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명품 브랜드 피나이더 CEO가 말하는 럭셔리 비즈니스
이탈리아 종이 middot; 피혁 명품 브랜드 피나이더의 CEO 알베르토 볼리니가 국내 진출 1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볼리니는 피나이더가 지난 1 년간 국내에서 나름대로 단단한 초석을 쌓았다고 자신한다. 백화점 몇 곳으로부터 입점 러브콜을 받았고, 지난해 말 한 대기업 회장이 독특한 종이로 된 연하장을 보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국 정상들이 2009년 G8 정상회담에서 이 회사 사무용품을 사용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입소문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었다. 포춘코리아가 240년 역사의 이 회사 를 6년째 책임지고 있는 볼리니를 직접 만나 명품 비즈니스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한정연 기자
jayhan@hmgp.co.kr"11월엔 중국 시장에도 진출한다. 우리는 한국 시장의 성공적인 모델이 중국 진출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나이더의 알베르토 볼리니(47) CEO는 명함을 교환하며 "불빛에 한번 비춰보라" 고 말했다. 기자가 명함을 한참 들고 있자 그가 바짝 다가와 "피나이더 로고가 여기 보이지 않느냐" 며 한마디를 거든다. 그는 사진기자가 한국어로 무언가를 요구하면 통역 없이도 금세 알아들었다. 인터뷰 중에는 피나이더 제품을 한국에 공급하는 한국메사 임원진을 배려하면서 답변을 했다. 41세에 240년 전통의 명품 브랜드 CEO가 된 이유를 알 듯했다.
한국에서 인상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본 적이 있나?우리 매장에 처음 갔을 때 무척 인상적인 감정을 느꼈다. 한국인들은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을 찾은 첫날 신세계백화점의 피나이더 매장을 찾았다. 한 젊은 여직원이 제품에 흠집이 날까 봐 흰 장갑을 끼고 물건을 다루고 있었 다. 이탈리아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인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피나이더가 한국에 진출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나?굉장히 성공적인 한 해였다. 무척 만족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과 비교하긴 힘들지만, 매출 제로에서 시작한 한국이 성장률 부문에선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을 아시아의 허브로 삼겠다고 했다. 많은 명품 브랜드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 국을 공략하고 있지만 피나이더는 유독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왜 그런가?한국에 먼저 입성했지만, 올 11월엔 중국 시장 에도 진출한다. 상하이에 매장을 연다. 우리는 한국 시장의 성공적인 모델이 중국 진출 의 가이드 라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선 단독 매장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현지 파트너 회사를 찾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 진출 노하우를 적용할 생각이다.
한국에서 어떤 특별한 경험을 했나?미국이나 유럽의 많은 나라도 우리에게는 신규 시장이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경험은 내게 무척 독특했다. 아시아 고객들이 특별한 요구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한국 시장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한국 고객의 요구는 무척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중국 시장의 가이드라인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한국 유통업체는 인기 있는 특정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사실상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 이탈리아나 유럽에도 그런가?이탈리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통업체가 명품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를 차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들도 그런 특별한 대접을 원치 않는다. 어떤 브랜드 숍 앞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는데,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피나이더의 고객은 보수적이다. 전통과 심플한 문양을 좋아한다. 피나이더는 과시하기 위한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
피나이더에게 대형 유통체인에 들어와 달라는 특혜가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겠나?솔직히 잘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의 소비자에게든 피나이더가 항상 같은 품질과 가격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입점 여부는 현지 배급업체가 결정할 일이다. 다만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명품 브랜드든 일반 랜드든 소비자에게 적합한 수준의 소비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중적인 명품과 소수만을 위한 조용한 명품 브랜드가 있다. 피나이더는 어디에 속하나?조용한 마케팅을 하는 에르메스와 비슷하다. 우리는 모든 제품을 이탈리아에서만 만든다. 대중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그럴 수도 없다. 루이비통처럼 트렌드에 맞춰서 대량생산하려면 '메이드 인 이탈리아' 로 는 불가능하다. 특별한 소재와 장인의 기술력을 결합해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대중적 인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신의 커리어는 무척 독특하다. 정유회사 쉘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 경험이 명품 브랜드 경영에 어떤 도움을 주었나?정유업계는 독특한 산업이다. 같은 가격의 제품을 어떻게 다르게 팔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에게 믿음을 줘야 하고 기발한 마케팅 기법도 만들어야 한다. 당시 고민했던 것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당신은 41세에 240년 역사를 가진 명품업체의 CEO가 됐다. 취임 당시 당신의 목표는 무엇이었고, 지금 얼마나 성취했다고 생각하나?내가 피나이더의 CEO로 취임했을 당시 회사는 파산에 임박해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 당시 상황을 0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처음 목표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우리 제품의 공급처는 2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40곳으로 애초 목표치에 근접해 있다. 해외시장 전략은 다르게 갔다. 북유럽과 독일에는 진출했지만 프랑스에는 안 들어갔다. 두바이에선 활발하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국가별로 다른 전략을 펼친 것이 상당 부분 적중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CEO를 맡았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 자리를 승낙했나?나는 쉘 근무 이후 한 법률회사에서 컨설턴트 로 일을 했었다. 피나이더의 컨설팅을 맡아서 1년 동안 회사의 모든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로 운 전략을 짰다. 그래서 CEO직 제안을 받았고, 나 또한 흔쾌히 수락할 수 있었다.
경기 침체기에 명품 브랜드의 전략은 어때야 하나? 일반기업과는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나?몇 년 전부터 경기침체가 심해졌다. 이제 다시 그런 시기가 오고 있다. 몇 가지 경영전략 은 다소 수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품질과 가격 정책은 고수할 생각이다. 명품 브랜드는 어떤 경우에도 품질을 훼손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피나이더는 다른 명품 브랜드와는 다르다. 우리 제품을 사는 고객은 주로 비즈니스맨이다. 일상 용품이 아닌 비즈니스맨을 위한 제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몇몇 제품에는 영향을 줄 수 있어도, 주력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영전략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