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김병수 쉐퍼드멀린 대표변호사 인터뷰

"변호사 100명이 움직이는 전문성 강한 로펌이 목표"


지난해 8월 가장 먼저 서울에 외국법자문 법률사무소를 개설한 쉐퍼드멀린(Sheppard, Mullin, Richter & Hampton)은 192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된 금융, M&A,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 로펌이다. 지난 15년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과 금융사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아왔다. 이 회사의 김병수 대표변호사를 만나 국내 시장에 대한 포부와 향후 전략을 들어봤다.

홍성민 기자 sungh@hmgp.co.kr


한국에 진출한 첫 외국계 로펌의 대표변호사다. 소감은?
많은 해외 로펌들이 법률 시장 개방과 함께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그중 가장 먼저 자격 승인을 받고, 오피스 개설까지 하게 되어 큰 영광이다. 본사차원의 노력도 있었지만, 법무부 및 유관 기관의 전폭적인 도움도 컸다. 최초이기 때문에 누리는 기쁨도 크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거는 기대와 관심도 크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오랜 미국 생활 끝에 올해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후 1992년 처음 미국에 건너갔다. MBA학위를 따고 회계법인에 입사했다가, 로스쿨 진학 쪽으로 진로를 정한 후 줄곧 금융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걸어 왔다. 쉐퍼드멀린에는 2004년에 합류해 시카고, LA, 뉴욕 지사를 거치며 법률 자문과 송무를 맡아 왔다. 한미 FTA에 따른 법률 시장 단계적 개방 조치로 외국계 로펌의 한국 내 사무소 설립이 허용되어, 2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쉐퍼드멀린의 한국사무소 설립을 이끌게 됐다.


한국사무소에서 하는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현지법에 관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공장 건설이나 M&A 등 다양한 비즈니스 플랜을 세울 때, 혹은 계약을 체결하거나 소송을 진행할 때, 그들에게 현지 법규에 입각한 명확한 법적 지원을 제공하는 일이다.


많은 대기업 법무팀들이 해외 로펌과 직접 접촉하고 있다. 이들은 굳이 서울사무소를 거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물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해외 현지 법인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로펌들과 직접 업무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화 지수가 낮은 대기업이나 대다수 중견 기업들은 국내 로펌을 통해 해외 로펌을 소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법률 시장 개방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들이다. 우리 같은 외국계 로펌이 한국에 진출함에 따라, 이들 또한 가까운 거리에서 글로벌 대기업 못지않은 외국법 자문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편의성 또한 높아졌다. 잠시 후 (인터뷰 직후) 삼성전자 사내 변호사 5~6명과 법률자문 관련 미팅을 할 예정이다. 서울사무소가 없었다면 그들은 미국에 출장을 가거나 콘퍼런스콜을 이용해야 했을 것이다.


새로운 법률 시장을 타깃으로 영미계 로펌들의 한국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쉐퍼드멀린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공정거래, 지적재산(특허), M&A,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변호사들을 갖추고 있다. 법률 문제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의 강점은 전세계 16개 사무소의 각 분야 전문변호사들이 하나의 유기체를 이뤄 분야 간 경계를 넘나드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3,000명이 넘는 변호사를 보유한 다른 초대형 로펌도 있지만, 조직체계의 문제로 인해 각 사무소 간, 각 분야 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체계적인 회사 매니지먼트와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눈에 띈다. 실제 어떤 자문이 이뤄지고 있나?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에 상영되기까지는 투자, 제작, 수입, 배급, 홍보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는 이 중 어느 한 단계에서 쉐퍼드멀린의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오늘도 클라이언트 중 하나인 '월트디즈니'사의 국내 사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이 밖에도 음악, 패션, 광고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림픽과 관련해선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있다고 자부한다. 최근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한류 콘텐츠 수출과 관련한 자문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향후 한국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송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있나?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한 로펌의 오피스가 독자적인 지위를 갖추고 전문성을 갖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면 100명 이상의 규모는 돼야 한다고 본다. 해외 법무만 다뤄선 이 정도 규모로 가기가 어렵다. 이런 전제하에 5년 뒤 법률 시장이 완전 개방된 이후 국내 변호사를 채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사무소가 미국 본사의 전진초소(outpost)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꾸려 보겠다는 게 대표로서 나의 각오다.


국내 로펌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아직까진 외국 로펌이 국내법을 다룰 수 없기 때문에 그들과 협력단계에 있다. 국내 클라이언트가 해외법무자문을 국내 로펌에 요청하면 그들이 우리에게 소개(refer)해 주고, 미국의 우리 클라이언트가 한국 내 비즈니스에서 법률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가 국내 로펌을 소개해 주는 식이다. 향후 4년여는 이런 협력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결국 본격적인 경쟁은 2017년 이후가 될 거라는 얘기로 들린다. 시장의 완전 개방 이후 토종 로펌과 해외 로펌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국내법 분야와 해외법 분야를 나누어 봐야 한다. 국내법 분야는 국내 10대 로펌의 인력구성과 네트워크가 워낙 탄탄해서 외국 로펌이 진출한다 해도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하지만 해외법 분야는 다르다. 법률자문의 특성상 시시각각 변하는 법조문과 판례를 국가별로 업데이트해야만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 로펌의 경우 외국 변호사를 직접 고용해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거미줄같은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진 글로벌 로펌의 정보력에는 쉽사리 대항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 비용이 급격히 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비용 부분은 단순히 높다, 낮다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 클라이언트가 얼마나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받느냐에 따른 효율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우리 클라이언트인 국내 모 금융 그룹의 경우, 우리에게 찾아오기 전까지 여러 로펌을 거치는 동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 계약 및 국제무역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우리 측 커티스 돔벡 Curtis Dombek 변호사가 단시간에 처방한 명확한 결론을 듣고 크게 만족했다. 결국 중요한 건 시간당 변호사 비용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 클라이언트의 법률 비용 절감에 기여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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