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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장치] 초고온 물성 측정용 공중부양장치<br>1,500℃ 쇳물이 공중에 둥실

최근 원자력, 우주항공, 파인세라믹 등 21세기형 첨단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소재 개발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런 신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초고온 상태에서 각 소재들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물성의 측정 과정이 필수다. 초고온 상태의 물성은 소재의 질적 향상과 정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 연구팀이 초고온 물성측정을 용이하게 해주는 공중부양장치를 개발, 국산 신소재 개발의 미래가 한층 밝아졌다.


일반적으로 소재를 초고온 환경에 노출시키면 소재를 담은 용기가 녹아버려 정확한 물성 측정이 불가능해진다. 용기와 물리·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지게 되는 탓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자기부상열차처럼 소재를 공중에 띄우는 공중부양장치다. 고체와 액체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를 용기 없이 공중에 부양시킬 수 있어 용기와의 접촉에 따른 오염이나 측정 오류 등의 차단이 가능하다.

정전기장 이용한 공중부양장치

이러한 공중부양장치는 이미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국제우주정거장(ISS) 내에 공중 부양장치를 운용 중인 것을 비롯해 유럽우주기구(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도 초내열 소재들의 개발을 위해 공중부양장치를 이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약 4,000℃에서의 공중부양 기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들 국가는 다가올 우주관광시대에 이용될 우주 왕복선과 초음속 항공기 및 엔진 등 우주항공 분야는 물론 정보기술(IT), 철강, 핵융합로 및 원자로 등의 기간산업에도 공중부양장치를 다각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껏 초고온·열물성 측정기술과 이를 이용한 초고온 내열 재료의 실용화 기술 연구기반이 매우 취약했다. 극한 물성을 지닌 대다수 재료와 정보를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최근 국내 연구진이 초고온·과냉각의 극한 환 경이나 우주환경을 재현해 실험 대상물질을 공중에 띄워 실험할 수 있는 정전기장 공중부양장치 개발에 성공,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 온도광도센터 이근우 박사 연구팀이 바로 그 주인공. 이 박사팀은 얼마 전 용융된 철강소재의 특성을 용기 없이 비접촉식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온도 상승과 순수 물성 연구의 제한요인이었던 쇳물 용기를 없애고 쇳물 자체를 공중에 띄움으로써 1,500℃ 이상의 고온 용융 상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 연구의 한계로 지적돼 왔던 물질의 상변화 과정을 짧은 시간 내에 실시간 관찰할 수도 있다. 시간과 온도에 따른 구체적 물질의 상변화 경로 추적, 가열 및 냉각 과 정에 따른 물질 상변화 과정의 차이까지 연구할 수 있는 것. 여기에 과냉각 정도와 냉각율을 조절해 새로운 철강 개발에 필요한 물질의 상태 확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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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정전기 공중 부양장치를 이용, 1,500℃ 이상에서 철강 재료를 공중 부양된 상태 녹여 철강소재의 응고 온도, 과냉각 온도, 물성 변화 온도, 비열 및 잠열, 밀도 등에 대한 정확한 특성을 측정해냈다.

이 박사는 "공중부양장치는 유사 우주환경을 구축, 우주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사 전에 실험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천문학적 비용 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생물·물리·화학·재료·기계 등의 우주실험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철강소재 개발

지금까지는 철강소재의 물성을 약 1,200℃ 이하에서만 측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기술 개발로 실제 용광로의 쇳물 온도인 1,500℃ 이상의 고온에서 쇳물의 물성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중탄강 소재의 정확한 용융 물성 특성을 최초로 측정할 수 있는 길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특히 측정된 쇳물의 열물성은 새로운 철강 제품을 개발 할 때 제조기준을 확립하고 철강 양산재 표면의 결함을 방지하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이 기술로 얻어진 물성 연구는 철강생산의 연속 주조 시 쇳물의 초기 응고 단계에서 물성 변화로 인해 철강 표면이 터지는 공정상의 문제 해결에 더해 불량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연간 수십 억원 이상의 생산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철강소재의 열물성을 측정, 중탄강 신강종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팀의 정전기 공중부양 기술은 전기장을 걸어 고체를 공중에 띄우고 레이저를 이용해 고체를 가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면 고체가 공중부양 된 상태에서 마치 태양과 같은 빛을 발산하며 액체로 변한다.

이때 이 액체 물성을 측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일반적으로 초고온에서는 실험 대상 재료와 재료를 담은 용기와의 반응, 이를 통한 불순물 유입과 오염이 발생한다"며 "이 기술은 이런 문제를 원천방지할 수 있어 초고온에서 재료의 순수한 물성 측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비단 항공우주나 철강뿐만 아니라 군사, 세라믹, 의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물질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냉각의 극한 환경 하에서의 새로운 물리적 현상을 규명할 수 있는 만큼 전반적 과학기술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

이 박사는 "포스코의 초고온 철강소재의 물성 측정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얻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초고온 재료의 물질 특성에 관한 정보를 구축, 일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재료 정보를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신소재 분야의 발전과 경쟁력 제고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공중부양기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레비테이션 센터(Levitation Center)' 건립을 목표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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