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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의 영약을 찾아서

미국의 분자생물학자 빌 앤드류스는 지난 20년간 인체 노화를 일으키는 분자 메커니즘의 비밀을 밝혀내려 애써왔다. 이를 통해 인간의 수명을 150세로 늘리는 게 그의 꿈이다.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6월 필자는 앤드류스와 함께 노스캘리포니아의 트러키 강가를 달리고 있었다. 191㎝의 장신에 330㎜라는 어마어마한 발 사이즈를 지 닌 앤드류스는 분자생물학자인 동시에 59세의 나이를 무색 케 할 만큼 좋은 기록을 보유한 미국을 대표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이런 그는 자신의 달리기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달리 기를 시작한지 한참이 지나도록 힘든 기색 없이 앞으로 나 아갔다. 운동과는 담을 쌓은 필자의 요청으로 잠시 멈춰 서 서 숨을 고르는 동안 앤드류스는 이렇게 말했다.

"울트라 마라톤에서 저는 160㎞를 달립니다. 하지만 결 승점에 도착해도 누워서 쉬는 대신 다시 출발점을 향해 달 려 나갑니다. 돌아가는 길에서 그제야 간신히 결승점에 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죠. 길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뛰어 넘으며 달린 적도 많았는데 그건 엄청난 쾌감을 줍니다." 애초 앤드류스는 30㎞ 정도를 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목표는 대폭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었다. 6.4㎞ 지점에서 필자가 결국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또한 중년이 되면서 잠시 달리기를 그만둔 적이 있었 다. 하지만 다시 열혈 마니아가 됐다. 신생 생명공학기업 시 에라 사이언스를 설립한 뒤 연구를 하던 중 알게 된 사실 때 문이었다.

당시 앤드류스와 동료 과학자들은 노화 방지에 필요한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맹목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장장 5년 간 하루 14~18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로부터 지금처럼 살다가는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노화 방지 연구자가 과로로 요절하는 우스 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이렇게 생각했죠. 열심히 노력해 노화를 막을 방법 을 찾아내고는 일찍 죽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지?"

노화방지의 첨병, 텔로머라아제

앤드류스의 목표, 즉 인간의 수명을 150세로 늘리는 것을 놓고 항간에서는 망상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자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결코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케임브리지대학 유전학자이자 그의 친구인 오브리 디 그 레이 박사의 경우 주기적으로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교 체해 수명을 늘리는, 과학과 공상을 넘나드는 연구를 수행 하며 뭇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해도 앤드류스는 그 와는 조금 다르다.

1990년대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유명 생명공학기업제론의 분자생물학 부장이었던 앤드류스는 콜로라도대학 연구팀과 함께 10여년의 힘겨운 연구 끝에 경쟁자였던 MIT 보다 조금 앞서 인간의 텔로머라아제(telomerase) 유전자 확인에 성공했다. 두 연구팀의 경쟁을 통해 엄청난 생물학적 가치를 지닌 텔로메라아제의 존재가 입증된 것이다.

텔로머라아제는 DNA 염색체 끝 부분에 위치한 텔로미 어(telomere)라는 염색소립(chromomere)을 유지시켜 주 는 효소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짧아지는데 너무 짧아지면 세포분열이 잘 이뤄지지 못하다가 급기야 중 단된다. 인간의 연령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세포 복제에 의존 하여 성능을 유지하는 많은 조직과 장기들이 제 임무를 제 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부는 처지고, 내 장기관은 약해지며, 면역체계도 힘을 잃어 종국에는 감기에 의해서도 사망에 이를 수 있게 된다. 단적으로 말해 텔로머 라아제는 인간의 노화와 직접적이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이 더 많은 텔로머라아제를 만들어 내 도록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노화를 막아 생명연장의 꿈도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그게 바로 앤드류스의 목표다. 그가 마라톤이라는 수단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 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텔로미어를 지키기 위해서다. 건강 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은 텔로미어의 건강까지 위협하기 때 문이다. 게다가 텔로미어가 짧아지기도 전에 심장병이나 암 과 같은 질병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반면 유산소 운동을 하 면 텔로미어의 짧아지는 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진다. 앤드류스는 자유라디칼(free radical) 등 노화의 근본 원인으로 알려진 요인들을 다이너마이트 다발이라고 한다 면 텔로미어는 이 다발과 연결된 심지라고 비유한다. 심지가 짧을수록 폭발이 빨리 일어나듯 텔로미어가 짧을수록 노화 도 빨라진다는 의미다.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을 막을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 다. 이때는 흡연, 비만 등 다른 노화 촉진 요인이 없는 사람 들은 거뜬히 150살까지 살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의 기대수 명보다 최소 50년은 더 사는 거죠."

안티에이징 전쟁

하지만 노화 방지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기에는 앤드류스 앞에 놓인 현실적 장벽은 너무 높았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붕괴되며 그의 연구를 지원하던 주 요 투자자들이 손을 떼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추가적 자 금지원 없이는 연구팀이 지금껏 찾아낸 텔로머라아제를 활 성화하는 40여종의 화학물질에 대한 후속연구가 불가능했 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앤드류스는 작년 9월 애리조나 소재 네트워크 마케팅 전문기업 아이사제닉스의 창립자 존 W. 앤더슨과 연구지원 및 제품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아이사 제닉스는 곧 시에라 사이언스가 텔로미어 유지 기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한 여러 천연 화학물질들로 안티에이징 제품을 출시한다. 물론 이 제품은 수명 150세를 달성할 강력한 노화방지 효과를 발현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건강 증진 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앤드류스는 믿는다.

또한 이 를 통해 한층 완성도 높은 노화방지 화학물질과 약품의 개 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복안이다. 아이사제닉스의 제품을 통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하는 모든 인증절 차를 감당해낼 수 있는 억만장자 투자자나 거대 제약회사의 시선을 끌겠다는 것이다.

"저는 제 자신이 늙는 것을 막고 싶어요. 친구와 가족, 저 희 회사에 자금을 댄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노화도 막고 싶죠. 그래서 돈도 엄청나게 벌고요. 하지만 전 인류 의 노화를 막는 일은 갑부가 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날 의사들은 신체적 능력의 감퇴를 노환, 즉 나이를 먹을수록 암이나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측면에 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1950년대의 생물학자들은 노화를 질병으로 여겼다.

자유라디칼이 주변에서 전자를 빼앗아 가면 인체에 유해한 연쇄반응이 촉발된다는 이유에 서다. 일례로 자유라디칼에 의해 콜레스테롤 분자들이 산화되 면 동맥 내벽에 플라크(plaque)라는 지방덩어리가 축적돼 죽상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에 걸릴 수 있다.

또한 세포핵의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 발병에 좋은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노화를 질병으로 보는 이 분야의 최신 연구에서는 포도 당을 세포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로 바꿔주는 일종의 세포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에 주목한다. 미토콘드리아 는 자유라디칼의 생산공장으로서 노화가 진행되면 자유라 디칼 생산량이 더 늘어나는 탓이다.

이런 자유라디칼은 에 너지 생산을 방해하고 세포에 위해를 가하는 등 인체 시스 템 전반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런 메커니즘은 현재까지도 세포생물학자들 사이에서 피부 노화를 설명하는 가장 과학적인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텔로미어에 관한 연구는 이를 넘어 우리가 분자 단위에서 노화의 기본 메커니즘을 한 단계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1만5,000개가 5,000개로

텔로미어 연구가 초기단계에 있던 1984년, 이 분야 연구자 들에게 큰 힘을 실어준 사건이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분자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대학 원생 캐럴 그라이더가 조류(藻類) 원생동물에서 텔로머라 아제 효소를 발견한 것. 두 사람은 이 공로로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 발견이 후속연구를 이끌어내며 우리가 인체의 텔로미 어와 텔로머라아제를 더욱 정확히 알도록 해줬다. 먼저 텔로미어는 6개의 DNA 염기가 반복적으로 배열된 형태를 하고 있다. 티민(thymine) 2개, 아데닌(adenine) 1 개, 구아닌(guanine) 3개가 연결돼 'TTAGGG'으로 표현된다.

이들이 염색체를 덮어 잠재적 암 발병을 가능성을 막고 있다. 텔로미어는 또 앞서 언급했듯 세포 분열을 돕는다. 다만 세포 분열 시마다 염색체의 말단은 2개의 새로 만들어진 세 포에 완벽히 복제되지 않으며 텔로미어 DNA의 일부가 상실 된다. 잦은 분열을 거친 세포들일수록 텔로미어도 짧다.

텔로머라아제의 역할은 바로 새로운 텔로미어 DNA를 합성, 이처럼 짧아진 텔로미어에 붙여서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인생은 결국 줄어들고 있는 텔로미어를 하릴 없이 지켜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수정란의 텔로미어가 가진 DNA 염기쌍은 약 1만5,000개에 달한다. 하 지만 10개월이 지나 태아가 출생할 시점에는 이미 1만개 정 도로 줄어든다. 텔로머라아제가 텔로미어 복구에 노력을 기울이지만 태아기의 급속한 세포 분할을 감당하기에는 역부 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생 후부터 대다수 텔로머라아제 유전자는 작 동을 멈춘다. 보디가드가 대폭 사라진 만큼 나이가 들수록 텔로미어 DNA를 잃어버릴 것은 당연지사다. 일반적으로 20대에 접어들면 연간 약 50개의 텔로미어 DNA 염기쌍을 잃는다. 시간이 흘러 텔로미어 DNA가 5,000개 이하가 될 즈음 인간은 황혼기를 맞게 되며 세포들의 분열 능력이 사라진다.

이렇게 분열 능력을 잃은 노쇠한 세포들은 자신의 원래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사멸이라는 최후를 맞는다. 앤드류스는 20년 전 제론에 근무하던 시절 직장 상사로 부임한 선구적 텔로미어 연구자 캘빈 할리 박사의 강의를 처 음 듣고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강의의 주제는 '체세포 분열 시계(Mitotic Clock)'였는데 텔로미어 가 세포의 노화 상태를 알려주는 일종의 세포 시계 역할을 한다는 게 할리 박사의 설명이었다. 당시 앤드류스는 누구 도 반박하기 어려운 정확한 비유에 큰 감명을 받았다.

살아있는 조직의 회춘

이와 관련해 실험실에서 인공 배양된 사람의 체세포는 분열 능력이 50~70회에 불과하다. 이 현상을 처음 발견한 미국 의 노화 연구자 레오나드 헤이플릭의 이름을 따 이를 '헤이 플릭 분열 한계(Hayflick limit)'라 부른다.



인체는 실험용 접시보다 극도로 복잡다단하지만 앤드류스는 인체에도 나름대로의 세포 분열 제한 요소가 있어 모 든 인간의 최대 수명은 거의 규정화된 한계치를 지닌다고 본 다. 100세면 장수라는 칭호를 얻으며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125세를 넘기지 못했다.

만일 자유라디칼에 의한 이런저런 손상이 노화의 주된 이유라면 신체 기능 감퇴와 최대 수명은 각 사람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야 한다.

자유라디칼 발생량은 환경에 좌우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람들의 기대수명을 5년 이내의 오차범위로 알 아맞힐 확률이 95%나 됩니다. 이것만 봐도 노화나 수명은 자유라디칼이 좌우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죠. 우리 몸속에 일종의 '수명 시계'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세포 단위의 노화가 전체 유기 생명체의 노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의 문제는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치열하다.

특히 대다수 학자들은 앤드류스나 할리 박사와 달리 짧아지거나 손상된 텔로미어가 노화와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세포 분열에 의존하는 인체 조직 및 장기 들은 세포 분열 없이도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상당한 예비 능력을 축적하고 있는데다 신체 기능 감퇴의 주역인 뉴 런이나 심장근육 세포는 애당초 세포 분열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텔로미어가 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노화의 주범일 수도 있다는 학설이 득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텔로미어 분야 생물학자들은 심장 건강의 경우 혈관 내부에 뻗어 있는 내피세포, 뇌 건강은 뉴런 보호 물질 인 미엘린(myelin) 막을 생산하는 아교세포 및 슈반세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지적한다.

내피세포, 아교세포, 슈반 세포는 모두 텔로미어라는 '체세포 분열 시계'에 영향을 받는 세포다. 덧붙여 작년 하버드대학 다나파버암연구소의 로널드 데 피노 박사가 네이처에 발표한 두 건의 연구논문은 텔로머라 아제 활성화에 대한 논쟁의 판을 완전히 새로 짰다.

데피노박사는 당시 기발한 방법으로 실험용 쥐의 텔로머라아제 생산을 멈췄다가 재개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가 택한 방법 은 단순히 합성 에스트로겐 약물을 투여했다가 멈추는 것 이었다.

마법의 약

최초 연구에서 텔로머라아제의 분비가 중단된 쥐는 80~90 세의 인간과 같은 노쇠 증세를 보였다. 주름진 피부, 장(臟) 운동 둔화에 더해 뇌의 수축도 일어났다. 그런데 텔로머라 아제 분비를 재개시키자 놀랍게도 불과 한 달 만에 이들 조 직은 젊음을 되찾았다. 데피노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이렇 게 정의 내렸다.

"쥐를 할머니로 만들었다가 다시 청소년으로 만들었습 니다."글자 그대로 그는 살아있는 조직의 회춘에 성공하며 노화의 중단 또는 지연이 과학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사 실을 만천하에 증명한 것이다. 데피노 박사는 또 네이처에 게재한 두 번째 논문에서 노 화에 대한 하나의 통합된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인생 후반의 노화를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라고 명명했다. 이 소용돌이로 인해 80세까지 육체적·정신 적으로 활달한 삶을 살던 사람도 90세나 100세가 되면 이 렇다 할 질병이 없는데도 무기력해진다는 설명이다.

단적으로 말해 그가 쥐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자유 라디칼에 의한 손상,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텔로미어 단 축 및 손상 등 노화를 촉진한다고 지목된 일련의 원인들이 서로 연결돼 있으며 도미노의 첫 번째 블록을 쓰러뜨리면 모든 블록이 차례로 무너지듯 텔로미어가 노화 촉진의 방아 쇠를 당길 수 있음을 알려준다.

데피노 박사는 앞으로 보다 많은 쥐 실험을 거쳐 합성 에 스트로겐 약물의 FDA 승인을 목표로 임상시험을 실시한다 는 계획이다. 아마도 그렇게 되기까지는 적어도 수년, 어쩌 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약품을 FDA 승인이 필요 없는 건 강보조제로 판매하면 이 같은 복잡하고 오랜 기다림을 피할 수 있지만 데피노 박사는 그런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요법이 완성되더라도 언제 어느 때 활성화시켜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텔로머라아제가 독이 될 수도 있어요."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교수로 재 직 중인 블랙번 박사 역시 텔로머라아제 활성화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데피노 박사의 요법에 대 한 판단을 보류했다. "마법의 불로장생약이요? 그렇게 불렸던 약은 인류 역사 상 족히 100만번이나 등장했습니다."

짚더미에서 바늘 찾기

LA의 게임쇼 프로듀서로 일했던 앤드류스의 아버지는 현 재 84세의 은퇴한 노인이지만 아직도 혈기가 왕성하다. 늙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했던 그는 앤드류스가 10대가 되기도 전에 성인이 되면 노화 문제 해결에 도전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래 서인지 지금껏 단 한 번도 노화가 인생의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단지 노화를 극복할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인거죠." 아버지의 열렬한 후원을 받으며 제론에서 텔로머라아제 를 연구하던 그는 1990년대 후반 퇴사를 결심했다.



제론이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연구를 저버리고 대부분의 자금을 줄 기세포에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1999년 그는 회사를 나와 분자 크기의 약물을 통해 인체의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스위치를 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시에라 사이언스를 설립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앤드류스는 별다른 금전적 어려움 없이 연구를 진행했다. 시에라 사이언스가 유망 신생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노화방지를 연구하고 있었던 탓에 투자자 는 주로 늙고 돈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언젠가 젊음 을 되찾아 행복한 노년을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꺼 이 높은 위험부담을 감수했다.

처음 앤드류스는 DNA 재조합 기법에 기반해 텔로머라 아제 활성화를 모색했다. 거대 제약시장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 기업보다는 대학 실험실의 연구에 적합한 방식이었지 만 그때까지 그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텔로머라아제 유전자를 구성하는 수천 개의 DNA 염기 중 한 두개를 변형시킨 DNA 재조합 유전자들을 수천 종 만들고는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하는 단백질인 리프 레서(repressor)를 이용해 실제로 억제 효과가 있는지 확인 했다. 이 작업을 통해 인체 내에서 텔로머라아제 생성을 억 제한 리프레서의 분자 구성을 밝혀내고자 함이다.


그렇게만 되면 이 리프레서를 억제시켜 텔로머라아제 유전자의 작동 스위치를 다시 켤 수 있다. 하지만 갖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2006년 앤드류스는 전략을 수정했다.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물질을 DNA 재조 합 기술로 개발하는 것은 마치 짚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기 위해 모든 짚들을 분자 단위로 분석하는 것과 같다는 데 연 구원들의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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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략은 쇠스랑을 들고 짚더미를 마구 파헤치는 식의 무차별 전법이었다. 수십만 종에 이르는 화합물 관련 자료를 구매한 후 각 화합물들을 하나씩 차례차례 꺼내서 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체 세포의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 시키는지 살폈던 것. 이 실험을 위해 앤드류스가 선택한 인체 세포는 '섬유아 세포'였다.

사람의 피부와 결합조직에서 발견되는 이 세포는 비교적 저렴하고 배양이 쉽다. 인체가 아닌 실험실 환경에서 는 자체적인 텔로머라아제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화합 물의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효과를 한결 확실히 알 수도 있 다. 게다가 섬유아세포는 실험실에서도 자연 상태와 똑같이 행동하며 줄기세포와 달리 절대 다른 세포로 변하지 않는다.

텔로머라아제 전도사

앤드류스가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 저명한 과학 자문들은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그의 생각에 회의적 의견 을 피력했다. 하지만 연구 후반에 접어든 지금 그의 자문 중 에서 섬유아세포를 이용한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연구에 이 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론 시절 앤드류스의 동료이자 전직 시에라 사이언스의 컨설턴트였던 브라이언트 빌포인토는 이렇게 말했다. "앤드 류스는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고집 센 사람이죠. 어떤 것에 한번 빠지면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립니다." 1년 반 동안 무수한 화합물들을 테스트한 결과, 그는 그 토록 원하던 답을 찾았다.

장장 5만7,684회째의 실험에서 급기야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하는 화학물질을 발견한 것 이다. C0057684로 불리는 이 물질은 인체에 투여할 의약 품으로 만들기에는 독성이 너무 강했지만 텔로머라아제 활 성화 여부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양성 대조군(positive control)의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렇게 시에라 사이언스는 C0057684를 이용해 검출 시험의 정밀도를 크게 높임으로써 아무리 미약한 텔로머라아제 활 성화라로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금융위기가 닥쳤고 주요 투자자들의 지원이 끊기면서 회사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앤드류스 에게 실험실에서 연구에 전념할 여유는 없었다.

돈을 마련하 기 위해 텔로머라아제 전도사가 되어 투자자를 찾아서 전국 을 헤매야 했으며 시에라 사이언스 웹사이트에는 '투자자를 찾습니다!'라는 링크가 내걸렸다. 앤드류스는 또 생명연장과 관련된 블로그에 일일이 접속 해 처절한 SOS 메시지를 날렸다. '매달 최소 20만 달러의 운 영자금을 제공할 투자자를 긴급히 찾습니다'라고 말이다.

이 시절 앤드류스를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은 실험실의 연구상황을 매일 지휘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앉아 전화와 이 메일을 통해 난국에 빠진 회사를 구해야하는 자신의 처지였 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랫동안 궁핍한 상황을 견디면 서 그는 궁핍함이 아예 몸에 배어버렸다.

이는 필자와 인터 뷰를 하는 중에도 드러났다. "제 아침식사는 보디빌더들이 먹는 프로틴 셰이크에요.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대형할인마트에서 매일 저녁에 먹을 냉동식품을 대량으로 구매하죠."

동양 약초의 신비

그의 자린고비 같은 습관은 사무실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사무실 한쪽에 낮고 긴 서랍장이 놓여있는데 사실 이것은 출 퇴근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그의 간이침대였다.

"길이가 제 키보다 조금 짧기는 하지만 다리를 굽히고 누 우면 나름대로 괜찮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의 수도승에 가까운 고행을 마다하 지 않는 그를 보면 누구나 진정한 유전자광이라는 느낌을 받 기에 충분했다. 현재 시에라 사이언스의 실험실에는 테스트를 위한 엄청 난 양의 합성 화합물들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그 자리는 매 주 아이사제닉스의 애리조나 연구실에서 보내온 중국과 인 도의 전통 약초 추출물로 채워져 있다.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 로는 최소 3종이 텔로머라아제 활성화에 효과를 보였다. 앤드류스는 이 사실에 크게 놀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건강을 위해 오랫동안 동양의 약초들을 먹어왔던 사람들은 자 신도 모르게 몸속의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시켰던 것이란 말인가? 다만 자칭 건강보조제 연구자이자 의약품 헌터인 아이사 제닉스의 창립자 앤더슨은 이 같은 앤드류스의 생각에 동의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비화학적 방식의 원료 추 출·정제공정이 원료물질의 약효를 고도화시킨 결과라고 주 장한다. 시에라 사이언스의 행정책임자인 존 코넬 역시 최소한 자 연상태의 약초에서는 이와 동일한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 판단하고 있다.



"만일 이들 약초에 앤드류스가 찾아 헤맸던 수준의 텔로 머라아제 활성화 효과가 있었다면 동양 사람들은 이미 불사 신이 되어 있을 거에요." 앤드류스는 필자를 데리고 계속해서 시에라 사이언스의 여러 실험실들을 안내했다. 모든 실험실에는 공통점이 있었 다. 사람의 숫자가 연구장비의 숫자보다 적다는 것이었다.

금융위기 시절, 상근 연구자의 수를 34명에서 8명으로 줄인 결과였다. 연구동 중앙부에 위치한 비좁은 실험실에 도착하자 몇 명 의 생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수백만 개의 인간 섬유아세포 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플라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앤드류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섬유아세포는 작은 병에 옮겨져 액체질소로 냉동된 후 순서에 맞춰 해동시켜서 앤더슨이 보내온 천연 약초 추출물에 24시간 동안 담가진 다. 그 다음 연구동 건물 반대편의 또 다른 과학자 및 기술자 팀에 인계된다.

여기서 세포들은 라이트사이클러(Light Cycler)라는 분 석기에 투입된다. 이 분석기는 미국의 인기드라마 CSI에서 범인 색출에 활용하며 유명해진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기법을 통해 분자 단위 움직임을 증폭시킨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텔로머라아제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바로 RNA와 촉매 단백질이다. 촉매 단백질이 RNA를 견본 삼아 새로운 텔로미어 DNA를 합성, 짧아진 텔로미어에 이어붙이는 것이다. 라이트사이클러는 RNA 활동을 스캔하여 연구자들이 의도한 텔로머라아제 활성화가 발현되고 있는지 알아낸다.

가능성이 확인된 화합물들은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촉매 단 백질이 작동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찾는다. 앤드류스는 이를 과일 선별 작업에 비유하며 라이트사이 클러는 가장 잘 익은 과일을 골라내는 기계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테스트 중인 화합물 속에서 일어나는 텔로 머라아제의 활성화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 즉 표준대조군 (standard control)은 암세포인 '헬라세포(HeLa cell)'인데 앤드류스는 노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이론상 하나의 화 학물질을 16개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헬라세포를 영원히 살도록 만들려면 16%의 텔로머라아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은 텔로머라아제를 100%, 아니 그 이상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블랙번 박사의 지적처럼 텔로머라아제는 지킬 박사와 하 이드 같은 이중성을 지닌다. 텔로머라아제 자체는 세포를 암 세포로 변이시키지 않지만 암세포처럼 위험한 세포에 텔로 머라아제가 공급되면 큰일이 날 수 있다.



이들의 세포분열 능 력까지 연장시켜 질병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탓이다. 할리 박사도 "가능성은 적지만 텔로머라아제 효소 의 활성화는 전암(前癌) 세포의 분열을 촉진, 암세포로 만들 위험이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앤드류스와 할리 박사 모두 발암 가능성 증가라 는 역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

텔로머라아 제가 하이드가 아닌 지킬 박사로서 염색체의 파괴와 재결합 을 막아 암 유발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암과 싸우 는 면역세포들의 활동을 강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앤드류스는 또 미국 의학협회지 2010년 7월 7일자에 실 린 한 연구결과를 예로 들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암 발병률 과 텔로미어의 길이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텔로미어가 짧아 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발병률이 3배, 암에 의한 사망률은 무려 11배 높아진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를 근거로 앤드류스는 텔로머라아제의 폭주에 가장 취 약할 수 있는 암환자들도 텔로머라아제 활성화로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의학박사가 아닌 만큼 저는 약물의 효과를 말할 때면 언 제나 조심스럽습니다. 의학적 조언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 고요. 하지만 제가 암에 걸린다면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약물 을 가급적 많이 구해서 복용하겠습니다." 사실, 그는 현재 실제로 암환자다.

노력의 대가

당연한 얘기겠지만 앤드류스가 한때 몸담았던 제론도 텔로 머라아제 연구에서 완전히 손을 땐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현재 중국 약초인 자운영(紫雲英)에서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물질을 발견, 정식 약품으로 출시하기 위한 임상시험 계획을 마무리 짓고 있는 상태다.

2002년 뉴욕 소재 TA 사이언스는 제론과 계약을 체결, 이 물질을 건강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 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 3년 전 TA-65라는 테스트용 시제 품을 개발, 100명의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1인당 연간 2만 5,000달러라는 거금을 내면서까지 노화방지 연구의 실험용 쥐 노릇을 자청한 사람들 중에는 앤드류스도 포함돼 있다. TA 사이언스는 올해 TA-65의 생산량은 더 늘리고 가격 은 다소 인하했다.

비록 아직까지 활력 증진, 정신력 강화, 성기능 증대, 시력 향상 등 이 제품이 표방하는 효능이 과학 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앤드류스는 TA-65 복용 후 마라톤 완주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누렸다. TA 사이언스 가 100명의 고객을 관찰한 연구에서도 면역력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2008년 TA-65를 처음 복용하려했을 때를 회상하는 앤 드류스의 목소리는 천진난만했다. 마치 불로초를 찾아 끝없는 탐험을 떠나는 사람처럼 보였다. "TA 사이언스의 노엘 토머스 패튼 사장과 저녁을 먹으면 서 2주후에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해 했던 게 기억납니다." 앤드류스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의 열정에 몸을 내맡기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투자자를 모을 때 그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그 덕택(?)에 그는 학계에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인물이 돼 버렸다. 단적인 예로서 '노화는 텔로미어의 길이 가 줄어들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차 떼 고 포까지 떼어 낸 그의 발언을 접한 일 부 학자들은 그가 노화 문제를 너무나 단순히 보고 있다고 비평한다.



앤 드류스 조차도 '노화를 막자, 아니면 죽을 때까지 노력 하자(Cure Aging or Die Trying)'라는 극단적 사 훈 때문에 유수 생물학 자들이 자신의 편에 서 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제론의 화학부장 출 신으로 현재 시에라 사 이언스의 컨설턴트로 재직 중인 페데리코 가에타에게 앤드류스 가 지독스레 장수만을 추구하 다가 평판을 잃은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는 분명히 학계의 동료들에 게 그간의 노력의 대가를 얻고 있 어요. 그 크기는 알수 없지만요. 언 젠가 그에게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 할 기회가 올 테죠. 지금은 그동안 해온 연구의 결과물을 내놔야 하는 입장입니다."

도전은 계속된다

어둠이 내리고 있는 오후 5시. 시에라 사이언스의 임직원들은 이미 거의 퇴근을 마쳤다. 하지 만 앤드류스는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하다가 서랍장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 예정이다. 앤드류스를 남기고 마지막으로 퇴근한 직원은 IT전문가 로서 앤드류스와 고교 동창생인 랜디 리다.

퇴근 전 랜디는 앤드류스 사무실 근처를 서성대고 있었다. 나쁜 소식을 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업무는 연구실의 낡은 컴퓨터 시 스템을 유지·관리하는 것이었는데 오늘 시스템이 망가지며 귀중한 데이터가 날아가 버렸다. 보고를 받은 앤드류스는 눈에 띄게 낙담했다.

마치 수십 ㎏의 짐을 진 듯이 어깨가 축 쳐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렸다. "직원들에게 현 시스템으로는 어렵겠다고 말했었지. 무 리하게 끌어안고 갔다가는 뭔가 잃을지도 모른다고. 알았 네. 그만 퇴근하게. 나도 그런 일이 벌어져서 유감이야." 랜디가 사라진 후 필자는 앤드류스에게, 누군가 1,000 만 달러짜리 수표를 쥐어준다면 텔로머라아제를 확실시 활성화시킬 화학물질을 상품화하기에 충분한지에 대 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이 렇게 대답했다. "그 정도 돈으로는 불가능해요.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 는 좋은 천연 화학물질을 발견할 확률은 높여주겠죠. 하지 만 이를 약품으로 출시하려면 3,000만 달러는 필요합니다. 저는 모든 사업계획을 짜놓았어요. 어디에 얼마만큼의 돈을 사용할지 이미 정해둔 상태죠."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시에라 사이언스가 처할 수 있 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최악의 상황이라면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약품을 개발 했는데 약품을 복용한 사람들 모두가 젊음을 되찾지 못하 고 일찍 사망하는 거에요." 이런 대답에 필자는 질문을 좀 더 명확히 하기로 했다.

"아니오. 제가 듣고 싶은 것은 최악의 재무 시나리오예요." 그러자 앤드류스는 재차 자신의 생각을 전해줬다. "그런 경우라면 회사는 문을 닫을 것이고 저는 다른 일 자리를 찾겠죠. 하지만 그렇더라도 저는 다른 투자자들을 모아 회사의 재건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이 일을 하지 못하 면 뭘 해도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제가 죽을 때까지 제 연구 는 끝나지 않습니다."

불로장생을 향한 인간의 욕망



고대시대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제우스에게 자신의 연인인 티토누스를 불사신으로 만들어 자신과 영원히 살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에오스는 실수로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빠뜨렸다. 그래서 티토누스는 끝없이 늙어가는 불사신이 됐다. 결국 에오스는 늙은 티토누스를 방안에 영원히 가둬버렸다.



13세기
영국 철학자 로저 베이컨은 노화의 원인이 태생적으로 지닌 체내의 수분 손실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래서 그는 남성 노인들에게 오래 살고 싶으면 젊은 여성과 함께 지내며 그녀들의 땀과 날숨을 통해 수분을 보충하라고 권했다.



1513년
스페인 탐험가 후안 폰세 데 레온이 전설 속에 나오는 '젊음의 샘'을 찾기 위한 여행에서 우연히 미국 플로리다주를 발견했다. 그는 55세 때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성과 결혼한 뒤 아열대 지방의 자연산 정력제를 찾아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이 설들을 입증할 자료는 없지만 후대의 역사학자들은 그 신빙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1726년
1726년 발간된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는 이마에 붉은 점이 찍힌 채 태어난다는 불사신 '스트룰드브루그(Struldbrugg)'가 등장한다. 걸리버는 이들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들은 늙어가는 몸으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고통스런 처지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머리카락과 치아는 모조리 빠져버리며 언어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능력도 없어 이웃종족들과 대화조차 하지 못한다.



1889년
프랑스 생리학자 브라운 세카르가 기니피그와 개의 생식선(sex gland)을 건조시켜 갈아 만든 강장제를 젊음과 정력 유지의 영약으로 추천했다. 그는 또한 회춘을 위한 주사요법과 고환 이식 수술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1964년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에틴거가 '냉동인간(The Prospect of Immortality)'이라는 저서에서 인체냉동보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해 소생이 가능해질 때까지 시신을 냉동보존 하자는 것이다.

이윽고 1972년에는 시신냉동보존 전문기업 알코르생명연장재단이 창립돼 1976년 최초의 냉동인간이 탄생했다. 여기서는 가격에 따라 몸 전체 혹은 머리만 따로 냉동 보존할 수 있다.



1996년
미국의 암 전문의 윌리엄 레겔슨이 '멜라토닌 기적(The Melatonin Miracle)'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이 뉴스위크의 커버스토리에 실리자 멜라토닌은 노화방지, 질병치료, 성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천연 호르몬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이 책의 기반이 된 연구는 다소 신뢰성이 떨어진다.



2005년
미국의 유명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저서 '특이점이 온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두뇌가 컴퓨터에 업로드 되면서 육체는 죽어도 정신은 영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2008년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이 신생기업 서티스(Sirtis)를 7억2,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서티스는 쥐 실험을 통해 수명연장 효과가 확인된 노화방지 물질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연구기업으로 대형 연구소들도 성공하지 못한 레스베라트롤의 유사물질을 개발했다. 이번 인수로 GSK는 천연 레스베라트롤 관련 연구를 중단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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