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해로운 소리를 말한다. 그러나 소음 중에는 이로운 것도 존재한다.
소음의 유형에는 특정 음높이를 유지하는 칼라 소음(color noise)과 비교적 넓은 음폭의 백색 소음(white noise)이 있다. 백색 소음은 주변 자연환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빗 소리, 파도 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 소리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일상적 소리여서 비록 소음으로 들릴지라도 음향 심리학적으로는 별 의식을 하지 않게 된다. 또 항상 들어왔던 자연음이기 때문에 그 소리에 안정감을 느끼기 도 한다.
백색 소음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다년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백색 소음이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먼저, 사무실에서 백색 소음을 주변소음보다 약 10데시벨(㏈) 높게 틀고 일주일을 지냈더니 근무 중 잡담이나 불필요한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한달 뒤 백색 소음을 꺼버리자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는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해변의 파도소리를 CD에 수록해 팔기도 한다. 이는 숙면에 도움을 주는 음악으로 인기가 아주 좋다. 실제로 파도소리에 숨겨져 있는 백색 소음이 인간 뇌파의 알파파(α-wave)를 동조시켜 심신을 안정시키고 수면을 촉진시킨다.
자연의 백색 소음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학습효과가 크게 개선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한 보습학원에서 남녀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단어 암기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일상적인 상태와 백색 소음을 들려주었을 때 각각 기존에 몰랐던 새로운 영어단어를 5분간 암기하도록 했는데, 평소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35.2%나 개선됐다.
한편 생후 3~4개월 미만의 신생아가 울 때는 TV의 빈 채널에서 나오는 '치이익' 거리는 소음을 들려주면 울던 아기가 금방 울음을 멈추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어떤 부모는 진공청소기 소리, 또 다른 부모는 부드러운 비닐봉지를 만지작거리면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아기가 밝은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신생아를 달래는 이런 소리 역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백색 소음이다.
인공적인 백색 소음은 목소리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쓰일 수도 있다. 즉 주민등록번호, 통장계좌번호, 카드번호 등 개인정보와 관련된 숫자를 말해야 할 때 넓은 음폭의 백색 소음이 일정한 레벨로 깔리면 옆 사람은 숫자의 발음 차이를 잘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즉 사운드 마스킹(sound masking)이라는 일종의 소리 음폐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렇듯 여러모로 유용한 백색 소음은 사회가 첨단화될수록 그 수요가 더욱 커질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