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암(Shale)을 이용한 토질 개선 및 토양 생태계 활성화 방안
박소란 기자 psr@sed.co.kr
토양 오염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져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물리·화학적 방법을 동원해 토양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획기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민족사관고 강희구, 김동기, 서형주 군으로 구성된 풀뿌 리팀은 '혈암(Shale)'을 키워드로 삼았다. 혈암을 이용해 식물의 뿌리 근처 근권부(root-zone)의 생태계를 활성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토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
비누에서 착안
이번 연구의 주축은 국내외 과학 포럼에 다수 참가경력을 지닌 3학년 희구 군이었다.
희구 군은 2006년 서울시탐구발표대회에서 관상용 열대어의 생태·형태적 특징을 연구해 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전국과학전람회, 2009년 스웨덴 스톡홀름 세계 물포럼 등에 참가해왔다. 올해 5월에는 터키에서 열린 국제환경탐구올림피아드에서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시온잉크로 온실의 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방법을 창안,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이런 베테랑 희구 군이 절친한 후배인 동기, 형주 군에게 출전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그런데 세 명은 왜 하필 혈암에 주목한 걸까? "주제를 고민하던 어느 날 동기 군이 룸메이트가 사용하는 혈암 비누 얘기를 꺼냈어요. 여드름 치료와 피부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 비누에 착안, 토질 개선 문제까지 다루게 된 거죠."
애기장대와의 씨름
하지만 연구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희구 군은 "실험에 사용한 애기장대의 씨앗이 눈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하루 종일 마이크로 피펫으로 배지에 심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결국 세팅을 잘못하는 바람에 다음날 모두 동사 해 버린 일이 있었다"며 "정말 힘 빠지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은 따로 있었다. 희구 군은 "우리 논문은 100% 실험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동일한 결과라도 해석에 따라 충분히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설명.
하지만 세 학생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것이 더 많다.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바라는 점을 묻자 후배인 동기, 형주 군은 "농업 기술이 부족한 제3세계의 주민들을 주 타깃으로 혈암을 이용한 토질 개선 방안이 보급화됐으면 한다"는 야무진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