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지난 6월 미국 뉴욕대학의 생명윤리학자 매튜 라우 교수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할 전례 없던 방법을 제시했다. 환경에 피해를 덜 주도록 인체를 개조(?)하자는 게 그것이다.
연구팀은 부모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 수정시킨 뒤 작은 키의 유전자를 가진 수정란을 선별,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미래 세대의 체격을 줄인다면 이산화탄소(CO2) 배출 저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육류를 섭취했을 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약물을 사람들에게 주입하면 생산과 배송, 유통, 소비과정에서 막대한 CO2를 배출하는 쇠고기의 수요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자발적으로는 친환경적 생활방식을 유지할 수 없다고 여기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게 핵심 요지였다.
물론 논문 저자들도 이것이 터무니없는 발상임을 잘 안다. 사실 논문 발표의 목적도 진지한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자극을 주기 위한 의도가 더 컸다.
하지만 이들이 던진 '인간들은 뜨거워지는 지구 환경에 맞춰 자신의 몸을 개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분명 흥미로운 화두다. 그리고 이미 많은 과학자들이 인체에 인위적 조작을 가해 고온의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을 찾고 있다.
체내에서 우수한 열충격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동물들은 40℃ 이상의 고온에서도 잘 살아간다.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운동생리학자 포프 모슬리 박사팀의 열충격 단백질 연구도 그중 하나다. 온도 등의 요인에 의해 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할 때 세포에서 일시적으로 합성되는 이 단백질은 고온 환경에서 세포의 사멸을 막아주는 중요한 존재다. 도마뱀과 개미가 비교적 고온에 잘 견디는 것도 우수한 성능의 열충격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덕분이다.
실제로 사하라사막에서 사는 '사하라 은개미(Saharan silver ant)'는 체온이 50℃가 넘어도 먹이를 찾아다닌다. 현재 모슬리 박사팀은 쥐에게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을 투여하자 치명적 체온 상승 상황에서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근거, 열충격에 대한 글루타민의 작용기전을 연구하고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잭 골디 박사팀의 경우 유전자 요법을 활용한 새로운 천식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기온과 CO2 농도의 상승은 스모그의 농도 상승을 이끌고, 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져 개화 기간이 늘어나면서 폐질환 발병률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골디 박사는 인체 면역체계를 제어하는 신호전달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에 주목하고, 이의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억제하면 폐질환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1993년부터 사이토카인 차단 유전자를 쥐의 폐에 이식하는 작업을 해왔다.
"바이러스를 이용해 사이토카인 차단 유전자를 폐에 이식하는데 이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에요. 인체 면역체계가 이 바이러스를 공격하기 때문이죠. 치료법이 완성되려면 5~10년은 더 걸릴 듯합니다."
이외에도 스위스 생물의학연구소(IRB)의 안토니오 란자베치아 박사팀이 전염병에 신속히 대응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기온과 습도,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병원체 접촉 확률도 높아져 전염병의 대유행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의 백신 주사는 항체가 생성돼서 면역력을 갖기까지 수주일의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란자베치아 박사는 실험실에서 직접 항체를 생산, 주사하는 시스템을 표방한다.
"항체 주사는 지금보다 빠르고 확실한 전염병 예방책입니다. 과학자들이 어떤 항체가 필요한지만 밝혀내면 대량생산도 간단하죠."
그는 이미 쥐와 담비를 인플루엔자 A의 변종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는 항체를 발견, 대량생산하고 있으며 인간에게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임상시험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다각적 노력들은 설령 우리가 기후변화 억제에 성공하더라도 절대 그 빛이 발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의학적 진보와 마찬가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