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심판의 날! 당신을 지켜줄 극강의 자동차

Ultimate Doomsday Vehicles

핵전쟁과 핵겨울, 세계 경제 붕괴, 좀비바이러스의 창궐.

영화 속에서는 수천 년간 이어져온 인류의 문명이 허무하게 무너진 묵시록적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만일 당신이 영화 '레지던트이블'의 주인공처럼 사회기반시설이 모두 무너지고 폭도들과 좀비들이 거리에 넘쳐나는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극한의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먹거리를 구하고 안전한 장소로의 이동권을 보장해줄 동반자를 소개한다.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그야말로 심심하면 시한부 종말론이 극성을 부린다. 올해 2012년은 더욱 심하다. 워낙 여기저기 떠들어대서 이제는 별 감흥도 없다. 그러나 파퓰러사이언스 독자라면 익히 알겠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릴 잠재적 위협은 엄연히 상존한다. 쓰나미,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핵전쟁, 소행성 충돌, 경제 대공황에 이르기까지 개연성은 다분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현재 당신의 자동차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당신과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아마도 문명이 붕괴된 세상에서 운용하기에는 심적 안정감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되는 차량들은 다르다.

움직이는 토치카 - 군용 전차
국방의 의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그렇다. 전차야말로 문명의 종말에서 당신을 구해줄 차량으로서 모든 측면에서 손색이 없다.

두터운 장갑은 폭도들의 총탄에서 완벽히 방호해줄 것이며 화생방 상황이 닥쳐도 절대적 안전이 보장된다. 또한 강력한 엔진과 무한궤도에 힘입어 어지간한 험지나 장애물은 앞길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전차포와 기관총, 연막탄 발사기 등 각종 무기들은 안전을 위협하는 적들에게 언제라도 불벼락을 안길 수 있다. 조종을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어디서 전차를 구할지가 문제지 조종은 '군대식'으로 배우면 하루에 마스터 가능한 게 전차다.

단지 이를 대가로 몇 가지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의 안락함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다. 연비도 ℓ당 수백m 정도로 최악이어서 연료를 구하지 못하면 전차는 무용지물이 된다.

좀비 대량 학살 머신 - 크루프 배거 288
어쩌면 당신은 이동 중 좀비나 폭도들에게 완전히 포위될지 모른다. 숫자가 너무 많아 차량으로도 밀고나가기 벅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일 크루프의 '배거 288(bagger 288)'은 이런 위기상황에 처한 당신을 구해줄 극강의 존재다.

정확히 말해 배거 288은 1978년 개발된 전장 220m, 전고 96m의 초대형 버킷 굴착기다. 이동속도가 시속 0.1~0.6㎞로 굼벵이가 따로 없지만 괴물 같은 모습에 걸맞게 하루에 무려 24만㎥의 흙을 퍼낼 수 있다. 축구장 면적 넓이의 땅을 30m 깊이로 파낼 수 있는 양이다. 즉 배거 288 앞에서는 아무리 많은 좀비 군단도 개미떼에 불과하다.

무시무시한 외관을 가졌지만 이는 엄연히 민간 건설장비다. 때문에 구입에는 장애가 없다. 돈만 있다면 말이다. 가격이 궁금한가? 대당 1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내 집 같은 편안함 - 왓더헬이즈앳
도대체 이게 뭐야? 맞다. 그게 이 녀석의 이름이다. 영어 'what the hell is that'을 발음 나는 대로 적은 ‘왓더헬이즈앳(wothahellizat)’은 호주의 자연 사진작가인 롭 그레이가 아내와 함께 편안히 여행하며 자연을 담기 위해 25만 달러를 들여 6륜구동 트럭을 개조해 만들었다. 일종의 DIY형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기존 캠핑카가 단칸방이라면 이 녀석은 럭셔리 콘도다. 맑은 물 980ℓ와 두 명이 한 달 이상 먹을 식량을 탑재할 수 있다. 안락함에 중점을 둬서 개조했기에 욕실, 화장실, 냉장고 등 온갖 편의시설이 구비돼 있으며 지붕에는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할 태양전지도 부착돼 있다. 이처럼 장기간 무보급 이동이 가능한 집, 아니 차량이 있다면 문명이 사라진 후에도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름이 없어도 걱정 없다! - 혼다 드림 솔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그것도 주유소에 가봤자 연료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혼다의 태양광 자동차 '드림 솔라(Dream Solar)'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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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승이라 안락함은 전차 이상으로 나쁜데다가 물건을 싣거나 동반자를 태울 수도 없지만 태양이 있는 한 기름 걱정 없이 무제한 달릴 수 있다. 연료 확보가 불가능할 때는 태양광 자동차가 '킹왕짱'이다.

그리고 드림 솔라를 포함, 아무리 느린 태양광 자동차라도 최소한 가장 빠른 좀비보다는 훨씬 빠르므로 잡아먹힐 걱정일랑 접어도 무방하다.

이동식 지구 방위 기지 - 맥시목
과거 한 시절을 풍미했던 인기 로봇 만화영화 '메칸더 V'를 기억할 것이다. 이 로봇을 출격시켰던 킹 다이아몬드호까지는 아니지만 무인항공기(UAV)와 모터사이클, 보트를 출동시킬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

발명연구소 어플라이드 마인드가 설계한 전천후·전지형 서바이벌 차량 '맥시목(MaxiMog)'이 그 주인공. 기동성과 내구성이 좋기로 유명한 벤츠의 유니목 트럭을 대대적으로 개조, 탑승자의 생존능력을 극대화해주는 이동식 탐험기지로 변신시켰다.

컴퓨터 제어식 서스펜션, 통합형 유압·전기시스템, 전용 항법·전력·조명·통신·전기광학 시스템 등을 갖췄고 차체 뒤에 거주용 트레일러를 끌고 다닐 수도 있다.

특히 트럭 내부에는 무선·인터넷 통신 기능을 부여한 BMW의 R1150 GS 모터사이클과 16㎞의 밖의 목표물 탐지가 가능한 UAV, 그리고 각종 탐지장치를 내장한 제트보트가 들어있다. 현재는 전용 무인잠수정(UUV)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한 번에 최대 465ℓ의 연료를 넣을 수 있고 주행거리는 최대 1,600㎞에 달한다. 이동식 지구 방위 기지가 따로 없다.

지뢰 따위는 무시하자 - 제너럴 다이내믹스 버팔로
문명이 사라진 뒤 이동이 가능한 차량은 그 무엇보다 귀한 물건이 될 것이 자명하다.

무장 폭도들은 이를 탈취하려 들 것이며 도로에 지뢰나 급조폭발물(IED)를 매설, 최소한 파괴라도 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럴 때는 '버팔로(Buffalo)'만큼 안심되는 차량도 없다.

버팔로는 군수기업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지뢰·매복공격방지(MRAP) 장갑차다.

전차 포탄을 막을 수준은 아니지만 IED나 소화기 사격에는 확고한 방호력을 자랑한다.

모든 거리, 모든 각도에서 발사된 7.62㎜ 탄환을 막을 수 있으며 BAE시스템즈의 LROD 철망 장갑을 추가하면 RPG-7 대전차 로켓탄도 무력화된다. 또 적외선 탐지기로 IED를 발견한 후, 로봇 팔로 제거할 수 있다. 차체 아래쪽을 V자 형태로 설계, IED를 밟고 지나가더라도 폭발력이 분산돼 피해가 최소화된다. 폭도들이 활동하는 도시 지역에서의 운용성은 오히려 전차보다 뛰어난 셈이다. 대당 1,000만 달러의 가격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멈출 수 있으면 멈춰봐! - 파라마운트 머라우더
버팔로가 성능은 '딱'인데 가격이 걸린다면 머라우더(marauder)를 추천한다. 대당 가격이 50만 달러로 버팔로의 2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방탄 성능은 버팔로와 거의 동급으로 봐도 무방하며 보조 장갑을 장착, 방호능력을 배가할 수 있다. 지뢰 방호 능력도 뛰어나 네 바퀴 모두 14㎏의 TNT 폭발을 견딜 수 있으며 차체 역시 7㎏의 TNT 폭발에 끄떡없다.

공격력이 필요하다면 차체 상부의 포탑을 옵션선택하면 된다. 또 승무원 2명 외에 8명의 승객을 더 태울 수 있어 활용성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한편 머라우더는 작년 6월 전 세계 3억5,000만명이 시청하는 영국 BBC의 자동차 프로그램 '탑 기어'에서 '멈출 수 없는 최강의 자동차'로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최종 결승에서 튼튼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험머를 만났지만 코를 납작하게 만들며 최강자의 영예를 안았다.

속도로 힘을 제압한다 - 로컬 모터스 랠리 파이터
자동차 추격전은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황폐해진 도시에서 만난 악당들이 당신을 추격해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만일 악당과 맞서 싸우기도, 그렇다고 잡히기도 싫다면 36계 줄행랑이 최고다.

'랠리 파이터(Rally Fighter)'는 바로 이처럼 속도를 통해 힘을 제압(?)할 수 있는 전천후 차량이다. 430마력급 6.2ℓ V8 엔진을 탑재했으며 도로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을 최적화할 수 있어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 모두에서 여타 차량들을 압도하는 기동력을 선사한다.

더욱이 이 차량은 고객 맞춤형 모델이다.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모든 부분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 뒷좌석을 들어내고 식량과 무기, 생존도구들을 실을 적재공간을 만들 수도 가족구성원에 따라 뒷좌석 2개를 아이용 좌석 3개로 개조할 수도 있다. 가격은 5만 달러로 앞서 언급된 차량들과 비교하면 헐값이다.

지구 종말 전용 전기차 - 아포칼립스 EV-1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LANL)의 물리학자와 캔자스주립대학 학생으로 구성된 형제가 개발 중인 '아포칼립스 EV-1(Apocalyps EV-1)'은 지구종말이 왔을 때 탈만한 차량이 아니다. 지구 종말에 대비한 아마겟돈 전용 차량이다.

2인승 4륜구동 전기차로 차체 패널이 없는 단순한 외관에서 느껴지듯 고장과 파손의 우려가 있는 부품들을 최소화했다. 전기차인지라 휘발유 걱정에서도 자유롭다. 혹여 배터리가 방전되더라도 차량 지붕의 태양전지로 충전할 수 있다. 방향지시등, 안전벨트, 헤드라이트 등 자동차의 기본은 다 갖추고 있으며 거의 모든 부품을 공구상가나 소매점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구성해 고장 및 파손 시 수리가 용이하다. 아직은 콘셉트 단계며 상용모델의 가격은 5,000~8,000달러 정도가 될 전망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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