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대 수명 100세 시대 건강관리 어떻게 할까


기대 수명 100세 시대가 조만간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병석에 누워 노년을 보낸다면 무엇이 행복하랴. 팔팔하고 왕성하게 사는 기간이 길어야 그게 진짜 수명 연장이다. 그래서 은퇴를 준비할 때 건강관리 계획도 꼼꼼히 세워야 한다. 포춘코리아가 각계각층 전문가들을 통해 베이비부머들의 건강관리 현주소를 살펴봤다.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시가 지난 4월 '서울서베이 사회상 조사'를 발표하면서 밝힌 말이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서울에 사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 중 153만 명이 은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 베이비부 머는 그야말로 거대한 인구집단이다. 정부는 전국의 베이비부머 인구를 약 720만 명으로 추정했다.


이 거대 집단이 본격적으로 은퇴와 노화를 겪게 된다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부담되는 가장 큰 원인은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첨단 의료산업의 발달과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라 기대 수명이 늘어나 이제 한국은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 사회로 다가가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 석상훈 부연구위원은 설명한다. "100세 시대가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 질병과 정신적 질환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만성적인 건강문제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그는 덧붙인다. "노후에 대한 경제적 준비뿐만 아니라 신체적 준비가 미흡할 경우 언론매체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100세까지의 삶은 축복이기보단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베이비부머의 은퇴 러시는 은퇴 쇼크로 불릴 만큼 위협적인 문제가 됐다.

베이비부머는 칼로리 섭취에 대해서는 무심할 정도로 관리를 방치하고 있었다. 전체 베이비부머의 13% 정도만이 자신이 평소 어느 정도의 칼로리를 섭취하는지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는 베이비부머가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대학교 한경혜 교수가 이끄는 베이비부머 패널 연구팀은 최근 의미 있는 연구 보고를 내놨다. 국내 최초로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다각적인 연구를 거듭한 끝에 '한국의 베 이비부머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베이비부머 패널 연구팀에서 은퇴와 건강 섹션을 담당한 서울대학교 김주현 박사는 설명한다. "베이비부머 4,66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를 펼쳤습니다. 그 결과 베이비부머의 59%는 신체적 질환도 없고 우울증도 없는 건강한 상태에 있었어요. 하지만 나머지 41%는 신체적 질환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죠. 더 중요한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베이비부머의 신체 질환이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이에요."


서울대 베이비부머 연구팀은 이미 베이비부머의 건강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경고한다. 김주현 박사는 말한다. "전체 베이비부머들 중 약 34%가 한 가지 이상의 신체 질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질환은 고혈압(14.2%)이죠. 그 다음으로 관절염(6.2%), 위장질환(5.7%), 당뇨 및 고혈당(5.3%) 순입니다." 문제는 고혈압, 당뇨, 관절염은 연령이 올라갈수록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성인병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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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박사는 베이비부머 집단에서 남성과 여성의 질환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고혈압과 당뇨 및 고혈당, 간질환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습니다. 반면 여성은 관절염과 암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발병되고 있어요." 그는 덧붙인다. "남성과 여성 누가 더 신체건강에서 취약한지는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성들의 건강 악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여성들은 폐경 이후 체중이 증가하면서 질병에 노출되는 위험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거죠."

그렇다면 베이비부머가 겪는 다양한 신체 질환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조혜진 교수는 최근 '미래에셋 연금뉴스'를 통해 은퇴기 신체 건강관리 방법으로 '운동'과 '생활 패턴 바꾸기'를 추천했다. 조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신체적인 기능저하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방안은 운동입니다. 미국의 노화연구에서도 건강과 장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운동 선수와 같은 최상의 체력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양의 규칙적인 운동이라고 강조합니다. 관절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낮은 강도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는 거죠."

조혜진 교수는 신체적인 기능저하는 유전보단 생활방식에 따라 더 많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담배와 술, 커피 등이 종교적으로 금지되고 적절한 운동과 숙면이 요구되는 모르몬교도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암발생률은 30%, 심혈관질환은 14%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조교수는 하루 7~8시간 정도의 숙면, 규칙적인 식사, 간식 금지, 정상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절주, 금연 등을 생활 패턴 개선의 주요 내용으로 추천했다.

과연 서울대 베이비부머 연구팀의 조사대상인 베이비부머들은 자신의 신체 건강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연구팀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60%가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운동을 하고 있으며, 63% 정도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평상시 혈압이 어느 정도인 지 알고 있는 비율은 76%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상당수 베이비부머들이 건강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3.3회 운동을 하고, 한 번 운동할 때마다 87분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들는 칼로리 섭취에 대해서는 무심할 정도로 관리를 방치하고 있었다. 조사대상 베이비부머의 약 13%만이 자신이 평소 어느 정도의 칼로리를 섭취하는지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미국 포춘은 '2010 RETIREMENT GUIDE' 특집호에서 칼로리 섭취를 관리하는게 노화방지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사례를 들어 자세하게 다뤘다. '노화방지 혁명 The Anti-aging Revolution' 이란 제목의 이 기획기사에서 데이빗 스팁 David Stipp 기자는 이렇게 썼다. "칼로리 억제는 많은 종에서 수명을 3분의 1 이상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방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칼로리 억제가 과학의 그늘에서 수십 년을 보냈다는 사실은 매우 이상해 보인다."

신체건강을 철두철미하게 돌본다고 해서 건강의 전부를 챙기는 건 아니다.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도 건강관리에 있어 중요한 한 가지 축이다. 대부분의 의학 전문가들은 한 사회의 정신 건강 척도로 '자살률'을 거론한다. 자살은 정신건강이 극도로 취약해졌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한국 자살예방협회에 따르면 최근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17년 전에 비해 약 11.4배나 늘어났다.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남성은 5.8%, 여성은 10.3%가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서울대 김주현 박사는 설명했다. 은퇴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정신 건강을 해치는 요소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석상훈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은퇴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 분석' 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 갑작스럽게 비자발적인 실업을 겪거나 강제 조기퇴직을 당하면, 그러한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심리적 영향으로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퇴직을 눈앞에 둔 베이비부머일수록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정신건강을 챙기는게 중요하단 얘기다.

"지금까지 은퇴설계 프로그램에서는 재무적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해왔습니다. 은퇴설계에는 돈뿐만이 아니라 건강, 여가, 가정생활 등 비재무적인 부분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제 건강관리는 행복한 은퇴 설계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미래에셋퇴직연금 연구소 김종욱 연구원은 말한다. "지금까지 은퇴설계 프로그램에선 노후자금 마련이라는 재무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해왔습니다. 은퇴설계를 할 땐 돈뿐만 아니라 건강, 여가, 가정생활 등 비재무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챙겨야죠." 기대수명 100세 시대가 조만간 우리 곁으로 다가 온다. 병석에서 노년을 보낸다면 무엇이 행복하랴. 팔팔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만이 진정한 수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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