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CLOSER LOOK, 외국계 은행이 사는 법


SC제일은행의 이름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으로 바뀔 예정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이 임박했다.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은 외국계 금융 자본에 인수된 대표적인 은행들이다. 그러나 두 은행의 현재는 극과 극이다.
신기주 기자 jerry114@hk.co.kr

SC는 19세기에 한국에 진출 했습니다. 인천에 첫 번째 지점을 냈었죠.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100년 이 넘었습니다.” 한국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의 크리스토퍼 도미터 대내외 홍보부장은 말했 다. 도미터 부장은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의 홍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스탠다드차타드금 융지주가 한국 금융계에서 외국계 은행으로 도 외시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외국계 은행인 건 맞다. 분명 KB금융지주나 우 리금융지주와는 뿌리가 다르다. 하지만 더 이 상 이방인은 아니었으면 싶다. 스탠다드차타드 도 한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한다. 도미 터 부장은 말했다. “SC는 전 세계 70개 나라 에 1,70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와 중동과 아프리카에 두루 진출해 있죠. SC는 나라별 현지화에 가장 적극적인 글로벌 은행입 니다. 물론 어느 나라에서나 현지화는 어렵습니 다. SC는 한국 사회와 한국 금융시장에 공헌하 는 걸 의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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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에선 이미 한국계와 외국계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중요한 건 누가 한국 금융 발전을 위해 헌신하느냐이다. 스탠다드차타드와 론스타의 차이가 그 지점에 있다

지난 9월 5일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는 여 의도에서 코리안 아이 미술 전시회를 열었다. 코 리안 아이는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가 후원하 는 미술 프로젝트다. 케이팝이 음악 한류를 일 으키고 있듯이 미술 분야에서도 한국 미술 작 가들을 세계에 알리고 미술 한류를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2009년 처음 시작됐다. 올해로 3회째 다. 올해 11월부터는 뉴욕 아트디자인박물관에 서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코리 안 아이 : 에너지와 물질’ 전시회가 열린다. 이미 2009년 ‘코리안 아이 : 문 제너레이션’과 2010 년 ‘코리안 아이 : 환상적인 일상’은 런던과 싱 가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코리안 아이 프로 젝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미술 한류를 알 리는 계기로 삼을 작정이다. 런던의 사치 갤러리 가 런던올림픽과 때를 맞춰 2012년 7월부터 9 월까지 코리안 아이 프로젝트의 작품들을 전시 할 예정이다. 지난 9월 5일 열린 코리안 아이 기 자 간담회엔 사치 갤러리계의 유명 큐레이터인 나이젤 허스트도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리차드 힐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회장은 말했다. “코 리안 아이는 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가 한국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야말로 글로벌 은행인 SC만이 할 수 있는 기여활동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아시아에서 현지화로 성 공했다. 스탠다드차타드 본사 관계자들은 말한 다. “우리에게는 돌아갈 본국이 없다. 아시아가 우리의 고향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미국과 유럽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스탠다드차 타드는 오히려 기회를 맞았다. 미국과 유럽의 금 융 경쟁자들이 주춤한 사이에 스탠다드차타드 가 급성장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9년 연 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같은 신 흥 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는 영국의 금융권위지 ‘더 뱅커’가 뽑은 글로벌 1000대 은행 순위에서 36위에 올랐다. 2010년 에 비해 여섯 계단 상승했다. 비결은 아시아 그 리고 현지화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진출한 국가 의 정치적 middot; 경제적 middot; 사회적 middot; 문화적 특질을 분석 해서 스스로를 적응시킨다. 각 해외 법인 직원 의 90%를 현지에서 고용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2005년부터 한국에서 SC제일은행을 운영하면서 현지화를 위해 부단 히 노력해왔다. 크리스토퍼 도미터 부장은 말했 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홍콩이나 싱가폴이나 인 도 시장을 아주 잘 압니다. 반대로 현지 금융소 비자들도 스탠다드차타드란 이름에 익숙합니 다. 하지만 한국에선 제일은행이란 이름에 비해 스탠다드차타드라는 이름이 낯설죠.” 한국의 금 융 규제보다도 스탠다드차타드에 대한 한국 소 비자들의 낮은 인식이 더 높은 장벽이라고 느낀 다는 얘기다. 2005년 이후 스탠다드차타드는 다양한 홍보를 통해 여러 은행들 가운데 하나 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노력해왔다. 도미터 부장 은 말했다. “‘히어 포 굿 Here for good’은 스탠다드 차타드의 오랜 표어입니다. 한국에서도 그 말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SC제일은행은 올해 말이 면 제일은행이란 이름을 빼고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으로 개명할 예정이다. 50여 년 전통의 제 일은행이란 이름이 사라지는 일이다. 이제 스탠 다드차타드가 제일은행이란 이름에 기대지 않 고도 한국 시장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 감을 얻었단 뜻이다.

지난 10월 13일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가조 작 사건에 대한 재상고를 포기했다. 이로써 론 스타는 외환은행에 대한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 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 가운데 10%를 초과하는 41%를 매각하도 록 명령할 수 있게 됐다. 마침내 외환은행 매각 절차가 본격화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당 장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려는 작업을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은 행법상 론스타가 6개월 이내에 초과 지분을 매 각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선 최단 시간 안에 매각하도록 하는 게 잡음을 없애는 최선책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8년이 걸렸다. 론스타는 초 과 지분 41%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분까지도 모 두 매각할 공산이 크다. 하나금융지주와의 마지 막 가격 협상이 남아 있긴 하지만 엄청난 시세 차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론스타는 매년 배당 이익으로만 수천억 원을 챙겨왔다. 외 환은행에 재투자돼야 마땅한 돈까지 론스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론스타의 행태는 외환은 행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훼손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8년 동안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에 도 하나와 외환이라는 두 개의 브랜드를 함께 가져갈 계획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외환은행은 오랫동안 론스타의 볼모였다. 이제야 외환은행 도 국내 금융 산업 성장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 게 됐다.

제일은행과 외환은행 모두 1998년 외환 위 기와 금융 시장 개방의 풍랑 속에서 좌초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주인을 만난 탓에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SC제일은행을 가꿨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고사시켰다. SC 제일은행에서도 외국계 은행 문화와 한국 은행 문화의 충돌은 쉽지 않은 문제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얼마 전 한미은행 노조가 갖고 있던 금 융계 최장 기간 파업 기록을 깼다. 성과제를 도 입하려는 스탠다드차타드 외국계 경영진과 한 국 노조가 정면충돌한 결과였다. 그러나 SC제 일은행의 성과급 갈등은 성장통이다. 현지화 과 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조정 과정이다. 도 미터 홍보부장은 말했다. “2005년 SC가 제일 은행을 인수한 이래 한국에선 현지화를 위해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 다.” 금융 시장에선 이미 한국계와 외국계의 구 분이 무의미하다. 한국 금융의 정상에 서 있는 신한금융지주 역시 뿌리는 재일 교포들이다. 중 요한 건 누가 한국 금융 발전을 위해 헌신하느 냐이다. 스탠다드차타드와 론스타의 차이가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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