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로 만든 체인을 예로 들어보자. 이를 톱으로 자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망치로 내리치면 간단히 부서진다. 다이아몬드는 긁힘에 강한 정도, 즉 경도(硬度)가 강할 뿐 강도는 쇠보다 약하며 질기지도 않은 탓이다.
질기다는 것은 에너지 흡수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과 같은데 질기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고무는 어떨까. 두터운 고무를 망치로 끊으려면 꽤나 애를 먹을 게 자명하다. 반면 고무는 가위에 맥없이 잘린다.
결론적으로 말해 단단하면서도 질긴 물질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단단할수록 외부에서 가해진 에너지를 흡수해 튕겨내는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단한 물질은 곧 쉽게 깨질 수 있는 물질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서는 강철도 예외가 아니다. 자전거 도난 방지용 강철 사슬이나 자물쇠는 매우 강하다. 망치로는 웬만해선 부서지지 않는다. 하지만 공구의 소재인 고탄소강에 비하면 강철은 부드러운 소재다. 따라서 쇠톱에 쉽게 잘린다. 물론 고품질 자물쇠의 경우 표면경화처리를 하기도 한다. 내부의 질긴 소재가 강한 소재에 의해 보호돼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영악한 도둑들은 표면경화처리 강철의 치명적 약점을 알고 있다. 철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물질은 저온 냉각시켰을 때 유연성을 잃는다는 게 그것이다. 설령 인장강도의 변화가 없더라도 유연성이 사라지면 질긴 성질도 반감된다.
실제로 아무리 강한 자물쇠라도 스프레이 캔, 정확히 말해 냉매 등에 많이 쓰이는 디플루오르에탄 화합물이 든 압축 스프레이를 뿌려 영하 25℃까지 냉각시키면 망치질 한방에 산산조각이 난다.
다시 말하지만 자물쇠 제조업자들이 자전거 도둑과의 전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니 자전거는 가급적 안전한 건물 내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