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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의 탄생 날씨 주치의 24시간

THE WAY OF WEATHER FORECAST CREATION

겨울은 여지없이 혹독했다. 그리고 입춘이 지난 지금까지도 날씨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평소 뉴스라고는 거들떠보지 않는 이들도 일기예보만은 꼼꼼히 챙기게 되는 때다.

그러나 과연 일기예보란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일까. 예보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이들은 기상청, 그 중에서도 예보국 예보분석관들이다. '날씨 주치의'를 자처하는 이들의 손에서 어떻게 예보가 만들어지는지 알아봤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추위가 잠시 누그러진 지난 2월 9일.

저녁 뉴스에 등장한 캐스터는 이렇게 전했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내일은 전국에 구름이 많겠고 중부지방은 낮에 산발적으로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에서 영상 1℃, 낮 최고기온은 영상 0℃에서 6℃로 오늘보다 조금 높겠습니다."

다음 날 별다른 이변은 없었다. 기상청의 예언(?)대로 10일 오후 1~3시 사이 멀쩡하던 서울 하늘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거센 눈발이 휘날렸다. 그리고 그 시각 기상청 예보국은 분주했다.

분석 릴레이
기자가 예보분석관실에 도착한 것은 4시 무렵. 때마침 주간예보가 나왔다. 사흘 후인 2월 13일부터 일주일간의 날씨였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3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충청남도·전라북도·경상북도·제주도에서는 비나 눈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 기온은 당분간 평년 기온을 유지하다 16일부터 다시 낮아진다. 17~19일 아침까지는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 전망이다.'

이는 예보분석관들이 다각도의 자료 분석을 통해 최종 산출한 결과다. 아침 7시 반이면 기상청 예보국에서는 어김없이 예보 브리핑이 시작된다. 예보분석관들은 물론 예보국 소속 정책·기술 담당 예보관들이 모두 모여 하루 혹은 한 주간의 날씨에 대해 논의한다. 오전 내내 끊임없는 분석 릴레이가 이어진다.

이때 예보분석관들의 주 업무 중 하나는 '특이 기상 가이던스' 작성. 특별한 기상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탐지, 정확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이다. 나날의 정확한 기온과 강수량, 적설량 등이 모두 여기서 나온다. 분석관들의 가이던스를 종합해 오후 3, 4시 무렵 최종 단기예보와 주간예보가 공식 발표된다.

이때부터는 분석관들도 잠시 한시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저녁 무렵에 이르러 또 다시 분석 작업이 이어진다. 그 날의 날씨에 대한 사후 분석 혹은 다음날의 날씨와 유사한 과거 사례 분석이 이뤄지는 것.

"한 마디로 예보분석관의 주 업무는 측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과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미리 내다보는 것이에요.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접근하죠. 이 같은 업무는 날마다 규칙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상청 예보국 정관영 예보분석과장의 말이다.

현재 기상청 내 예보분석관은 총 6명. 예보 분석관팀을 이끄는 정 과장은 16년차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TV 등에 자주 등장하며 분석관 중 얼굴이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예보분석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기자는 1월 말 TV 뉴스에서 우연찮게 그를 본 적이 있다. 당시는 서울에 첫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때였다. 적설량이 5㎝가 넘었다. 그는 폭설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눈이 집중된 것은 북서쪽의 찬 공기가 남쪽 따뜻한 공기를 밀고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남쪽 공기가 계속 유입되면서 발해만에서 접근하는 저기압이 발달해 눈구름이 발생했고 이 눈구름이 빠른 속도로 내륙을 통과한 것입니다."

아울러 그는 눈이 그친 후 다시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고 전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후 곧바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2월 초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4℃까지 곤두박질쳤다. 겨울 들어 가장 혹독한 추위였다. 당시 기상청은 북쪽에서 만들어진 시베리아 기류 위에 북극의 차가운 공기 소용돌이가 더해지면서 한반도에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기류가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막아 준다. 하지만 1월 중순 이후부터 이 기류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지역으로 내려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와 독일, 일본이 주 타깃이 됐다. 그 같은 맹추위는 이후 한동안 이어졌다.



대기과학자
기상청 예보국 소속 6명의 예보분석관은 모두 대학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했다. 대기과학은 예보 분석을 위한 필수 코스다. 이는 대기라는 유체(fluid)의 복잡한 움직임을 파악하는 학문으로, 기후학·대기역학·대기물리학·대기복사학 ·대기화학·수치예보학 등 그 영역이 방대하다.

하지만 책상 위에서 하는 공부가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김성묵 분석관은 "수식을 외우는 일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라고 전했다. 기상현상에 대한 관심 말이다.

그는 "예보 분석은 과학의 합리성과 현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직관에 의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32건
2011년 한해 동안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유발한 전 세계 기상 재해 건수. 1위는 태국에서 발생한 홍수로 피해규모가 450억 달러에 이른다.

"같은 자료를 놓고 분석관들의 견해가 다를 때도 있어요. 이때는 누구의 견해가 더 논리적인지, 얼마나 근거가 충분한지를 토대로 최종판단합니다."

슈퍼컴퓨터와 예보분석관
그즈음의 일기예보는 매우 정확했다. 사실 우리나라 기상청의 정확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하루 이틀을 내다보는 단기예보는 평균 90.7%, 한 주를 내다보는 주간예보는 평균 79.6%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어느 국가 기상청과 견줘도 빠지지 않는 우수한 수준이다.

이처럼 정확도 높은 예보의 생산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우선 육·해·공 및 우주 에 설치된 각종 시스템을 이용해 기온, 기압, 습도, 풍향, 풍속 등 기상요소들을 관측한다.

이 관측 자료들은 모두 기상청의 중앙서버로 취합되고 세계 각국에서 공유한다. 현재 기상청은 180여 국가와 실시간으로 자료를 교환하 고 있다.

기상청은 취합된 자료를 바탕으로 현황 분석에 돌입한다. 바로 여기서 그 유명한 슈퍼 컴퓨터를 활용한 수치모델도 활용된다. 슈퍼 컴퓨터가 방대한 자연법칙(예측방정식)을 계산해 가상 일기도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예보분석관들은 앞으로의 기상 변화를 판단, 예보 가이던스를 작성한다. 지역별 강수량이나 적설량 파악도 모두 이들의 몫이다.

쉽게 말하자면 슈퍼컴퓨터가 모의 표준을 통해 큰 틀을 잡으면 거기에 예보분석관의 경험과 노하우, 과거 통계 등이 더해져 정확한 수치가 산출되는 형태다. 언론과 인터넷, 유선 등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기상예보는 이렇게 작성된 최종 예보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슈퍼컴퓨터가 쏟아내는 자료가 한두 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루 총 8만 건이 쏟아진다. 8만건에 이르는 자료를 10명도 되지 않는 예보분석관이 모두 검토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이때가 예보분석관의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때다.

지난 1992년 기상청에 입사해 2005년부터 예보국에서 활동 중인 정충교 예보분석관 은 "슈퍼컴퓨터를 다루는 일이 가장 어렵다" 며 "비결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 뿐"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기상상황을 종합한 후 현재 일기도 및 예상 일기도를 총 정리하는 예보분석관은 '관심 기상'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비나 눈, 태풍, 우박 등이 내릴 가능성 말이다.

중요한 부분을 포착해 그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일기예보는 슈퍼컴퓨터의 수치예보와 예보분석관의 주관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물론 조금 난감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같은 자료를 놓고 각 분석관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게 되는 경우다.

실제로 분석관들의 견해는 대체로 일치하지만 간혹 애매한 경우도 없지 않다. 다음 주 서울에 내리는 것이 눈인지, 비인지, 그 양은 최대 얼마나 되는지 등의 문제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 이에 대해 기상청 10년차 김성묵 예보 분석관은 "견해의 충돌이 있을 경우에는 어느 분석관의 견해가 더 논리적인지, 얼마나 근거가 충분한지를 토대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똑같은 지표의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분석관들의 견해가 다 른 이유는 뭘까. 정 과장의 대답은 이랬다.

"똑같은 카메라를 가지고도 각기 다른 각도의 사진을 찍어낼 수 있지 않습니까. 예보하는 일도 마찬가지죠. 많은 노하우가 필요해요."

이와는 별개로 정 과장은 최근에 나타나는 폭우, 폭염 등과 같은 '극한 기상' 현상에 대해 거론했다. 예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존의 예보 시스템으로는 극한 기상을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순간 정 과장을 비롯한 분석관들은 지난해 7월의 악몽을 떠올렸다.

"팝콘을 튀기는 것과 비슷해요. 옥수수 알갱이들을 튀기면 10분 뒤 팝콘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느 알갱이가 먼저 터질지는 팝콘 장수도, 그 누구도 알 수 없죠."

72개
국내 기상 관측 기구의 숫자. 이 중 기상관측소는 5개, 기상대는 49개, 공항기상실은 8개다.



극한 기상과 팝콘 이론
7월 말 당시 수도권과 중부지방에는 사흘 동안 총 700㎜ 가량의 기록적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사흘 동안 1년 강우량의 절반 정도가 내린 셈이다. 이는 100여년 전 국내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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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서울 강남, 사당역 일대가 침수되고 한강 상류가 범람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더욱이 주민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사건은 전 국민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천재지변이 물론 기상청의 잘못은 아니다. 당시 기상청은 수도권 내 집중적 폭우를 예고한 바 있다. 우면산 산사태 역시 산 정상의 군부대에 모인 빗물이 산 아래로 쏟아져 내리면서 유발된 사고로 잠정 결론이 내려진 상태다.

그러나 예보분석관들에게 이 사건은 가슴 아린 상처로 남았다. 김 분석관은 "자연현 상 때문에 빚어진 일이지만, 마치 내 가족의 일처럼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종 극한 기상에 대해 보다 정확히 예측, 대응하는 일이다. 분명 애로사항은 있다. 김 분석관의 말이다. "언제 몇 ㎜의 폭우가 내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가령 다음날 중부지방에서 150~200㎜의 비가 온다고 했을 때,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죠. 하지만 과연 중부의 어느 지점에서부터 폭우가 시작될 것인지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는 이 상황을 팝콘을 튀기는 것에 비유했다. 옥수수 알갱이들을 튀기면 10분 뒤 완전한 팝콘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과연 어느 알맹이가 먼저 터질지는 팝콘 장수도, 아니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얘기였다.

정 분석관도 덧붙였다.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할 당시에도 서울 강남과 강북의 강수량이 3배 이상 차이가 났어요. 같은 서울 지역이라도 이 정도로 다르죠. 비가 오는지의 여부와 강수량은 알 수 있지만, 한 지역 내에서도 시간차가 생긴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기상현상의 큰 흐름에는 접근하되, 그 세밀한 부분까지는 예측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 분석관에 의하면 작은 규모의 기상현상일수록 예측은 어렵다.

일례로 1~2시간 내리다가 그치고 마는 소나기는 고난이도의 예측력을 요한다.

그렇다고 기상청을 얕잡아봐선 안 된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세계 랭킹 7위로, 우리나라는 이미 기상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다.

김 분석관은 "우리나라의 대표 주력산업인 조선이 세계 3위, 자동차가 세계 5위"라며 "이 같은 내용은 잘 알려져 있는 반면 기상청이 세계 7위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 이유가 어디서 비롯된 것 같냐고 묻자 "상대적으로 기상청 홍보가 좀 부족한 것 같다"며 웃었다.

기상에서 세계 정상을 다투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이들은 100년의 예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상 관측을 시작한 지는 100년이 조금 지났지만 예보를 본격 시작한 것은 분단 이후부터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결과를 도출한 기간 역시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짧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그 역량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기예보 생산 메커니즘







1. 관측 및 감시
기상 관측에는 지상·고층·위성·해상 관측 등으로 나뉜다. 지상관측에는 매분 간격으로 자동 관측이 이뤄지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레이더·CCTV, 고층관측에는 대기의 상태를 관측하는 풍선 형태의 라디오존데, 위성관측에는 30분 간격으로 위성 사진을 수신하는 천리안 위성, 해상관측에는 동해·서해·남해에 설치된 관측용 부이와 등표, 해양기후관측선 '기상 1호' 등이 이용된다.

2. 모델 분석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예보 가이던스를 생산한다.

현 상황을 바탕으로 방대한 자연법칙을 계산한 슈퍼컴퓨터가 모의 표준을 제시한다.

3. 예보 생산
슈퍼컴퓨터의 모의 일기도와 예보관 및 예보분석관들의 주관적 판단이 더해져 최종 예보가 만들어진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1시간 간격의 초단기예보, 하루 간격의 단기예보, 한 주 간격의 주간예보 등을 생산한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08년부터는 3시간 단위로 전국 3,527개 지역의 날씨를 예보해 개인이 사는 동네의 세부 날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동네예보'를 시행하고 있다.

4. 전달 및 활용
생산된 예보는 기상청 홈페이지 및 언론, 스마트폰, 방재기상정보시스템, 인터넷 기상방송 등으로 전달되고 군 작전 등 각계에서 활용된다.




남다른 고충
미국처럼 대륙이 넓은 지형은 비교적 예보가 쉽지만 한반도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은 예보에 고난이도의 스킬을 요한다.

불확실성의 과학
현재 기상청에서 사용하는 슈퍼컴퓨터 수치 예보모델 역시 선진국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 말은 애초에 미국이나 일본의 환경적 조건에 따라 개발된 모델을 우리가 튜닝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점은 한반도에서의 정확한 예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정 분석관의 설명이다. "일례로 대륙이 넓은 미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와는 지형적 구조 자체가 다르죠. 때문에 외국의 수치모델로 장마와 같은 한반도 특유의 기상현상을 감지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참고로, 대륙이 넓은 지형은 상대적으로 예보가 쉽다. 대륙의 경우 A지점에서 시작된 기상현상이 몇 시간 후 정확히 B지점으로 도착한다. 반면 한반도는 기상현상이 육지가 아닌 바다를 거쳐 오기 때문에 예상이 종종 빗나간다. 그만큼 고난이도의 스킬을 요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러한 상황도 어느 정도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한국형 수치 예보모델 개발이 본격 시작됐기 때문이다. 8 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독자적 수치예보모델을 개발, 2015년부터 시험 서비스를 운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독자적 수치예보모델이 확보되면 한반도의 특수한 환경적 조건의 반영, 한층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해양기후관측선 등에 이어 기상기술이 IT기술과 연동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또 마련된 셈이다.

정 과장은 "우리 기상기술이 점차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 기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단순히 일기예보를 전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각 개인이 필요로 하는 스마트한 기상 서비스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11월 말부터 기상청 홈페이지(kma.go.kr)에서 제공 중인 '감기기상지수' 도 그 일환이다. 이 지수는 일교차, 최저기온, 습도 등 3 가지 요소에 따라 감기 발생 가능 정도를 지수화해 미리 경고해 주는 맞춤형 예보 서비스다.

정 과장은 "기상청에서 배포하는 정보는 산업적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것들임에 분명하다"며 "정부, 기업, 민간에서 기상청의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감기기상지수와 같은 맞춤형 수치를 얼마든지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기상청은 '기상 산업'의 개념을 수립, 새로운 가치들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전을 앞두고 있는 예보분석관들의 어깨는 무겁다. 김 분석관은 말했다.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라면, 저희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예보가 사람을 살릴 수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희를 '날씨 의사'라고 불러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저희의 임무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성실한 날씨 의사
그러므로 예보가 빗나갔을 때는 그만큼 죄책감(?)도 크다. 하지만 이는 예보분석관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 '실패했을 때 가장 많이 배운다'는 만고의 진리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분석관도 덧붙였다. "기상이란 게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내포된 과학입니다. 100% 맞힐 수는 없더라도 분석관들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죠. '맞혀야 본전'이라고 할 만큼 간혹 좋지 않은 얘기들도 많이 듣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어디까지나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국민들께서도 그렇게 믿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김 분석관이 말을 이었다. "저희가 정성껏 만들어낸 '제품'이니까 잘 사용해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틀린 점, 안 좋은 점만 지적하시기보다는 가끔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시면 더 힘이 날 것 같아요."

현재 예보분석관팀은 가장 힘든 점으로 인력 부족을 꼽는다. 6명의 소규모 인력으로 방대한 기상 정보를 다루기에는 아무래도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예보분석관 팀은 예보국에서 가장 웃음소리가 많이 나는 팀으로 불린다고. 그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 하단다.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이 하는 데도 말이다. 기자가 기상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주말을 여지없이 반납해야 할 처지였다. 12일 제주 등지에 비 소식이 있었던 탓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주인 2월 셋째 주. 서울을 비롯한 전국은 유독 구름이 많았다.

15~17일까지는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4~9℃로 떨어졌지만 체감온도는 그리 낮지 않았다.

예보분석관들이 한 주 전 미리 귀띔해 준대로, 13일 부산·대구·제주는 흐리고 또 한때 비가 왔으며 17일 금요일 아침부터 서울의 바람은 매서웠다. 어쩐지 반가운 마음에 김 분석관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희소식(?) 하나를 알려 왔다.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아주 좋을 거예요.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출근하지 않고 쉴 수 있답니다."



강수 확률 ◯◯%?

오늘날의 예보는 단순히 "내일 비가 옵니다"가 아닌 "내일 비가 올 확률은 ○○%입니다"와 같은 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확률은 어떻게 도출되는 걸까.

기상청에서 비나 눈이 올 확률을 계산하는 법은 시간·공간과는 무관한 개념이다. 다만 과거 유사한 기상 조건들에서 도출한 통계학적 접근인 것. 예를 들어 내일 비가 올 확률을 계산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내일과 기온, 기압 등의 기상조건이 유사한 과거 100번의 사례를 조사한다. 조사 결과 100번 중 30번은 비가 내렸다. 그렇다면 내일의 강수 확률은 30%가 된다. 기상청은 현재 이를 기준으로 비나 눈이 내릴 확률을 0~100%까지 10% 간격으로 나눠 총 11단계로 발표하고 있다.


1,294명
기상청 소속 공무원 수. 이 중 기상 기술직 및 연구직은 964명으로 75%를 차지한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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