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이 뜬다

김대한 부장은 서울에서 미국 LA지사 출장을 위해 '초고속 진공터널 열차'를 탑승한다. 해저터널을 통해 2시간 만에 LA에 도착, 미팅을 마무리하고는 오후에 프랑스 파리로 이동, 바이어와의 상담까지 끝낸다. 그리고 저녁식사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했다. 이는 공상과학 영화나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10여년 안에 친환경 녹색교통수단들이 실현시켜줄 우리 삶의 모습이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진공튜브·무선급전 초고속 열차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녹색성장의 동력원으로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의 개발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항공기의 속도에 밀려 장거리 대량 운송 분야에서 뒷방마님이 돼 버린 철도의 경우 친환경과 고속화에 포커스를 맞춘 기술혁신으로 일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홍순만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세계 각국에서 고속열차와 자기부상열차를 전면에 내세워 속도 경쟁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이들을 능가하는 초고속 운송수단들이 본격 실용화되면 국내는 물론 지구촌 전체가 1일 생활권으로 변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과학자들이 차세대 첨단열차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초고속 진공터널 열차(VacTrain)'다. 이는 내부의 공기를 빼낸 아진공(亞眞空), 즉 진공에 가까운 상태의 터널 내부에서 자기부상열차를 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레일과의 마찰력과 공기저항을 최소화함으로써 시속 1,000㎞ 이상의 속도 구현이 가능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문가들은 철도 궤도에 지름 5m 정도의 튜브(터널)를 둘러싸고, 그 내부를 아진공 상태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초고속 진공터널 열차 개발의 성패를 쥐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중국 쓰촨성 소재 서남교통대학 장야오핑 박사팀이 길이 150m의 자기부상열차를 가지고 최고 시속 1,000㎞에 육박하는 속도로 아진공 터널을 이동하는 진공터널시스템 연구에 뛰어들었으며 미국 플로리다의 ET3라는 기업도 자기부상 캡슐을 활용한 진공터널 열차 개발에 돌입했다. ET3의 진공터널 열차의 경우 기본적으로 직경 1.3m, 전장 4.8m의 원통형 캡슐과 상·하행으로 구분된 진공터널로 구성된다. 이 회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열차의 속도는 무려 시속 6,000㎞ 이상이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오는 2020년까지 직경 5m의 진공터널을 시속 700㎞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진공터널 열차를 개발하기 위해 현재 기반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김동현 박사팀은 이미 52분의 1크기의 축소 모형 열차를 활용, 진공터널에서 시속 700㎞의 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김 박사는 "진공터널의 건설비는 기존 고속철도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열차가 상용화된다면 미국이나 유럽을 지방출장 가듯 빠르고 편리하게 오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공터널 열차에 더해 무선 고속철도도 철도연이 야심차게 개발 중인 차세대 친환경 철도 기술의 하나다. 철도연은 이의 개발을 위해 KAIST 온라인전기차사업단이 확보하고 있는 비접촉 유도 급·집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전기차사업단은 세계 최초로 차량 주행과 정차 중에 무선으로 대용량의 에너지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자기공진 형상화(Shaped Magnetic Field In Resonance, SMFIR)'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격거리, 전력전달 효율, 전자파 안전성 등 상용 운행에 필요한 제반 사항의 상용성을 입증해 놓은 상태다.

이 사업단의 서인수 교수는 "비접촉 유도급전 기술은 단순히 경량 전철에만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향후 중전철과 고속 전철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며 "그 잠재적 가치와 기대 효과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무선전력 공급방식의 고속철은 레일 위를 달리는 접촉식 열차와 달리 전선과 물리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팬터그래프가 필요없기 때문에 기계적 마찰에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다. 급전과 집전은 비접촉 상태에서 정차 혹은 주행 중에 이뤄진다. 그래서 초고속 운행에 매우 용이하다.

또한 전력 공급라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에 배치되는 덕분에 미관상으로도 상당한 이점을 지닌다.


이병송 철도연 첨단추진무선급전시스템연구단 박사는 "전력 라인의 지하매설은 터널의 굴착 부피를 줄일 수 있는데다 유지·관리비와 운영비 감소가 더해져 경제성 향상 효과가 뛰어나다"며 "이 기술을 고도화해 해외 고속철도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국가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기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업그레이드 트램

트램(tram)은 도로에 부설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전동차, 즉 노면 전차(tram)를 뜻한다. 시대극에서나 등장하는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지지만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미래 교통수단의 하나로 급부상 중이다. 일반버스처럼 도로 위의 승강장에서 승·하차가 가능하다는 편의성, 지하철에 버금가는 대량 운송능력, 그리고 Next Generation Transport 무소음·무진동·무매연이라는 3무(無)를 실현할 친환경 대중교통이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60여개국 750여개 노선에서 트램이 운행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상용노선이 20여개나 된다. 이들 국가들은 교통 혼잡과 석유자원고갈 위기의 해법으로 오래 전부터 노면 전차에 주목해 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잇따라 주요 도시에 관련 노선을 개통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하철과 버스의 장점을 융합한 '바이모달 트램(Bimodal Tram)'이나 기존의 고압가선 대신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무가선 트램' 등 오늘날의 트램을 업그레이드한 차세대 트램도 등장하고 있다.

이중 바이모달 트램은 배터리와 압축천연가스(CNG)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전차다. 승객이 많은 도심에서는 도로 밑에 설치한 자기 유도식 레일을 따라 지하철처럼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승객이 적은 도시 외곽에서는 CNG를 연료로 사용해 일반 도로를 버스처럼 주행한다. 트램의 친환경성과 운송능력, 버스의 효용성을 통합한 것이다. 수송능력은 버스와 경전철의 중간 규모로 인구 30만~50만명 도시의 주요 간선교통이나 도시 간 연계교통수단으로 적합하다. 차체 바닥의 높이가 도로면에서 34㎝에 불과한 저상인 덕분에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승하차가 용이하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철도연 바이모달수송시스템연구단의 목재균 박사는 "국내에도 지난 9월부터 충청북도 오송에서 세종시까지 20㎞ 구간, 대전시 유성에서 세종시까지 17㎞ 구간에 바이모달 트램이 시범 운행되고 있다"며 "도입 비용은 입체교차로의 설치 여부에 따라 1㎞당 70~100억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무가선 트램의 경우 기존 트램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차량 위에 설치된 고압가선 대신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노면전차다. 상용 노선으로는 프랑스 니스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이 유일하지만 몇 년 전부터 많은 국가에서 관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철도연이 개발 중인 무가선 트램은 세계 최대 용량의 162kWh급 전지를 탑재, 1회 배터리 충전으로 25㎞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고압가선이 없어 도시 미관을 해치지도 않고, 제동 시 생성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재충전하는 회생제동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30%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철도연 무가선트램연구단의 곽재호 박사는 "3량에 130여개 좌석을 갖추고 있어 최대 250명을 수용한다"며 "버스 승강장처럼 보도블록만 있으면 승하차가 가능한 만큼 공간 활용성이 높고, 지하철의 10분의 1정도 비용으로도 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철도연측은 이 무가선 트램을 두 종류의 연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개발, 철로와 유가 선 구간을 모두 운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충북의 오송에서 시범운용을 통해 신뢰성과 성능 테스트를 완료하고 오는 2013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선택형 무인 개인택시

근 미래에 우리 삶을 바꿔놓을 이동수단으로 소형 무인궤도차도 빼놓을 수 없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외곽에 조성 중인 신도시 마스다르시티에서 운행을 시작한 네덜란드 기업 투겟데어(2GetThere)의 PRT(Personal Rapid Transit)가 그 대표주자다.

PRT는 최대 성인 4명과 어린이 2명이 탑승할 수 있는 택시형태의 무인자율주행 차량으로 환승이나 정차 없이 목적지까지 탑승객을 데려다 준다. 속도는 시속 40~65㎞로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무인차량이니 만큼 승객이 할 일은 거의 없다. 탑승 후 목적지 인근의 PRT 정류장을 입력하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PRT가 다 알아서 한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구동되기 때문에 친환경성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미 10대가 도입돼 월 2만5,000여명의 승객을 목적지로 논스톱 실어 나르고 있으며 2016년으로 예정된 마스다르시티의 건설이 완료되면 총 3,000대가 85개 정류장 사이를 하루 약 13만회 운행하게 된다. 투겟데어는 승객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동시간이 최대 10분을 넘지 않도록 정류장의 위치를 선별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지금은 하루 18시간 운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24시간 연중무휴 운행을 표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라북도 순천시가 가장 먼저 이러한 소형 무인궤도차의 상용화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약 610억원 정도의 사업비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에서 차량 개발은 포스코가 맡았으며 순천만과 국제습지센터를 연결하는 4.5㎞ 구간에 투입될 예정이다. 순천시는 2013년 4월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맞춰 운행을 개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 상태는 스웨덴에 시험선을 설치해 스웨덴 철도청으로부터 안전 인증을 받았고, 국토해양부로부터 시설기준과 안전검사기준 등 특별 건설 승인을 획득했다. 순천시는 무인궤도차의 운행이 본격화되면 순천만과 도심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순천만을 찾을 관광객을 도심으로 유도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팬터그래프(pantograph) 전동차(지하철)나 전기기관차 등의 집전(集電) 장치.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