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부자로 은퇴하기

행복한 인생 2막 비밀의 커튼 연다 - 노후자금에서 여가생활까지 백전백승 은퇴 설계


집을 짓기 위해선 설계도가 필요하다.
은퇴생활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은퇴 이후를 맞으려면 거시적인 밑그림과 함께 세세한 준비가 요구된다.
단순한 재무 준비만으론 부족하다.
돈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행복을 위한 포트폴리오, 그 안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차병선 기자 ac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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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5월 발표한 자료에 다르면, 지 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총 인구의 11.3%에 접어 들었다. 이미 한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 고, 초고령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미 국의 경우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71년, 다시 초고령 사회가 되는 데 15 년이 걸렸다. 일본은 각각 24년과 12년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짧은 19년과 7년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쇼크는 클 수밖에 없다.
노인인구가 늘어가면 몇 가지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것들이 생긴다. 우선 국민연금이 줄 어든다. 부동산 가격도 침체될 것으로 점쳐진다. 소득이 적은 노인 인구가 적게 먹고 적게 씀 에 따라 구매력도 하락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 안전망인 공적 연금은 재정고갈 리스크에 직 면한다. 2008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4년부터 재정적자에 돌입해 2060년쯤 완전 고갈될 것으 로 전망된다. 공적 연금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 적 연금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국민연금과 함께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3층 구조로 쌓아 노 후생활을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현재 연금소득대체율(연금 급여 수준 이 퇴직 전 평균 소득에 비해 얼마나 되는지 나 타내는 지표)은 국제기구 권고 수준에 크게 미 달해 노후준비가 열악한 상황이다. 보험연구원 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사적 연금의 경우 세계 은행이 권고하는 소득대체율이 40~50%이지만, 국내의 경우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적 연 금 가입률 역시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독일은 64%, 미국은 56% 정도지만 우리는 32%다.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현재 28세 직장인 A씨가 55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자. A씨가 받 는 월급은 초봉 180만 원에서 퇴직 전 660만원 으로 꾸준히 올랐다. 27년간 국민연금을 넣는 것 외에도 매달 33만원씩 개인연금을 부었다.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A씨가 은퇴 이후 매월 받을 수 있는 연금액수는 55~64세 까지는 약 150만 원, 65세 이후는 240만 원 안 팎이다. 65세가 넘어야 지급되는 금민연금(A씨 의 경우 예상되는 액수는 84만 원이다)이 추가 되기 때문에 이런 계산이 나온다. 240만 원 정 도면 충분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포춘코리아가 마크로밀코리아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 르면 은퇴 뒤 필요한 생활비를 200만 원 언저리 로 꼽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는 현재 물가 기준이다. 물가상승률 3%를 적용하면 444 만 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A씨가 받는 연금은 실제 필요한 생활비의 56%밖에 나 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영화 '버킷 리스트'처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놓고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도 행복한 은퇴를 설계하는 좋은 방법이다"

행복한 은퇴
행복한 은퇴란 무엇일까?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기대수명이 65세 정도밖에 되지 않아 55세에 은퇴를 하고 나면 노후기간은 10년 안팎이었다. 은퇴기간이 짧아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게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이젠 100세 장수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예상 기대수명은 80세, 9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본다. 55세 정년퇴직 이후 적어도 35년 넘게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긴 기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 철저하고 빠른 은퇴 준비가 점점 더 절실해진다.
큰 그림을 그려보자. 은퇴 뒤 생활을 단계별로 나눠보면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활동기. 은퇴 후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시기다. 이후 회고기에는 주로 조용히 사색하며 인생을 돌아본다. 다음은 몸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기 혹은 간병기다. 이 시기엔 당연히 의료비가 많이 든다. 남편이 사망하고 나면 부인이 홀로 생존하는 기간도 있다. 그리고 부인 역시 질병과 싸우는 간병기를 거친다. 시기마다 소요되는 비용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를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가치척도와 건강, 성향에 따라 노년 생활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탐험가형은 은퇴 이후를 제2의 황금기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근로나 봉사생활을 지속하며 넉넉하고 멋진 은퇴를 즐긴다. 이를 위해선 은퇴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일을 미리미리 마련해두거나 재교육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 다음은 여가 생활형. 사회봉사나 자기계발을 등한시하고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유형이다. 뚜렷한 계획 없이 걱정만 하며 살아가는 근심형도 있다. 그들은 적은 재산과 연금소득에 의존해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가는 노후생활을 한다. 그 밖에도 만성질환으로 자녀에게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는 환자형 등이 있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자신의 준비 정도에 달려 있다. 활기차고 풍요로운 인생 2막을 맞으려면 유비무환의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한 은퇴생활을 준비할 수 있을까? 돈만 많은 것으론 부족하다. 가족과 건강, 사회활동, 취미와 여가, 재무 이 다섯 가지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비재무적인 준비를 위해선 영화 '버킷 리스트'에 나오는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처럼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놓고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을 위해 할 일, 건강을 위해 실천해야 할 일 등 리스트를 만들다 보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좀 더 확연하게 찾을 수 있다.
재무적으론 생활비, 의료비, 취미생활비, 장기 요양비 등을 준비해야 한다. 삼성생명은퇴연구소가 조사한 월 생활비 자료를 보자. 현 무가기준으로 아주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월 160만 원 정도다. 여기엔 기초생활비와 건강관리비만 포함되어 있다. 경조사비나 차량유지비, 여행비 등 실제적인 삶에 필요한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월 310만 원은 잡아야 한다. 레저활동비 등까지 추가해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선 월 550만 원이 소요된다. 30년 뒤 물가로 계산하면 이 액수의 2배 이상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목돈이 아니다. 현금 흐름이다. 쉽게 현금화할 수 없는 부동산보단 매달 나오는 연금이 실질적으로 더 유용하다. 앞서 언급한 A씨의 경우처럼 워 수령액이 240만 원인 사람은 재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개인연금 액수를 늘리거나, 자산을 연금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의료비는 통상적인 병원비와 함께 암이나 뇌출혈 같은 중증 질환 치료비와 장기 요양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란 사람이 평생 동안 의료비로 사용하는 돈은 평균 7,700만 원이다. 대개 이 중 절반 가량을 60대 이후에 쓴다. 노후에 의료비가 집중적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간병기간을 3년으로 잡으면 약 2,000만 원에서 6,000만 원이 필요하고, 5년으로 가정하면 3,000만 원에서 1억 원이 들어간다. 의료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보험상품을 활용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 그 외 여행비나 자녀 결혼비용, 창업 비용처럼 목돈이 들어가는 비용은 적립식 펀드상품을 활용하는 걸 고려할 만하다.

도움말: 이창성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전문위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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