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수상 태양광 발전 기술이 개발돼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물과 태양이 만난 신개념 친환경 기술, 수상 태양광 발전의 세상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보자.
자료제공_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최형철 한국수자원공사 녹색에너지
연구담당 연구원 hcchoi@kwater.or.kr
세계의 패러다임이 녹색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갈색성장에서 에너지와 환경이라는 다소 상반된 개념을 하나로 묶는 융합과제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는 것.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태양광발전소다.
태양광발전소라 하면 으레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 위에 줄을 맞춰 늘어선 태양전지 패널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육지에 세워진 이 같은 태양광발전소는 부지 선정의 어려움, 임야 훼손 등의 논란이 줄곧 제기돼 왔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태양광발전 시설이 속속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저수지나 댐과 같은 넓은 수면 위에 태양광 모듈을 띄워 발전소를 세우는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 연구가 한창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이 분야의 출원이 총 6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09년 이후로는 연간 15건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주요 출원 기술분야는 부유 (浮游)설비가 22건으로 36.1%를 수위를 점하고 태양추적설비 32.8%, 고정설비 22.9%, 주변설 비 8.2% 순이다.
수상 태양광 발전 시대 개막
수상 태양광 발전은 수면 위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태양광 기술에 플로팅 기술(floating technology)을 융합한 것으로 보면 된다. 태양광 모듈을 띄우는 구조체, 구조체를 고정하는 계류장치, 생산된 전력을 육상으로 전송하는 수중케이블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오는 2022년까지 전국 31개 댐에서 단계적으로 1,800㎿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운용할 계획이다. 이는 56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매년 160만톤의 이산화탄소(CO₂) 감축 효과와 395만 배럴의 원유수입 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은 CO₂ 발생이 없는 신재생에너지로서 미래의 에너지난을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그래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산업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수 있는 부지가 여의치 않다. 설령 설치되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중 임야, 전답 등 5대 지목에 설치하는 경우 산림 훼손, 농지 잠식 등 자연환경 훼손의 우려가 크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 신재생에너지라면 응당 그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발전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기존 방식은 분명한 한계가 있는 셈이다.
반면 호수나 저수지 수면을 활용하는 수상 태양광 발전은 나무를 벌목해야 하는 육상 태양광 발전에 비해 환경 훼손이 적고, 부지 매입 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국토가 협소한 우리나라에 딱 맞는 발전방식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수상 태양광은 물의 냉각효과 덕분에 발전량이 육상 태양광을 상회한다. 햇빛을 차단해 호소(湖沼)의 녹조를 억제하는 등 수질 개선을 도모하는 부가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는 물고기들의 산란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 단지 육상 태양광 대비 설치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게 단점으로 꼽히는데 관련시장이 본격화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을 동시에
태양광 발전은 효율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태양광 발전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한 가지가 바로 온도다.
모듈의 온도가 오르면 효율이 떨어진다.
이 점에서 육상 태양광 발전은 지면의 온도가 모듈의 온도를 높여 효율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수상 태양광 발전은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저수지나 호수, 댐의 수면 위에 설치돼 상대적으로 주변 온도가 알맞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육상 태양광 발전이 모듈당 15%의 효율을 낸다면 수상 태양광 발전의 효율은 모듈당 17%다. 이런 면에서 초기 투자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충분히 투자할 만한 경쟁력 있는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가 올해 도입되면서 2016년까지 5년 간 1,200㎿가 의무적으로 건설된다. 설치 부지로 환산할 때 여의도 면적의 2.3배에 해당하는 19.8㎢ 정도가 필요하다.
최근 K-water는 경남 합천의 합천댐에 세계 최초의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호수 같은 잔잔한 물 위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시대가 우리나라에도 본격 개화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태양광 발전 모델의 개발과 상용화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물론 이미 일본이나 미국에도 수상 태양광 발전소가 존재한다. K-water의 수상 태양광 발전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달라서다. 해외의 시설은 연못이나 작은 저수지에 설치한 수준인데 비해 K-water는 합천댐의 수심 40m 호수에 태양 광발전 시설을 띄웠다. 대규모 다목적댐으로는 분명한 세계 최초다.
이 시설의 설치면적이 1,653㎡, 발전용량은 100㎾다. 연간 발전량이 130㎿h로서 4인 가족 3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그에 따른 CO₂ 저감률은 연간 55톤으로 잣나무 1만2,000 그루를 심은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기존 육상 태양광 발전이 모듈당 15%의 효율을 낸다면 수상 태양광 발전의 효율은 모듈당 17%다.
융·복합 기술의 정수
합천댐 수상 태양광 발전 공정기술은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구조체 공정과 관련해 구조체는 9개의 단위 구조체(12.5×13.5m)로 구성되며 전체 크기는 25×75m다. 단위 구조체는 철 단위 구조체 4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단위 구조체 4개, 알루미늄 단위 구조체 1개로 이뤄져 있다.
재질별 실증을 거쳐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재질이 선정됐다.
부력재는 1개 단위 구조체당 3개가 설치됐고 전체 구조체에는 총 27개의 부력재가 들어간다. 재질은 FRP 수도관으로 내부에 스티로폼을 충진하고, 양 끝단을 밀봉함으로써 누수에 따른 침수를 막았다. 태양광 모듈의 경우 수상 조건을 고려해 수상 전용 태양광 모듈을 새로 개발했다.
이 모듈은 육상용 대비 방수 등급을 강화했으며 수질 오염 방지를 위해 납 성분이 기준치 이하인 것을 채용했다.
이렇듯 수상 태양광 발전은 기존의 통용적 개념을 탈피한 신개념 물 에너지화에 초점을 맞춘 연구 성과물이다. 창의적 개념과 혁신적 발상을 전제로 한 녹색(GT), 환경(ET), 바이오(BT), 정보통신(IT) 기술이 융·복합된 진정한 자연친화적 에너지기술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체 저수지 수면의 5%를 수상 태양광으로 개발하면 여의도 면적의 8배, 약 13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4,170㎿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그만큼 친환경 태양광 에너지 보급·확산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임은 당연하다.
현재의 수상 태양광 발전 기술은 아직 연구 실증단계에 있다. 향후 산·학·연의 공조를 통해 세계 최고 기술을 확보하고 시스템 가치 사슬(value chain)을 구축한다면 향후 수상 태양광 발전은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등 동반성장에도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RPS) -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로 하여금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