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 노봉법 업은 현대차·기아 노조, 공동 투쟁 나선다…사상 최대 春鬪 위기

[노동정책 쇼크]

현대차·기아 노조, 공동투쟁 의견 모아

65세 정년 연장·주 4.5일제 도입 목표

시간당 생산성 낮은데…근로시간도 ↓

금속노조, 하청 노조에 "직교섭하라"

조선· 철강업계도 쟁의행위 '본격화'

지난해 9월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9월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노조가 10여 년 만에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연대를 통해 법정 정년을 연장하고 주4.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소속 하청노조에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냈다. 3월로 예정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노조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대규모 ‘춘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현대차·기아 노조에 따르면 이종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지부장은 최근 열린 취임식에서 강성호 기아 지부장과 만나 법적 정년 연장(만 65세)과 주4.5일제 시행을 위해 공동 투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시 이 지부장과 강 지부장은 “사회적 의제를 쟁취하기 위해 그룹사가 함께 협력해 돌파하자”는 데 공감하고 향후 제안서 마련 등 공동 투쟁을 위한 실무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개별적인 교섭을 해왔던 현대차·기아 노조가 공동 투쟁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주4.5일제와 정년 연장 등 핵심 안건이 개별 사업장 차원으로 해결하기 힘든 구조적 사안이기 때문에 힘을 합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 3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파업 대상이 확대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공동 투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 있게 된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지금까지 두 안건에 대해 사측은 경영권·인사권 침해라고 반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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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경영계는 우려하고 있다. 법정 정년 연장과 주4.5일제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청년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실제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3년 기준 44.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6.5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다. 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마저 줄이면 생산량 유지를 위해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법정 정년 연장까지 적용되면 젊은 인력을 고용하는 것도 더욱 어려워진다. 미국의 관세 등 대내외 환경 변화 대응과 로봇 등 차세대 사업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 요구가 현대차·기아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기아 노조뿐 아니라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사측에 대한 노동계 전반의 압박은 강해지고 있다. 최근 금속노조는 산하 노조에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원청 노사가 올해 교섭을 시작하기 전에 하청노조가 직접 교섭에 목소리를 내 본협상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일괄적으로 산하 노조에 직접 교섭에 참여할 것을 지시한 만큼 앞으로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현대모비스의 모듈·부품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 노조도 최근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트라스 노조가 현대모비스에 직접 교섭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아직 공문이 도착하지 않았다”며 “공문 수령 후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청 근로자에게도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 한화오션(042660)의 하청노조인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이와는 별개로 한화오션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대제철(004020) 비정규직지회도 최근 불법 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압박 움직임 속에서 경영계에서는 올 봄에 이전과 다른 규모의 ‘춘투(春鬪)’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보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해 하청, 간접 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대상이 단순 근로조건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되는데 그동안 불법 파업으로 분류됐던 주4.5일제, 정년 연장 등이 대거 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쟁의 대상에 대한 범위도 넓어지고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부담도 줄어든다”며 “하청노조까지 원청에 대한 직접 교섭 요구가 증가하면 쟁의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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