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진 IT칼럼니스트 chuljin.park.1973@gmail.com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 것처럼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도 한계를 모르고 커지고 있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세상을 열어젖힌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3.5인치(8.9㎝)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최근에 출시된 스마트폰은 4인치(10.1)는 기본이고 5인치(12.7㎝)를 넘어 5.5인치(14㎝)에 도달해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의 후속모델로 선보인 '갤럭시 노트2'는 현존 스마트폰 중 가장 큰 14.1㎝의 화면을 자랑한다. 여기에 막강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AP)과 다기능 터치펜인 'S펜'을 장착, 처리속도와 감성까지 한껏 살렸다. 그 면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가히 스마트폰계의 끝판왕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크기와 손맛, 두 마리 토끼 포획
갤럭시 노트2는 이전 모델보다 화면 크기가 0.5㎝ 커졌지만 사용할 때 손바닥에 '착 감기는' 맛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폭이 82.95㎜에서 80.5㎜로 0.3㎜ 가량 좁아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엄지손가락으로 웬만한 조작이 가능하며 손이 작은 여성들도 부담 없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주변 지인들에게 임상시험(?)을 해본 결과,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불편 없이 한 손으로 문자를 보내는 등 화면 전체 영역을 자유롭게 터치했다.
중량은 183g으로 이전모델의 178g보다 5g 늘어났지만 차이를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또 두께가 약 0.25㎜ 얇아져 오랜 시간 사용해도 버겁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큰 화면은 동영상 감상에서 최적의 효용성을 발휘했다. 특히 화면비율이 기존의 16대 10에서 16대 9로 조정됐기 때문에 풀HD급 동영상도 잘리는 부분 없이 원본 그대로를 즐길 수 있다. 당연히 웹서핑을 하거나 메모, 전자책 등의 기능을 이용할 때에도 한결 쾌적하고 편의성 높은 환경을 제공한다.
쿼드코어 AP와 젤리빈으로 속도 'UP'
갤럭시 노트2의 또 다른 장점으로 속도를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로 4개의 처리장치가 내장된 쿼드코어를 쓴 덕분이다. 갤럭시 노트의 경우 듀얼코어 AP를 채용했었다. 산술적으로 2배의 속도 향상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다수의 앱을 동시에 띄우거나 복잡한 기능을 실행해도 항상 빠른 속도가 유지됐다. 풀HD급 고화질 동영상 역시 실행 즉시 화면에 떴으며, 재생 도중 끊어지거나 느려지는 현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실행 중인 동영상을 잠시 멈추고, 다른 기능으로 전환하기도 했는데 시간의 지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빠름의 미학은 고사양 3D 게임을 즐길 때 십분 발휘된다. 아직은 쿼드코어를 지원하는 게임 앱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아 향상된 성능을 100%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덧붙여 화면을 눌렀을 때 반응하는 터치속도와 페이지를 전환할 때의 스크롤 속도 또한 빨라졌다. 운영체제로 간택된 안드로이드 4.1(젤리빈)의 힘이다. 젤리빈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던 터치 및 스크롤 속도의 개선을 위한 기술이 적용돼 있다. 물론 반응속도 측면에서 아이폰과 맞짱을 뜰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현존하는 모든 안드로이드폰 중 가장 빠르고 부드러운 터치감을 구현했다.
파워 오브 'S펜'
갤럭시 노트2에 적용된 S펜은 압력을 무려 1,024단계로 구분해 인식한다. 직접 글씨를 써보니 제조사의 설명 그대로 화면을 세게 누르면 두껍게, 힘을 빼면 가늘고 엷게 써졌다. 그림을 그릴 때도 붓의 질감이나 명암을 더욱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기기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여실히 살렸다고 평가된다.
별도로 메모 앱을 띄우지 않아도 본체에서 S펜을 꺼내면 자동으로 S노트가 실행되기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메모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에어뷰'라는 특화 기능도 쓸 만하다. 사진앨범에서 S펜을 화면 가까이 가져다대면 모여있는 사진을 미리 볼 수 있으며 동영상 재생 시 재생 상태 영역 위에 S펜을 올리면 해당 부분의 미리보기가 나타난다.
사실 갤럭시 노트2의 가격은 100만원대가 넘는다. 내장메모리 32GB 모델이 109만원, 64GB 모델은 115만원이다. 최고사양의 데스크톱 PC 한 대 값이다. 그러나 큰 화면과 빠른속도, 다양한 기능성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장점을 쏙쏙 뽑아내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만큼 큰맘 먹고 지갑을 열어도 후회할 일은 거의 없을만한 제품이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