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바 라마난이 맥북 에어의 키보드를 클릭하자 1998년 나가노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한 미셸 콴의 영상이 재생됐다. 이 영상의 옆에는 컴퓨터가 바라본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머리, 다리, 몸통, 상박, 하박이 서로 다른 색으로 구분된 형태였다.
컴퓨터공학자인 라마난은 현재 컴퓨터에게 2차원 이미지 속의 인체를 3차원으로 인식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는 이미 흔해졌지만 인체, 그것도 특정인이 아닌 무작위의 인체를 탐지하는 것은 컴퓨터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다. 사람의 체격과 복장, 취할 수 있는 포즈와 몸의 각도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 연구자들은 수백만 장의 사람 사진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비교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컴퓨터의 판단을 돕는 방식의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라마난은 다르다. 인체의 각 부위를 별도로 찾아서 조합하여 인체 여부를 판단하는 기법을 표방한다. 일종의 각개전투인 셈이다. 이를 위해 그의 소프트웨어에는 체크리스트가 있다. 팔, 몸통, 다리 등의 순으로 존재 유무를 확인해 인간 인지를 최종 결정한다.
이 기법은 기존보다 훨씬 빠르며 프로세서가 처리해야할 업무량도 적다. 그는 자신의 알고리즘이 다방면에 응용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보행자 탐지시스템, 인체 전체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비디오게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라마단은 컴퓨터에게 상황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 즉 생각하는 법을 가르칠 계획이다.
"사람의 행동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팔다리를 인지하는 정도로는 안 됩니다. 사람 여부를 넘어서 그 사람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까지는 알아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