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클라우드 서비스의 미래

과열도 이런 과열이 없다. 클라우드 서비스 얘기다.

구글은 크롬북으로 모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공하겠다며 유저들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쥐려 하고 애플은 막강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맥킨토시를 이용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유혹한다.


게다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마치 망할 것처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IT업계에서 이름 좀 있다는 업체들은 죄다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왜 이렇게 다들 클라우드에 목을 맬까. 클라우드는 정말로 이들의 바람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이기원 기자 jack@hmg p.co.kr

네트워크가 컴퓨터다

'네트워크가 컴퓨터다.' 이는 1984년 이래 변하지 않는 한 IT기업의 슬로건이다. MS일까 아니면 애플일까. 그것도 아니면 IBM? 모두 틀렸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슬로건이다. 서버 시장의 강자이자 유명한 자바(JAVA)를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 슬로건을 천명할 당시 이미 썬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꿈은 닷컴 붕괴가 가시화 되던 2001년 시작되었다.

'웹톤(Webtone)'으로 불렸던 서비스 가 바로 그것. '네트워크·스토리지·서버·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웹·애플리케이션·디렉터리·데이터베이스·메시징 등을 통합한다'는 이 야심찬 계획은 지금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는 광대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무참히 사라졌다. 일반 사용자들은 알지도 못 했고 기업은 외면했다.

웹톤 서비스를 사용할 디바이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성능도 떨어졌으며 네트워크 환경 역시 따라주지를 못 했다. 특히 결정적으로 개인 유저와 기업들은 일개 IT 기업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넘겨 주고 통제받는 듯한 느낌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웹 톤은 10년 뒤의 미래를 그려준 것으로 만족하고 캔버스를 접어야 했다. 여기에 덩달아 나도 한 몫 잡아 보자며 달려들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함께 웹톤의 아류인 '닷 넷(.NET)'을 슬그머니 내렸다.

또 다른 도전자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정확히 10년. 우리의 컴퓨팅 강산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가장 주목을 받는 웹톤 의 후계자는 역시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다.

전 세계에 무수한 광신자를 거느리고 있는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맥을 연동시키고 인터넷 공간을 유저에게 확보시켜 줌으로써 광신도들에게 새로운 복음을 내리려 한다. 또 다른 공룡 IT기업 구글은 기존에 자신들이 서비스해 오던 웹 방식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한편 그곳에 크롬북으로 접 속하기를 유저들에게 권하고 있다.

크롬북은 웹기반으로 작동하며 구글 서버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 작업 하고 결과물을 다시 구글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정리하면 애플은 자사 제품들의 완벽한 동기화를 바탕으로, 구글은 오픈 오피스와 저렴한 크롬북이라는 하드웨어의 조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클라우드지만 정말 다른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유사한 부분은 오직 데이터가 각 기업의 서버에 저장돼 있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곳에서는 언제라도 접근이 가능한 동기화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서비스의 이름을 '클라우드(Cloud)'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이터가 어느 서버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몇 개의 서버에 나뉘어 있는지 도 모른다. 아니 알 필요도 없다. 유저는 그냥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소비자는 봉인가?

하지만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례에서 보았듯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공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정보를 그리 쉽게 송두리째 남에게 주려 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클라우드 발표회에서 예언하듯 이렇게 강조했다. "PC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IT부문은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는 디지털 허브를 클라우드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사용자들의 디지털 라이프 센터가 PC에서 클라우드로 바뀔 것이다." 거기다 지금껏 150달러 수준에서 판매됐던 OSX의 최신 버전을 29.99달러라는 헐값에 판매한다는 말까지 더했다.

이를 '이 물건은 그냥 끼워 줄테니 아이클라우드나 많이 사용해주세요'라는 읍소처럼 느꼈던 게 비단 한 두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의 말은 어디까지나 애플과 그의 생각이다. 업계를 선도하 고 싶은 모양이지만 이번 만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최근 애플은 노키아와의 특허권 분쟁에서 패소했고 삼성에게는 허구한 날 '카피 캣'이라고 떠들어대다가 역시 소송이 붙었다. 이는 애플의 주장과 달리 적어도 휴대폰에 관한한 노키아와 삼성 같은 선발 주자들의 기술력을 피해 독자적 모델을 개발할 가능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다. 소송까지 당하지는 않더라도 클라우드 역시 잡스 이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했던 영역이다. 단지 지금과 같은 디바이스와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가 부족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면 잡스가 때를 잘 잡는 능력이 있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건 단지 외길로 달려가는 마라토너의 마음 같은 것이다.

지금은 여기 있지만 시간만 지나면 정해진 곳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사실 컴퓨터 제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IT업계는 다른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즉, 잡스는 마치 자신이 선도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더 이상의 수익 창출이 힘 들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말한 이유, 다시 말해 기업이 유저들을 지배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실패의 쓴잔을 들었다. 물론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당시 인프라가 지금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사진과 동영상 같은 고용량 데이터를 제외하면 기업들이 문서와 이메일 등을 주고받으며 사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일반 사용자가 아닌 기업이 나서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유치하지 못하면 클라우드 서비스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기 업 대 기업으로 계약해서 얻는 수익과 개인이 1년 이용권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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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수의 영역

사실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기 이전부터 스마트 폰 기업들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알게 모르게 다 지원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다음이나 네이버 등의 포탈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애플은 MP3 플레이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아이 팟으로 업계를 평정했고 스마트폰 역시 뒤늦게 뛰어들어 시장을 주도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애플이 한다고 하면 뭔가 있을 것으로 주목하게 된다. 이 점에서 애플은 확실히 사용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고 평가된다.

다른 IT업계 사람들은 애써 폄하하지만 MP3 플레이어와, 아이튠즈 스토어, 스마트폰, 태블릿 PC까지 후발주자면서 선두주자를 무너뜨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궁금증은 클라우드에서도 과연 성공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지금껏 애플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어서 성공한 종목들은 대체로 성공 가능성이 거의 의심되지 않는 블루 오션이었다. 그런데 클라우드는 다르다. 이미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까지 따지면 무려 20년째 답보 상태에 있었던 서비스다.



하드코어 유저들은 기존에 나왔던 유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웹하 드+동기화' 서비스나 크롬북을 보급해서 자기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 고 읍소하는 것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쳐주지도 않는다.

이들은 사실상 진정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완성되려면 과거의 PC 통신처럼 개인은 단말기만 가지고 모든 것을 클라우드 서비스가 해결해주는 완벽한 서비스 업체가 등장해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렇더라도 그 서비스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의 영역에 남아있다.

내 것과 남의 것

전용 단말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누구도 느린 컴퓨터를 원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고작 하드디스크 말고 어떤 부품을 더 뺄 수 있을까. 오히려 터치패널이나 음성 인식, 더 빠른 네트워크로 인해 가격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 컴퓨팅의 정보 처리량에 관한 신개념들, 예컨대 DVD나 블루 레이 같은 것은 언제나 하드웨어를 앞질렀다.

하드웨어는 부지런히 그 처리량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메모리는 640KB면 충분하다는 빌 게이츠의 망언(?)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잡스는 애플 계정을 이용해 문서가 자동으로 백업되는 도큐먼트 인 클라우드 기능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최대 1,000장까지 30일간 보관하는 포토 스트림, 음악을 클라우드로 관리하는 아이튠 스 인 클라우드 서비스도 공개했다. 눈치가 빠르다면 여기서 중대한 문제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최대 1,000장을 한 달간만 보관해준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지는 필연적 결점이다. 저장기간과 공간을 무제한으로 풀어버리면 클라우드 업체들은 서버 사들이느라 돈을 몽땅 날려야 하는 탓이다. 사용자들에게 푼돈을 뜯어서 IBM 같은 서버 업체에게 상납하는 꼴이 된다는 얘기다.

동일한 맥락에서 컴퓨터 시장이 초토화되고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전망하는 언론들이 많은 것을 보면 확실히 애플이라는 이름 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는 클라우드가 뭔지 모르거나, 컴퓨터를 사용한지 얼마 안됐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사과를 무척 많이 먹는가 보다.

감히 단언하건대 절대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성 친구와 찍은 은밀한 사진, 밤새 작업한 프레젠테이션 자료, 당신만의 아이디어가 담긴 문서 파일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남(?)의 서버로 보낼 자신이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개인정보를 밖으로 돌리지 않으려는 심리에 더해 더 큰 장벽도 있다. 바로 인간의 소유욕이다. 애플이 마음만 먹는다면 과거 케텔시절처럼 단말기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그냥 사용만 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당신은 자신의 컴퓨터를 내다버리고 애플이 주는 단말기를 덥석 받아들을 생각인가? 그럼 당신은 더 이 상 와우도, 콜 오브 듀티도 할 수 없고 자신만의 데이터 저장고도 잃게 되는데 말이다.

믿음은 종교에서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이 세상에서 해킹이 사라질까. 안됐지만 언제나 해킹 기술은 보안 기술보다 앞서 달린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해커들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사실 클라우드 만큼 악의적 해커들에게 군침이 도는 먹잇감도 없다.

쇼핑몰을 해킹하면 그 쇼핑몰 고객의 개인정보가 전부지만 클라우드의 해킹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보물섬을 만나게 된다. 방대한 고객정보도 정보지만 지극히 사적이고, 지극히 공적인 문서까지 모두 가질 수 있다.

특정 기업이 사용하는 클라우드서버를 의도적으로 노려서 해킹한다면 그 기업의 정보가 어디까지 새어 나갈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혹자는 데이터센터를 여러 곳에 두고 백업하기 때문에 천재지변이나 테러를 당하더라도 본사 한 곳에 두는 것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한다.



이건 마치 알카에다가 애플 서버를 폭파시켰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알카에다가 애플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기업비밀을 빼내기 위해 데이터를 몽땅 가져온다면 몰라도 폭탄을 터뜨릴 일은 없다.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입장에서 한 번 해킹을 당하면 회사 존립이 위험하므로 완벽한 보안시스템을 갖출 것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해킹 기술은 항상 보안 기술을 앞선다. 설령 보안 기술이 앞서있더라도 해킹 기술에 역전 당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 문제다.

진정한 클라우드로 가는 길

짧게 정리를 해보자. 현재 클라우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서비스들 이 정말 진정한 클라우드일까. 국내 업체들은 상당한 고용량 웹하드에 약간의 동기화를 제공하고 있고 애플은 자사 제품 간의 완벽한 자료 동기화를 내세우고 있다.

구글은 크롬북을 필두로 오피스 환경을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이들은 모두 합쳐져야 하는 서비스들이다. 지금 서로 내세우는 장점 이 모두 합쳐져야 비로소 진정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능하다. 애플이 5GB 밖에 안 되는 개인용 서버 용량을 KT처럼 50GB로 늘린다고 사용자들이 환호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또 구글이 크롬북에 제대로 된 부품을 사용하고 각 스마트폰들과 동기화가 되도록 만든다고 해서 유저들이 크롬북이 좋아서 날뛰지는 않는다. 정말 IT업계의 권력을 잡고 싶다면 유저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 는 존경을 받는 '신'이 돼야 한다. 이는 결코 허무맹랑한 일이 아니다.

IT업계에서 신이 되는 방법은 단 하나, 그것도 아주 간단하다. 이미 구글이 몸소 보여준 바 있다. 구글이 순수한 검색엔진이었을 때 사람들은 경이로운 능력에 감탄하며 '구글신'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당시 구글에게는 권력이 없었 으며 그 어떤 유저들의 정보도 '편리'라는 이름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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