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친환경 음식물쓰레기 연료

현재 우리는 석유나 석탄 등 거대한 공급망을 통해 공급되는 에너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음식물쓰레기 바이오연료처럼 작지만 혁신적 발명들과는 점차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발명들이야말로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다. 친환경에너지 시대로의 이행기를 위기 없이 돌파할 작지만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By HILLARY ROSNER
photographs by Myriam Abdelaziz

케냐 나이로비의 최대 슬럼가로 알려진 무쿠루 마을. 택시 뒷좌석에 앉아있던 미국인 토머스 타하 라삼 쿨헤인이 주위 풍경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인근의 숲에서 벤 나로 만든 숯이 낡은 자루에 담긴 채 공장 앞에 놓여 있었고 그 곁에는 여러 채의 판잣집들이 넘어질 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또한 인근의 공장에서 배출된 폐수가 오솔길을 질척하게 적시고 있었으며 거리 어디에나 쓰레기들이 넘쳐났다. 이 모습이야말로 무쿠루 마을의 실상이다. 하지만 쿨헤 인은 이 같은 쓰레기 더미의 마을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한 듯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윽고 택시가 무쿠루 직업훈련센터에 멈춰 섰다. 그곳은 더럽고 지저분한 주변 건물들과 달리 말쑥하고 멋지기까지 했다. 풀과 묘목이 가득한 작은 정원 위에 아트스튜디오가 들어서 있었고 센터 내의 재래식 화장실 세 곳에서는 대소변이 비료로 바뀌는 중이었다.

특히 주방에서 사용하는 가스연료는 1,900ℓ짜리 저장 탱크로부터 공급받고 있었는데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묵은 콩과 바나나껍질이었다. 쿨헤인은 바로 이 바이오가스 생산시스템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가스 생산량이 당초 설계보다 적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개선책 마련을 위해 이번에 직접 케냐를 방문한 것이다.

쓰레기를 에너지로

그의 첫 번째 조치는 간단했다. 저장탱크에 부착된 두 개의 튜브, 즉 음식물쓰레기 주입 튜브와 가스 공급 튜브를 살펴 보고는 대걸레 자루를 가져와 음식물쓰레기 튜브 속에 밀어 넣었다. 이 튜브가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시험 삼아 냄새나고 축축한 음식물쓰레기를 붓고는 저장탱크에 제대로 들어가는지 확인했다.

그때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그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당시 쿨헤인은 작업을 빨리 끝내야 했다. 택시를 이용한다고는 해도 밤중에 슬럼가를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한 탓이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걸작을 설명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탱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탱크 안에는 박테리아들이 살고 있단다.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탱크 속에 넣으면 박테리아가 쓰레기를 먹고 부엌에서 쓸 수 있는 가스연료를 만들어내지. 박테리아라고 해서 겁낼 필요는 없어. '비기두두 시비야 마곤즈와'니까."

그가 말한 비기두두 시비야 마곤즈와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 세균이란 뜻의 스와힐리어다.

한 아이가 쿨헤인의 허락을 받아 탱크 위로 올라갔다. 쿨헤인은 아이에게 탱크의 뚜껑 위에서 뛰어보라고 시켰다. 그러자 아이가 뛸 때 생긴 압력에 의해 탱크 내부의 가스가 밸브로 뿜어졌다. 이윽고 라이터를 꺼낸 쿨헤인이 밸드 끝에서 불을 켜자 오렌지색 화염이 일어났다.

"이것 봐. 이게 바로 바이오가스란다."



이 시스템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하수, 거름, 음식찌꺼기 등의 유기폐기 물을 소화시키면 메탄과 약간의 이산화탄소, 물이 생성된다. 바로 이 메탄이 요리를 하고, 전등을 켜고, 시내버스까지 움직일 수 있는 고효율의 연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쿠루 직업훈련센터와 달리 대다수 국가들의 주택이나 건물들은 필요한 에너지의 전부는커녕 일부조차 자급하기 어렵다. 흉내라도 내려면 지붕과 정원에 태양전지 패널을 잔뜩 깔아야 한다. 온수공급을 위한 태양열 시스템 설치도 필요하고 자동차도 전기차로 바꿔야 할 것이다.

사실 기존의 에너지 공급체계는 편리하기는 해도 지속가능성은 없다. 얼핏 생각하면 에너지 공급 인프라는 매우 훌륭해 보인다. 밸브를 돌리면 언제 어느 때나 가스연료가 공급되고 집밖에 쓰레기를 내놓으면 내일 아침이 오기 전에 쓰레기차가 수거해 간다.

그러나 이렇게 눈에 보이는 효율성의 이면에 엄청난 비효율이 숨겨져 있다. 일례로 미국 코네티컷주 주민들이 쓰는 도시가스는 와이오밍주에서 공급된다. 또한 코네티컷주에서 배출된 쓰레기는 뉴저지주에서 처리된다. 멍청하리만큼 동선이 너무 크다.

화석연료 고갈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지금, 이런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 지역 자급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반면 무쿠루의 슬럼가에는 기반시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하수 체계도, 지하 가스관도, 쓰레기 매립지도 없다. 주민들은 쓰레기를 거리에 그냥 버리며 숯이 타면서 내뿜는 매개한 냄새가 어디에나 진동한다.

하지만 이 엉망진창의 도시는 우리에게 기본적인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를 시험할 기회도 제공한다.

에너지 자급자족의 꿈

쓰레기는 세상에서 가장 흔하지만 가장 천대받는 에너지원이다. 때문에 쿨헤인의 발명품처럼 쓰레기로 에너지를 만드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스템은 세상에 몇 개 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의 장치는 정말 대단하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가정에서 매일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를 원료로, 한 가정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점만으로 그런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전 세계의 모든 에너지 전문가들이 꿈꾸는 완벽한 에너지 자급자족 주택을 실현한 것이다. 그것도 플라스틱 저장 탱크와 튜브 몇 개만 가지고 말이다.

지금껏 누구도 도시 전체를 감당할 바이오가스 시스템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쿨헤인의 개념을 확장하면 가능하지도 않을까?

쿨헤인은 현재 '산업생태계를 위한 지역공동체 촉매 통합기술(C3ITIES)'이라는 장황한 명칭의 비영리단체를 운영 중이다. 이 단체를 통해 이집트 카이로, 나이지리아 라고스,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웨스트뱅크에 기술력과 비용이 크게 필요치 않은 바이오가스 생산시스템을 건설했다. 또한 주민들의 자활을 위해 이 장치의 제작과 유지관리 기술도 가르치고 있다.

그가 이처럼 바이오가스 시스템에 열정을 바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그의 어머니는 이라크인이고 여러 친척들이 아직도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산다. 때문에 그는 이라크와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전쟁이 친척들의 삶을 파괴 하는 모습을 여실히 목격했다. 부유한 전문직 종사자였던 친척들이 하루아침에 피난민으로 전락했던 것을 말이다.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누리던 안락한 삶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음을 깨달았죠. 그래서 유사시 가족을 남들보다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었어요."

이렇게 쿨헤인은 비책을 찾아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다.



1990년대는 로스엔젤레스의 10대들에게 태양열 증류기로 알코올을 생산, 연료로 쓸 수 있도록 차량을 개조하는 방법을 가르쳤고 2003년 이라크 전쟁 후에는 이집트 카 이로의 슬럼가에 살았다.

당시 그곳 주민들은 넝마주이라는 뜻의 '자바린'으로 불렸다. 그들은 음식 쓰레기를 주워 와서 돼지에게 먹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쿨헤인은 영화 매드 맥스3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는 오직 돼지의 대소변에만 의존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가 등장한다.

이에 그는 곧바로 인도로 날아가 단순한 구조의 바이오가스 시스템 제작법을 배웠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미국 뉴욕 소재 머시대학의 온라인 강의를 통해 생활비를 벌고 있는 그는 자신의 여생과 재산을 무쿠루 같은 곳의 바이오가스 시스템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

일석삼조의 효과

바이오가스는 쿨헤인에게 일종의 복음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는 복음을 전하는 능력이 탁월한 전도사였다.

이번 방문에서도 그는 말라리아 약을 사러 나이로비의 한 약국에 들려서는 본래의 목적을 잊고 약사에게 자신의 시스템 설명에 열을 올렸다. 약국을 나와서는 인근의 교회에서 운영하는 자선 숙소에 들려 슬로베니아 선교사의 마음을 움직여 바이오가스 시스템 설치를 약속 받았다.

취재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필자도 복음 전파의 조력자가 돼 있었다. 나이로비 시내에서 교통체증으로 택시가 멈춰 서자 어느새 운전사에게 바이오가스 시스템을 설명해주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당시 그 운전사는 어디서 그것을 구할 수 있는지 몹시 궁금해 했다.

케냐인들에게 바이오가스와 같은 에너지는 꼭 필요하다. 개발도상국 가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요리용 연료인데 케냐에서는 이를 나무 땔감에 의존, 과도한 벌목이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는 연소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이는 비단 슬럼가의 문제가 아니다. 나이로비의 부촌도 사정은 같다. 중앙 집중식 가스공급 시스템이 없어 프로판가스나 숯을 구입해 요리를 한다.

이와 동시에 나이로비 사람들은 매일 3,000톤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그 중 대다수가 바이오가스의 원료가 되는 유기물 쓰레기지만 수거율은 50%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수거된 것도 매립되는 것이 아니라 부촌의 쓰레기를 모아서 멀리 떨어진 곳에 던져 놓는 수준이다.

결국 이곳에서 음식물쓰레기 바이오가스 시스템은 쓰레기 감소, 환경보호, 에너지 확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케냐 정부가 중대형 규모의 바이오가스 프로젝트를 실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 나이로비 시의회가 10여 개의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 계획을 검토하기는 했지만 착수된 것은 지금껏 하나도 없다. 나이로비의 탄소배출권 관리 업체인 카본아프리카의 매트 우즈 이사는 "과거에도 계획은 많았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 상태에 안주하려는 기득권 세력 때문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한번은 나이로비 국제공항의 기내식 공급업체가 공항에서 나오는 하루 6톤의 음식물쓰레기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려 했지만 폭력배들의 위협에 포기하기도 했다. 쓰레기 수거 사업은 케냐 폭력조직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케냐에서의 바이오가스 시스템의 미래가 암울하지만은 않다. 적어도 쿨헤인의 가정용 바이오가스 시스템과 같은 소형 장치는 큰돈이 들지도, 복잡한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다. 기본적 교육만 받으면 누구든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덕분에 시민들의 바이오가스 시스템 도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가령,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 중인 나이로비의 한 힌두교 사원에서는 가스 스토브의 연료로 바이오가스를 쓰고 있다. 이를 위해 4,900ℓ급 음식물쓰레기 저장탱크를 운용 중이며 여기서는 매일 3시간씩 스토브를 켤 수 있는 양의 바이오가스가 생산된다.



금명간 이 사원은 나이로비의 재생 에너지기업 그린테크 인터내셔널을 통해 바이오가스 시스템을 하나 더 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쿨헤인은 최근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또 다른 원료를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인간의 대소변이다.

"유료 화장실 업체들은 매일 대소변이라는 귀중한 재료를 확보하고 있어요. 이것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 화장실 인근 레스토랑에 요리용 연료로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만만치 않은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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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바이오가스 제조기술을 터득한 것은 매우 오래전부터다.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무려 기원전 10세기 고대 아시리아인들이 바이오가스로 목욕물을 데웠다고 한다.

또한 19세기 프랑스의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는 거름으로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가로등을 밝혔고 인도에서는 바이오가스로 한 병원의 조명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렇게 현재 소규모 바이오가스 공장은 인도에만 300만개, 중국에는 3,500만개가 운용되고 있다.

물론 바이오가스가 모든 국가의 모든 상황에 부합하는 만능에너지는 아니다. 독일의 경우 전체 전력의 17%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지만 바이오가스의 비중은 단 2%에 불과하다. 반면 스웨덴은 천연가스보다 바이오가스가 운송용 연료로 더 많이 쓰인다. 헬싱보리 등 몇몇 도시는 아예 모든 버스의 연료가 바이오가스다.

미국은 어떨까. 미 환경보호청(EPA)의 추산에 따르면 약 8,000개의 농장에서 상당량의 바이오가스를 생산 중이다. 또한 소, 돼지, 가금류를 기르는 167개소의 농장들이 이미 혐기성 미생물로 분뇨를 분해해 메탄가스를 생산하면서 오염과 악취까지 막고 있다.



만약 규모면에서 가장 큰 미국 내 상위 160개소의 농장에 이같은 혐기성 미생물 분해설비를 설치·운용한다면 300만 가구에 난방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생산된다. 이 정도면 87만 가구의 전력을 공급 중인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1기의 연료로 쓸 수도 있다.

특히 음식물쓰레기는 이런 가축분뇨보다 효용성이 더 크다. 가축분뇨 1톤으로 1,700kWh, 버터 1톤으로는 9,600kWh의 전력이 생산된다.

하지만 도시에의 바이오가스 시스템 도입은 그리 단순히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장비 가격, 바이오가스 생산비 및 판매가격, 원료 수급 방안, 기존 매립 방식과의 비교우위 등 다양한 요인과 변수들을 면밀히 따져 이해득실을 계산해야 한다.

이는 결코 만만치 않다. 보스톤에 지역기반 바이오가스 시스템 설치를 위해 30여년을 노력해온 친환경 주택 설계자 브루스 풀포드는 이렇게 말한다.

"프로젝트를 실행시키려면 최소 수십만 달러, 최대 수백만 달러의 돈이 듭니다. 사실상 전례가 없는 첫 시도에서 누가 이만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투자하려 할까요?"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풀포드는 어쩌면 바이오가스 사업의 좋지 못한 전례만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미국에는 1,000개소가 넘는 하수처리장에서 하수폐기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 혐기성 미생물 분해공정을 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도시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유용한 에너지원이 아닌 부산물 정도로만 여겼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하수처리장들은 메탄가스를 미생물 반응조의 온도 조절용 연료 정도로 사용했는데 에너지 비용 상승과 온실가스 감축 압력에 직면하며 몇몇 도시들이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증대시켜 가정에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브루클린 북부 뉴타운 크리크 하수처리장에 건설된 혐기성 미생물 반응설비가 그 실례다. 높이 44m의 저장탱크 8기로 구성된 이 설비는 매일 이스트강 너머에서 들어오는 수백만ℓ의 하수를 처리한다. 브루클린과 퀸즈에서도 매일 400만ℓ의 하수가 온다.

이 하수들은 먼저 여러 개의 정화조에 투입돼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질들을 바닥에 가라앉힌다. 바로 이 하수폐기물 슬러지를 원심분리기를 통해 걸러낸 뒤 미생물 반응 탱크에 넣으면 메탄이 생성되는 것이다.

하수처리장 담당자의 설명으로는 반응 탱크 1기가 1,135만ℓ의 슬러지를 15일간 보유하며 미생물과 뒤섞어 메탄을 생산한다. 이때 반응 탱크의 온도는 미생물의 서식과 활동에 좋은 37℃로 가열·유지된다.

미국에 부는 바이오가스 바람

이곳의 반응 탱크는 1990년대 후반 시작된 50억 달러 규모의 하수처리장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의해 설치됐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당초 지향점은 메탄 생산 증대가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듯 하수폐기물의 감소와 유지관리비 절감이 목표였다.

구형 반응 탱크는 미생물 반응조의 가열에 필요한 가스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데다 3년마다 탱크 내부에 쌓인 3m 두께의 모래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신형 반응 탱크는 슬러지 혼합성능이 뛰어나 처리효율은 높고, 잔여물은 적다.

그런데 새로운 반응 탱크를 가동하는 순간 엔지니어들은 메탄 생산량이 기존의 두 배나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는 2,500가구의 난방용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하수처리장의 자체 소비량을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이에 뉴욕시는 내년까지 잉여 바이오가스를 정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뉴욕 시민들이 버린 배설물과 음식물쓰레기가 요리와 난방용 연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되면 뉴욕시는 매년 1만6,65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와함께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하수처리공사는 마켓대학 연구자들과 함께 기존 시설의 업그레이드 없이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높일 폐기물을 찾고 있다. 지난 5년간 찾아낸 최적의 폐기물은 공항에서 배출되는 항공기의 부동액이다. 부동액은 프로필렌글리콜이라는 유기화합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밀워키 하수처리국의 피터 R. 토프 츄스키 수질보호국장은에 의하면 이를 하수처리장 반응 탱크에 넣자 메탄 생산량이 기존의 2.5배로 늘었다. 하수처리공사는 최근 인근의 코카콜라 보틀링 공장과 폐 음료수의 수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덧붙여 스웨덴의 바이오가스 기업 스웨디시 바이오가스는 미시건주 플린트에 북미 지사를 설립하고 육류, 샐러드 드레싱 등의 제품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슬러지와 기타 폐기물을 원료로 한 1.6㎿급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여기서는 상당량의 비료도 함께 생산할 수 있다.



분명 바이오가스는 아직까지 미국의 주 에너지원이 아니다. 하지만 에 너지전문가들은 미국 내의 모든 하수와 가축 분뇨, 쓰레기 등에서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면 미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6%를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바이오가스협의회(ABC) 또한 유기 산업폐기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면 2030년 천연가스 소비량의 10~15%의 대체가 가능하다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바이오가스는 석유에 필적할 만큼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월간지 바이오사이클의 편집장인 노라 골드스타인은 바이오가스야말로 쓰레기 처리와 에너지 생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혁신적 솔루션이라 강조한다.

"바이오가스는 도시와 농촌지역의 여러 기반시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잠재성을 가진 에너지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바이오가스는 오랜 기간 그 가치가 무시돼 왔던 유기성폐기물을 원료로 지방자급적 에너지 네트워크를 실현시켜 준다. 이를 위한 별도의 전용 시설 설치가 필요 없으며 비료와 같은 유용한 부산물도 얻을 수 있다. 천연가스나 석유 소비량을 줄여 이산화탄소 저감에도 효과적이다.

에너지원 이상의 가치

기회의 땅 케냐에서 바이오가스 전도사로 활동하는 것은 쿨헤인만이 아니다. 자동차정비사인 도미니크 완지히아도 자신만의 바이오가스 시스템을 개발,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도미니크의 시스템은 쿨헤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원료로 가축 배설물을 사용한다. 유연한 PVC 소재의 반응 탱크에 배설물 한 삽을 퍼넣고 파이프를 통해 물을 주입하면 메탄가스가 만들어진다.

처음 시스템의 시동을 거는 데 약 3일이 소요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원료 주입이 멈추지 않는 한 끊임없이 생산이 지속된다. 효율도 뛰어나 소 한 마리만 키워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하루 10㎏ 정도의 쇠똥만 있으면 한 가정에서 충분히 사용할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

도미니크는 현재 심플리 로직이라는 회사를 설립, 자신의 개발품을 대당 525달러에 팔고 있다. 설치비와 유지관리 교육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향후에는 각 지역의 슈퍼마켓에서 바이오가스 시스템을 판매하고 그 지역의 설비 업자들이 고객의 집에 설치해주는 방식의 판매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도미니크는 이번에 케냐를 방문한 쿨헤인에게 나이로비의 잠후리 재생에너지 센터에서 운용 중인 시제품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로의 시스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당시 도미니크는 쿨헤인의 장비가 음식 물쓰레기를 원료로 한다는 말에 잠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하는 수고스러움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믿음직한 에너지 기반시설

하지만 쿨헤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건넸고 도미니크는 그것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서류는 음식물쓰레기를 바이오가스 시스템에 이상적인 펄프 형태로 분쇄해주는 '인싱크이레이터 에볼루션 200(InSinkErator Evolution 200)'이라는 장비의 브로슈어였다.

단가가 400달러로 케냐 시민들에게는 부담스런 수준이지만 여러 가정의 음식물쓰레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을 만한 성능을 가졌다.

도미니크가 "이를 본떠 케냐 실정에 맞는 저가형 장치를 만들 수 있겠다"고 하자 쿨헤인은 "이 장비를 두 세가구가 공유하면서 그들 모두에게 충분한 연료를 생산한다면 그 광경을 본 이웃들이 맨손으로라도 쓰레기를 갈아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려 할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도미니크와 만난 다음날 쿨헤인은 무쿠루의 한 학교 주방에서 한쪽에 처박혀 있던 싱크대를 분해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항공기로 공수된 인싱크이레이터를 설치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미술 교사인 데이비드 레드몬드와 반나절을 투자해 음식물쓰레기를 인싱크이레이터에 공급할 통로를 만들었다. 이후 또 다른 교사인 헨리 오케요가 합세해 결국 설치 작업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로써 부엌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가 자동적으로 인싱크이레이터에 주입·분해된 뒤 반응 탱크로 전달되고 여기서 생산된 메탄가스가 부엌의 스토브로 공급되는 체계적 시스템이 완성됐다. 이제 나머지는 박테리아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만족스런 표정의 쿨헤인이 스토브와 연결된 바이오가스 밸브의 손잡이를 돌리자 바이오가스가 가져올 밝은 미래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메탄가스가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 바이오가스 생산 메커니즘

하수처리장에 대형 바이오가스 생산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언젠가 에너지 자급자족 도시가 탄생할 수도 있다. 이 가정용 바이오가스 시스템은 그 잠재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치다.

원료 확보
배수구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 전처리 장치에 넣는다.

전처리
전처리 장치가 음식물쓰레기를 잘게 갈아 부드러운 펄프 형태로 만든 다음 저장탱크로 보낸다.

미생물 분해
저장탱크 속의 미생물들이 음식물쓰레기를 분해하면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요리
저장탱크와 부엌의 화로를 튜브로 연결하면 불을 지펴 요리를 할 수 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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