부영양화의 원흉은 하수다. 반면 미국, 유럽, 중국은 동물의 배설물과 비료가 그 주범이다.
일례로 미국은 약 100억 마리의 닭과 8,000만 마리의 소, 1억 4,900만 마리의 돼지들이 매년 5억톤의 배설물을 생산한다. 이 배설물의 대부분은 연간 5,500만 톤의 합성비료와 함께 거름이라는 이름으로 땅에 뿌려지며 농업용수와 빗물을 타고 강을 거쳐 바다로 유입된다.
그 결과, 현재 미시시피강 하구와 만나는 멕시코만 해역에 거대한 데드존이 형성됐다. 이러한 부영양화는 막을 수 있다. 1980년대에 세계 최대 데드존은 흑해에 있었지만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농부들이 합성비료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1996년에 이르러 완전히 사라진 전례가 그 방증이다.
물론 사회적 붕괴 없이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수처리시설의 고도화와 엄격한 가축분뇨 관리시스템 도입이 그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가장 큰 효과는 매우 간단한 방법에 의해 발현된다. 바로 쟁기질을 그만두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5 년간 논밭을 갈거나 김을 매지 않고 농사를 짓는 '무경간 농법(notillage)' 을 도입해왔다.
지금은 전체 경작지의 36%가 이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다량의 인이 함유된 폐수 발생률 약 40%, 대기 중 질소 배출량 약 50%를 절감했다. 또한 토양침식이 최대 98% 감소했으며 기존의 절반에 해당하는 에너지만 쓰고도 과거와 동일한 수확량을 얻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지질학자이자 '흙'의 저자 데이비드 몽고메리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 농토 중 단 5%에서만 무경간 농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농토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문명의 향방이 바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