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끄트머리에 서면 늘 아쉬운 마음이 고개를 든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뭐 하나 변변하게 이뤄 놓은 게 없다는 자괴감이 늘어가는 나이에 쓸쓸함을 더해준다. 포춘코리아의 실무 책임을 맡은 지도 벌써 3년. 신년 호만 벌써 3번째 만들지만, 딱히 마음에 쏙 드는 잡지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보지 못했다는 슬픈 생각마저 치밀어 오른다. 미국 포춘의 든든한 뼈대 위에 3년쯤 살을 붙였으면 공룡 하나쯤은 그렸어야 했는데, 늘 실제는 욕심을 채우지 못했다.
새해는 항상 그런 식으로 맞았다. 송년이라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결심에 채찍질을 했다. 한 경제지 편집장으로서 제품 하나만큼은 최고로 만들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곤 했다. 2011년 세밑도 마찬가지다. 신년 호에는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독자들의 지적 허기를 채워 줄 맛깔스러운 메인 요리와 넉넉한 반찬을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양념이나 자극적인 간이 아니라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맛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싶었다. 굉장한 레시피는 아니더라도 정성 하나만큼은 넉넉히 배인 훌륭한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1월 호 식탁은 이런 반성과 성찰 속에서 꾸며졌다.
우선 메인 접시에는 ‘2012 경영진 드림팀’이라는 야심찬 요리를 담았다. 미국 포춘이 올해 처음 선정한 ‘가상의 경영진 리그Fantasy Executive League’ 조사방법론을 국내에 적용해 한국 최고 경영인들로 가상의 드림팀을 조직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물론 여기에는 현실 가능성보단 바람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한국 야구 드림팀처럼 국내 최고 경영인들로 새로운 회사를 꾸리면 세계무대에서도 1등이 되지 않겠느냐는 단순하지만 희망적인 기획의도가 깔려 있었다. 포춘코리아는 CEO, CFO, CSO 등 C-Suite(C자로 시작하는 경영인) 9인으로 짜여진 이 드림팀의 주전 라인업을 최대한 공정하게 구성하기 위해 유명 헤드헌터와 전문가들의 도움과 검증을 받았다. 해당 분야에서 누가 최고의 실력을 갖춘 경영인인지 독자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이미지와 일러스트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매년 소개하는 한국과 미국 포춘의 투자 가이드도 이번 신년 호에 실려 있다. 상저하고가 예상되는 2012년 국내외 시장 환경을 짚어보고, 주식, 펀드, 부동산 전문가 6인으로부터 2012년 투자 요령도 들어봤다. 유럽 재정위기,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한-미 FTA 발효 등 굵직한 변수에 따른 국내 금융 시장의 변화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5번째 연재하는 ‘10대 재벌은 지금’ 코너에도 맛있는 메뉴를 많이 올려 놓았다. 한화그룹의 후계 양성 과정을 살펴본 ‘김승연 회장의 장남은 어떤 경영 수업을 받고 있나’, 롯데와 신세계의 명품 편집매장 맞대결을 파헤친 ‘부자 남성고객을 잡아라’, CJ E&M의 종편 시대 생존법을 조명한 ‘드라마 왕국을 꿈꾸다’등 신선한 기사들이 독자 여러분의 침샘을 자극할만한 알토란 같은 기사들이라 자신한다. 이 밖에도 350조 원의 기금을 주무르는 국내 투자계의 큰손 국민연금공단의 전광우 이사장 와이드 인터뷰도 실려 있다.
미국 포춘 기사로는 ‘올해의 기업인Businessperson of the Year’을 추천할 만하다. ‘시위자Protestor’를 올해의 인물로 뽑은 자매지 타임과 같은 방식으로 포춘은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를 2011년의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그가 왜 아마존의 제프리 베조스(2위), 맥도날드의 제임스 스키너(5위),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6위)와 같은 기라성 같은 CEO들을 제치고 당당히 올해의 월계관을 썼는지는 이 기사를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갈수록 세계 비즈니스 생태계가 거칠어지고 있다. 내년 투자 환경에도, 기업 환경에도 짙은 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이럴 땐 누구라도 나서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 좌표를 잡아나가야 한다. 포춘코리아는 2012년 새해에도 이런 임무에 충실할 것임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