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가면 어떻게 되는 거야? 진짜 미치겠네…….”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단체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는 정적이 흘렀다.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결해 있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집회 참가자들은 204표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깊은 침묵을 보였다. 일부 참가자는 욕설을 내뱉었지만 거리 위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경찰이나 행인 간의 충돌도 보이지 않았다.
대국본 의장을 맡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무대 위로 올라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해 “(국민의힘) 12명이 반란했다. 국민의힘은 해체하라"며 "(국민의힘은) 더 이상 우파 정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인파는 빠르게 흩어졌다. 일부에서는 “우리 대통령을 지키자”라며 표결 결과에 분노를 토해내기도 했다.
서울 중구에서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온 40대 여성 박 모 씨는 “탄핵은 말이 안 된다. (비상)계엄이 부정선거를 밝히려는 대통령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탄핵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 가봐야 않나. 그렇지만 탄핵 반대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주변에도 더 적극적으로 말할 거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에서 온 고등학생 박응석(19)씨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본다”며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내란 혐의는 오히려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며 국정 혼란을 가중시킨 민주당에 적용시켜야 한다”며 “헌재에 가면 박근혜 대통령 때와 상황이 달라 시간이 지날수록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내대봤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광화문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4만 1000명이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주최 측은 1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과 함께 탄핵 부결 입장에서 가결로 돌아선 국민의힘 의원들을 규탄하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올해 (윤 대통령이) 임명했는데 검사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며 “한동훈 휘하 검사들이 계속 나한테 접근하는 걸 느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한동훈은 머지 않아 당 대표에서 물러날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으로 가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연단 위에서는 안철수·김상욱·조경태 의원 등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의원들을 ‘배신자’로 칭하면서 일일이 이름을 부르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이름을 호명했듯이, 광화문 집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이탈표를 규탄하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언급한 부정선거 의혹도 거듭 언급됐다. 장학일 자유마을총재는 탄핵 표결을 앞두고 연단 위에 올라 “ 부정선거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4·10 총선) 보수가 사전 투표 이긴 데가 아무 곳도 없는데, 부정선거가 아니라면 설명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언한 건 합법적”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까지 발언을 거듭하던 주최 측은 “이제부터 매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열 것”이라며 탄핵 저지를 위한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