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UCLA 경영대학원의 '사립화' 계획

UCLA'S PLAN TO TAKE ITS B-SCHOOL 'PRIVATE'


주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않으면 앤더슨 스쿨은 자율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공적인 사명까지 포기할 수 있을까 ? 이번 사립화 논란은 그 자체가 MBA 사례연구감이다.
By David A. Kaplan

캘리포니아 주는 딜레마를 안고 있 다. 주 전역에 걸쳐 있는 명문 주립 대 중 하나인 UCLA의 앤더슨 경 영대학원 Anderson Graduate School of Management이 주 정부의 재정지원 을 포기하고 사립 교육기관처럼 자 유롭게 학교를 운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돈이냐 독립이냐의 문제다. 1년 에 걸친 논쟁 끝에 주 정부는 조금씩 앤더슨 스쿨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 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조용한 학계에서 벌어진 이번 일은 알맹이 없는 말들과 자리 싸움,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흥미 진진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미국 전역의 여러 주립대학이 비용 절감만을 추구하는 지금, 앤더슨 스쿨의 행보는 사립화를 희망하는 다른 명문 전문 대학원에게 전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한 편에 서 있는 인물은 앤더슨 스쿨 학장 주디 올라이언 Judy Olian이다. 지난해 그녀는 ‘자급자족’ 체제를 제안했다. 주 정부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는 대신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권리를 확보하려는 것이 다. 현재 타 지역 출신 학생에게 적용되는 학비는 5만2,000달러(캘리포니 아 주민은 여기서 14% 할인)로, 다른 엘리트 경영대학원 학비와 비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앤더슨 스쿨은 학비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스타급 교수진도 원하는 대우를 해주고 모셔올 생각이다. 부족한 재정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부금 수익과 학비 인상분을 통해 메울 수 있고, 주 의 회의 피 튀기는 예산 책정 싸움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어져 학교 운영 계 획을 훨씬 원활하게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가장 큰 걸림돌은 교수 봉급 체계였다. 올라이언 학장은 UCLA 교수평의회에 참석해 “우리 의도는 운영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며 “그렇게 해서 상황 판단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쪽과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쪽을 일치시키려 한다”고 뼈있는 말을 조심스럽게 했다. 그녀는 “지 금의 교수 연봉 책정 절차에선 우리의 학문적 특성과 경쟁이 치열한 시장 상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의 승인을 받아 야 한다”고 덧붙였다. UCLA 행정본부는 올라이언 학장을 지지한다. 그녀 가 받지 않는 주 정부 재원이 UCLA 일반 재정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는 학교 본부의 입장에도 일리는 있다. 이를 활용해 재원 부족에 시달리는 인문학 등의 전공분야를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논란의 다른 한 편에는 경영대학원 소속이 아닌 여러 교수 자치집단 이 있다. 올라이언의 자급자족 제안으로 학교 본부가 손해를 보지는 않 겠지만, 반대파는 그래도 자급자족 제안이 경제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입 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수평의회에서 내놓은 한 보고서는 앤더슨 스쿨의 계획을 놓고 “75 년 동안 주민 세금으로 운영된 학교가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자산가치와 투자가치를 지니는지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라고 평가하며, 영리화를 선언했다가 그간 면제받은 세금을 다시 납부하게 된 비영리 병 원들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큰 불만은 사실 철학적인 문제에 있 다. 교수평의회는 ‘자급자족’이 ‘사립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며 대학의 공적 사명에 꾸준히 충실할 것을 내세우는 UCLA의 사립화는 절대 안 된 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올라이언 학장은 앤더슨 경영대학원이 앞으로 도 행정상 UCLA 소속을 유지할 것이며, 커리큘럼 기준 확립과 교수진 정 년 결정에 대한 최종 결정권도 계속 대학 측이 쥐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앤더슨 스쿨은 이미 충분히 자급자족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연간 예산의 3분의 2 이상을 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지만, 현재 지원받는 560만 달러는 전체 예산의 6% 수준이다. 또 시장경제 원리를 가르치는 경 영대학원인 만큼,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재량껏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 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미 주 정부 지원을 포기한 다른 전문대학원도 몇 곳 있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다든 비즈니스 스쿨 Darden School of Business 은 벌써 10여 년 가까이 자급자족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학 로스쿨 도 마찬가지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샌드라 데이 오코너 법대 Sandra Day O’Connor College of Law도 2015년쯤이면 주 정부의 지원에서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든 비즈니스 스쿨의 사례는 UCLA 입장에서 특히 매력적이다. 다든 스쿨 학장 밥 브루너 Bob Bruner는 학비 책정 과정에서 접근성과 지불능력 에 좀 더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깊이 통감하면서도 자급자족을 택 했다고 말한다. 이후 다든 스쿨은 학생 규모를 33% 정도 늘리고 학비를 5만2,000달러까지 올려 상당 부분 재정을 자체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든 스쿨은 지금도 수입의 10%를 학교 본부에 돌려 주어야 한 다. 이 ‘세금’은 다른 여러 경영대학원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내야 하는 돈이다. 올라이언이 자문을 구하기도 했던 브루너는 이 세금 때문에 ‘다든 을 사립학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일부 후원자들이 완전한 사립 화를 촉구했지만 브루너가 이를 따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UCLA는 현재로서는 경영대학원에 어떤 세금도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자급자족 체 제가 시행되더라도 세금 부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단, 경영대학원에서 사용하는 학교 본부 서비스에 대해선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UC(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계열 총괄 학장 마크 유도프 Mark Yudof는 UCLA의 운영체제 전환 요청을 승인하기에 앞서 이 조치가 외부 에 미칠 파장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UC 계열은 여전히 미국 공립대학계 의 보석이다. UC 버클리에는 하스 비즈니스 스쿨 Haas School of Business이 있 다. 앤더슨 스쿨이 있는 UCLA에서도 의대와 로스쿨이 뛰어난 명성을 자 랑한다. 자급자족 주장은 그간의 재정 운영 실패를 시인하는 것이며 공립 대학이 가져야 할 정신을 포기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앤더슨 스쿨의 계획은 분명 흥미롭지만, 어쩌면 이런 비판이 옳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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