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엔비디아의 그록 ‘우회 인수’…삼성전자에 던져진 질문들 [갭 월드]

■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28>

규제 피해 인력·기술만 챙긴 ‘실리적 독식’

삼성 파운드리 테일러 공장 ‘1호 고객’ 이탈

SRAM, D램 대체 불가…추론 시장선 위협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연합뉴스엔비디아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유망 스타트업 그록(Groq)의 핵심 자산을 사실상 100% 흡수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계약은 반독점 규제라는 걸림돌을 피하면서 차세대 격전지인 AI 추론 시장을 선점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번 사태로 파운드리 대형 고객 이탈과 메모리 수요 변화라는 이중고를 마주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9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그록과 비독점적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창업자 조너선 로스를 포함한 핵심 엔지니어 팀을 영입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번 계약이 약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자산을 인수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행보가 던지는 함의와 파장을 세 가지 핵심 질문으로 연결해 짚어봤다.

Q1. 엔비디아는 왜 회사가 아닌 기술만 가져갔나


가장 큰 이유는 규제 당국의 감시망 회피다. 회사를 통째로 인수할 경우 독점 금지법 위반 심사가 불가피하지만 기술 라이선스와 인력만 영입하는 ‘아퀴하이어(Acqui-hire)’ 방식은 이러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는 과거 ARM 인수 시도가 무산된 학습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사업적으로는 추론(Inference) 시장 장악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학습과 추론 모두 가능하지만 비용과 전력 효율 면에서 약점이 있었다. 그록의 언어처리장치(LPU)는 실시간 추론에 특화돼 처리 속도가 빠르고 효율이 높다. 엔비디아는 이번 계약으로 기존 GPU 생태계에 그록의 고속 추론 기술을 결합해 경쟁사들의 추격 의지를 꺾겠다는 계산이다.

Q2. 그록의 SRAM 방식이 D램 부족을 해결할 수 있나




이번 인수와 관련해 그록의 정적램(SRAM) 기술이 고대역폭메모리(HBM)나 D램을 대체해 메모리 공급 부족을 완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술적 특성을 고려하면 두 제품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관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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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소속 클라이브 챈 연구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SRAM은 D램 부족을 해결하는 최악의 방법 중 하나”라며 “용량이 100배나 적기 때문에 아예 다른 제품군으로 봐야 하며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단적으로 엔비디아의 최신 모델이 아닌 H100 모델의 메모리 조차 80GB에 이른다. 그록 LPU의 SRAM은 230MB 수준이다. 대규모 모델 학습에는 여전히 대용량 HBM이 필수적이다. 다만 추론 영역에서만큼은 HBM 없는 칩의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은 유효하다.

Q3. 삼성전자에 미칠 타격은 무엇일까


기술적 논쟁을 넘어 삼성전자는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파운드리 부문은 미국 테일러 공장의 가동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그록은 당초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서 양산될 ‘1호 고객’이자 핵심 파트너였다. 엔비디아가 그록의 기술을 흡수함에 따라 향후 생산 물량이 엔비디아의 기존 파트너인 TSMC로 넘어갈 공산이 있다.

메모리 부문 또한 엔비디아의 전략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추론용 칩 설계에 그록의 SRAM 기술을 도입해 HBM 비중을 줄일 경우 삼성전자의 HBM 수요가 일부 감소할 우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록에 지분을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기술과 인력이 경쟁사로 넘어가며 새로운 파운드리 수주 전략과 인수합병(M&A)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졌다고 지적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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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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