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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의 마지막 야심찬 비상

우주강국 대한민국의 꿈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발사체 나로호(KSLV-I)가 세 번째 마지막 도전장을 내민다. 중량 100㎏의 소형 인공위성 '나로과학위성'을 탑재하고 우주로 날아갈 나로호는 발사 후 3분 이내에 고도 100㎞에 도달하고, 7분 30여초에 목표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앞선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마지막 삼고초려에 성공한다면 그동안 인공위성 분야에 치중됐던 국내 우주개발 역사에 발사체라는 또 다른 한 축이 세워지며 우주강국을 향한 발걸음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t

현존하는 '우주클럽(Space Club)' 회원국은 전 세계를 통틀어 9개국뿐이다. 자국의 발사장에서 자국의 발사체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야만 우주클럽의 정식회원이 될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다. 나로호가 이번 3차 발사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우주클럽 멤버가 되는 영예를 차지한다.

경제적 부대 이익도 엄청나다. 산업연구원(KIET)의 분석에 따르면 나로호 발사 성공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소 1조8,000억원에서 최대 2조4,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발사체 개발에 따른 원산지 효과 및 국가 신인도 제고로 인해 제조업 전반의 수출이 8,100억원~1조3,600억원 증가하고 국가브랜드 홍보효과도 480억원~8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견됐다.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나로호가 끝내 국민적 염원을 뒤로하고 실패의 쓴잔을 들이킨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껏 막대한 자금이 소요됐고, 앞으로도 그러할 우주개발에 대해 일각에서 회의적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나로호의 성패와 상관없이 우주개발은 멈출지 않고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나로호는 지난 10월 26일 발사 예정시간을 5시간 정도 앞두고 1단 로켓과 발사대의 헬륨가스 주입부 고무링이 파손되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발사가 연기된 채 원인 분석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단순히 고무링 부품의 이상으로 결론지어지면 11월 중 발사가 재개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을 앉고 창공으로 비상할 나로호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1·2차 발사 실패의 원인

나로호 1차 발사의 실패 원인은 상단부의 노즈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발사 후 216초가 지난 시점에서 페어링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 분리돼야 했지만 한쪽만 분리되고 다른 한쪽은 남아있었던 것. 나로호 발사조사위원회는 페어링 분리 구동장치로부터 분리장치로 고전압 전류가 공급되는 과정에서 전기배선에 방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추정했다. 이로 이해 페어링 분리용 화약이 정상적으로 폭발하지 않았거나 폭발했지만 페어링 분리기구가 불완전하게 작동함으로써 기계적 끼임 현상 등이 발생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기술진은 2차 발사에서 페어링 분리 구동장치와 페어링 분리 화약장치의 연결 케이블 및 연결기기를 기존보다 방전 방지효과가 큰 제품을 채택했다. 또한 각 페어링 분리 구동장치가 양쪽 페어링의 분리화약을 모두 기폭할 수 있도록 회로를 보완하는 등 모든 잠재적 문제에 대한 개선을 꾀했다.

그러나 2차 발사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정상 발사된 것으로 보였던 나로호가 이륙 후 약 136.3초 지점에서 1차 충격이 일어난 뒤 0.3초간 데이터 전송에 이상신호가 감지됐고, 1단과 2단 연결부위에서 약 0.9초간 섬광이 발생한 것. 급기야 1차 충격 이후 약 1초가 흐른 137.3초 시점에 내부폭발에 의한 2차 충격이 확인되며 추락했다.

한·러 공동조사단은 실패 원인으로 2가지 가설을 꼽았다. 하나는 1단 추진시스템의 이상 작동에 의한 1·2단 연결부 구조물의 부분파손, 그리고 이로 인한 산화제 재순환 라인 및 공압 라인 등의 부분파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상단 비행종단시스템의 오작동이었다. 이에 이번 3차 발사에서는 페어링 분리 전압시스템 변경, 2단 비행종단시스템 화약장치 제거, 모든 고전압 장치 제거 등 발사체 전체의 신뢰도 향상시킬 철저한 개선이 이뤄졌다.

로켓도 다이어트를 한다?

연료를 모두 채운 상태에서 이륙할 때의 나로호 중량은 무려 140톤 이상이다. 이렇게 무거운 나로호가 나로과학위성을 지구 밖의 정해진 궤도에 무사히 안착시키려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치솟아 올라가야만 한다. 항우연의 설명에 의하면 위성이 분리되는 순간의 발사체 상단 속도는 초속 8㎞, 즉 시속 2만8,800㎞에 이른다. 아니 발사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발사 후 위성 배출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다는 점에서 가히 엄청난 가속능력이 요구되는 셈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주발사체는 엄청난 지구 중력을 효과적으로 탈출하기 위해 야무진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다. 단 1g이라도 중량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이 강구된다.

구체적으로 140톤이라는 나로호 중량의 대부분은 연료와 산화제, 즉 추진제가 차지하고 있다. 추진제를 제외한 나머지 구조물과 부품들은 10톤을 살짝 넘는 수준이다.

이륙 시점의 질량 대비 연소종료 시점의 질량 비율은 로켓의 성능, 즉 로켓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속도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추진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중량이 가벼울수록 잘 만들어진 로켓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순간 위성과 분리되는 로켓 상단의 경우 추진제를 제외한 구조체와 부분품의 감량이 탑재 성능의 향상과 직결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다이어트에만 집착해서도 안 된다. 감량은 발사체의 성능과 안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로호가 품고 우주로 나갈 나로과학위성의 중량은 불과 0.1톤. 중량 기준으로 나로호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1% 미만의 성공을 위해 99%의 희생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는 또 우주항공 분야가 얼마나 어려우며, 우주강국으로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거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로과학위성 인큐베이터

앞서 설명했듯 나로과학위성을 품은 채 궤도에 투입하는 임무는 상단(2단) 고체 킥모터가 맡는다.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나로호에 사용되는 고체모터는 가벼우면서도 높은 추진기관 성능, 낮은 최대 추력과 긴 연소기간, 추력 방향의 제어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항우연은 나로호의 고체모터는 기존의 기술로 제작 가능한 고체모터보다 2배 정도 긴 연소시간이 요구됐다고 설명했다. 고체모터는 기본적으로 연소된 가스의 분자량이 크고 알루미늄 같은 입자가 연소가스에 포함돼 있어 고온·고속의 연소가스가 지나는 노즐 부위의 설계와 소재 선정 및 제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항우연 연구팀은 끊임없는 연구을 거듭해 복합재 구조물에 엄격한 환경과 속도 기준을 적용, 고무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제작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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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추력방향 제어를 위해 자세 구동이 가능한 노즐을 새로 개발하는 등 당초 목표한 성능을 완벽히 구현해냈다.

특히 2단 킥모터는 발사 후 390초경 우주의 진공상태에서 점화가 이뤄지는데 이렇게 진공 환경에서 점화하는 기술은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처음 적용했다. 두 개의 점화안전장치에 전기신호가 들어가면 점화가 되도록 구성하고, 각각의 점화 안전장치를 독립적으로 임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점화안전장치 자체를 용접으로 밀봉, 진공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제작했다.

왜 2단 로켓일까?

발사체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탑재물을 목표위치에서, 목표속도로 분리해 탑재물이 계획된 우주 임무를 무사히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우주 발사체는 모두 독립적 추진기관을 갖는 2개 이상의 단(stage)으로 구성된 다단형 발사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로호와 같은 지구저궤도 발사체는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할 경우 이륙 중량 대비 궤도투입 성능에서 3단형이 가장 효율적이다. 반면 고체연료 모터만 사용한다면 액체 엔진에 비해 비추력 성능이 낮고 구조비가 높은 만큼 대부분 4단형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편 나로호는 100㎏급 소형 위성을 지구에서 가깝게는 300㎞, 멀게는 1,500㎞ 떨어진 채 공전하는 GTO에 투입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일반적으로 단의 숫자가 추가되면 개발에 필요한 엔진과 구조체, 분리 장치의 개수도 증가해 개발 기간 및 예산 증대가 불가피해진다. 분리된 각 단을 공해 등 안전한 지역에 낙하시키기 위한 추가 요구조건들도 늘어난다.

따라서 단의 숫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발사체 개발에 적용된 기술 수준, 신뢰도, 안전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이 과정을 거쳐 나로호는 2단 구조가 최적인 것으로 결정됐다.

발사 1초 전에도 중단가능

우주발사체의 발사중단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빈번하다. 우주항공 분야의 최강자인 미항공우주국(NASA)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우주발사체는 하루라도 빨리 발사하는 것보다 발사에 성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사 직전까지 어느 단계에서든 사소한 이상 징후라도 감지되면 즉각 발사를 중단하고 점검한 뒤 개선조치가 끝난 뒤 다시 발사를 시도하는 것이 상례다.

같은 맥락에서 우주발사체는 물론 항공기들도 내·외적 환경조건 모두에서 고도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담보돼야만 비행에 나선다. 지난 2010년 아이슬랜드 화산 폭발에 따른 화산재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항공대란에 빠져든 것이 그 실례다. 그만큼 준비과정과 이륙 전에 철저하고도 충분한 점검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토록 철저한 점검에도 불구하고 발사대에서 카운트다운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995년 NASA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의 경우 딱따구리가 연료탱크 단열재에 구멍을 뚫는 황당한 이유로 발사가 중단된 적도 있다. 때문에 모든 우주발사체는 언제라도 발사를 중단할 방안을 확보해 놓야야 한다.

나로호의 경우 발사 15분전부터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는데 이륙 시점까지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절차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각 단계별 준비명령을 내보내고 발사체와 지상시스템의 상태를 확인한다.

카운트다운 시작 시점은 다르지만 자동카운트다운 시스템은 해외의 발사체들에도 적용돼 있다. 아무튼 이렇게 카운트다운이 이뤄지는 동안 컴퓨터가 각 시스템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오류가 발견되면되면 자동으로 발사가 중지된다. 그것이 발사 1초 전이라도 말이다.

등유와 산소의 환상 궁합

로켓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연소시키는 연료는 크게 액체연료와 산화제로 구분된다. 국가별, 로켓별로 사용하는 연료는 다소 상이하다. 일례로 NASA의 우주왕복선은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각각 연료와 산화제로 쓴다.

나로호는 어떨까. 산화제는 액체산소로 동일하지만 연료는 등유의 일종인 케로신(kerosene)이다. 주성분은 원유에서 정유한 것으로 항공기에 이용되는 것과 유사하며 자동차 연료인 가솔린 또는 경유와는 정유조건이 조금 다르다. 발사체용 연료는 추진제이기도 하지만 연소실을 냉각하는 냉각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해 연소실의 열에 의해 열분해되거나 고형물질이 생성되면 안 된다는 등의 추가적인 조건이 요구되는 탓이다.

액체수소-액체산소, 케로신-액체산소는 발사체의 추진제로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짝꿍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이 조합도 수증기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는 남아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미래의 로켓 추진제는 지금처럼 화학적 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식에서 벗어나 태양에너지, 원자력에너지 등으로 다원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중 원자력에너지를 활용, 연료를 플라즈마로 변환시켜 추진력을 얻는 이온엔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이온엔진의 연료로는 세슘, 수은, 크세논, 크립톤, 네온, 헬륨 등이 거론되고 있다. 태양에너지와 관련해서는 태양풍 로켓엔진이 주목할만 한다. 이는 태양풍의 반동을 이용하는 것으로 태양 이외의 특별한 연료는 필요 없지만 돛단배 형태의 거대한 태양풍 반사장치가 장착돼야 한다.

헬륨 (helium) 공기보다 가벼워 풍선 등의 부양용 가스로 많이 사용되는 불활성 기체. 나로호의 경우 발사체 내부탱크의 가압과 밸브작동용 기체로 고압 헬륨가스가 쓰인다. 나로호 발사에 활용되는 다양한 고압가스 중 유일하게 발사체 내부에 저장되는데 발사가 중단될 경우 후속처리를 위한 밸브 구동용을 제외한 탱크 가압용 헬륨은 즉시 배출된다.
노즈 페어링 (nose fairing) 발사체 최상단부에 위치한 원뿔형 덮개. 덮개 속에 들어 있는 위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노즈 페어링 (nose fairing) 발사체가 특정 고도에 도달하면 분리된다.
비추력 (比推力, specific impulse) 로켓 추진제의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 추진제 1㎏이 1초 동안에 소비됐을 때의 추력을 초(second)로 표시한다.







나로과학위성 추적 메커니즘

나로호 발사의 성공 여부는 대덕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위성관제실에서 최종 확인된다. 이곳에서 나로호가 쏘아 올린 나로과학위성과의 교신을 통해 위성의 정상 작동이 확인되면 성공으로 확정되는 것이다.

나로과학위성은 목표 궤도인 303㎞ 상공에서 나로호 2단 발사체로부터 정상 분리되면 자동으로 고출력 전파 신호인 비컨(Beacon)신호를 송출하게 된다. 위성 상단부에 위치한 두 개의 S밴드(2㎓) 안테나를 이용, 15초간 신호를 송출한 뒤 45초간 멈추는 주기를 반복한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위성이 정상적으로 신호를 송출하는 상태에서 발사 후 약 12시간 뒤에 첫 번째 교신을 시도한다. 이때 교신이 이뤄지면 위성 초기화 명령을 내려 위성이 태양을 향하도록 자세를 안정시키는 한편 위성의 이상 여부, 배터리 상태, 내장 온도센서를 통한 위성 내·외부 온도 등을 점검한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위성의 태양전지패널을 전개한다. 여기서 약 180W의 전력이 공급되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 나로호 발사는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아로새기게 된다.

다만 나로과학위성의 비컨 신호를 최초로 수신하는 곳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기지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발바르 기지국은 KAIST와의 협약에 따라 발사 1시간 후부터 총 3회에 걸쳐 위성의 비컨 신호를 수신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만일 스발바르 기지와 KAIST 모두 신호를 수신하지 못하면 나로호 2단에서 위성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거나 위성이 예상궤도를 크게 벗어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때는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군(NORAD)이 공개하는 TLE(Two-Line Element) 데이터를 기다려야 한다. TLE 데이터에는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 소행성 등의 궤도 정보가 들어있다. 이렇게라도 위성의 분리 성공과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면 재 교신을 시도해 앞선 과정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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