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무인 자동차 혁명

무인차의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통근 형태와 운수 산업, 자동차의 개념이 어떻게 혁신적으로 바뀔지 살펴보자. by Brian Dumaine

구글은 무인차가 사고 없이 30만 마일 이상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입증했다.

비록 주차 시 가벼운 접촉사고를 겪었지만 그건 오히려 사람이 타고 있을 때였다. 맞춤 제작된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GPS, 레이더, 그리고 자동차 지붕에 장착된 3D 매핑(mapping) *역주: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모델을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2차원의 이미지를 3차원의 굴곡이 있는 표면 위로 옮겨 표현하는 것 카메라의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한다. 이를 통해 신호등과 차선, 보행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업엔 구글만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2010년 비스랩 인터컨티넨탈 오토너머스 챌린지 VisLab Intercontinental Autonomous Challenge에 참가한 4대의 무인 전기 밴은 이탈리아의 파르마 Parma에서 출발해 상하이의 세계 박람회장까지 8,077마일을 주행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주는 네바다와 플로리다에 이어 세 번째로 무인차의 주행을 합법화했다(현재로서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수동으로 운전할 수 있도록 운전자가 승차해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하고 있다). 닛산은 지난 10월 2015년까지 출시될 예정인 신형 무인차 리프 Leaf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GM과 포드, 도요타, 그리고 BMW는 비슷한 모델들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교통 안전 및 보안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인 아짐 에스컨대리언 Azim Eskandarian은 "기술은 이미 개발했지만 비용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 10~15년 이내로 이런 자동차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 예견했다.

그러나 무인차의 출시가 자동차 제조업계와 보험사, 대중교통 업체, 철강 제조업체의 비즈니스와 사업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이 변화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길이 극명히 갈릴 것이다. 이 차량들은 또한 연비를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 일례로 GPS의 경우 빈 주차공간을 식별할 수 있다. MIT 미디어 연구소의 보고서는 ‘인구가 밀집된 도심지역에선 전체 가솔린 소비량의 약 40%가 자동차의 주차공간을 찾는 과정에서 낭비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인차가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믿고 있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KPMG와 자동차 연구센터 The 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의 무인차에 관한 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통근자들은 현재 자동차에서 연 250시간을 보낸다. 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동안 이 시간을 (합법적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문자를 보내는데 쓰면 어떨까? 그리고 법적 책임에서도 이점이 있다. 회식을 마친 술 취한 직원들이 자동 주행 차량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 기술은 트럭 운수업계에 큰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다. 가히 '분대'라 표현할 만큼 긴 행렬의 18륜 무인 트럭들이 서로 12인치 간격만을 유지한 채 100마일의 속도로 주간 고속도로의 특별 차선 위를 달리는 모습을 그려보자. 자동차 연구소의 리처드 월러스 Richard Wallace는 무인운전 트럭들의 연비 효율이 15~20%정도 증가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운전자가 없기 때문에 식사나 연료 문제로 멈추는 일도 없고, 밤새 에어컨이 가동되는 차내에서 자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노동력이 부족한 외딴 지역에서도 광산 업체들은 운전자 없이 거대한 트럭만으로 많은 광석을 수송할 수 있다. 실제로 광산 대기업인 리오 틴토 Rio Tinto는 정확히 이런 종류의 차량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Western Australia 주에 배치하고 있다. 더 이상 운전기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트럭 한 대당 매년 1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차량에는 이미 엔진과 브레이크, 핸들링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약 1억 개의 컴퓨터 코드가 내장되어 있다. 아울러 자가 운전 차량의 안내자 역할을 할 기능도 갖추고 있다. '차선 경고 시스템'을 작동하고 미끄러짐을 막기 위해 자동으로 브레이크와 핸들링을 제어하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raction control system)'이 그 예이다. 자동차가 점점 더 자동화 될수록,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증가될 전망이다. 구글과 인텔에는 희소식이다(인텔은 무인차 전자 기술에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무인차가 충돌사고를 일으킬 확률은 거의 없다(적어도 이론상은 그렇다). 그래서 무거운 안전 프레임이 필요 없는 자동차의 경량화를 추구할 수 있다. 이는 곧 철강 수요의 감소를 의미한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줄어듦에 따라, 업체들은 좀 더 자유롭게 자동차의 개념을 재정의할 수 있다. UC 데이비스 산하 교통 연구소 (Institute of Transportation Studies)의 설립자인 댄 스펄링 Dan Sperling은 “자동차를 바퀴 달린 사무실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무인차가 직면한 가장 큰 장애물이 변호사라는 사실은 아마도 새삼 놀랄 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좋은 소식이라면 이 기술 덕택에 연간 3만 명 이상의 고속도로 사망자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자동차 사고로 2,990억 달러를 소모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자금이 풍부한 자동차 회사와 코드 작성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야말로 운전을 하지 않는 차주들보다 변호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펄링은 "무인차는 엄청난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즉, 자동차 보험사업 구조를 통째로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사고율이 감소하고 법적 책임을 자동차 업체와 공유할수록, 운전자들이 그만큼 많은 보험에 가입할 필요성은 줄게 된다. 보험회사들이 매출 구조를 유지하려면, 자동차 업체나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방향을 바꿔야만 한다. 물론 변호사들이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인차의 대중화에는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이 진화는 실제 진행 중에 있다. 우리가 현재 타는 차에서도 작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도로 경고 시스템과 ACC(adaptive cruise control) *역주: 레이더를 이용해 선행차량 거리·속도를 계산해 차량간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마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통근 중에 차 안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인차가 업계에 미칠 4가지 파급 효과

1 트럭들은 12인치 간격으로 무리 지어 주행함으로써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다. 연비도 15~20%까지 절감할 수 있다.

2 미국인들의 연 평균 통근시간은 250시간이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한다면 그 시간을 업무에 투자할 수 있다.

3 무인차는 더 안전하기 때문에 차량에 무거운 안전 케이지를 갖출 필요가 없다. 철강 업계에겐 나쁜 소식이다.

4 보험회사들은 차 사고가 날 경우 자동차 업체, 소프트웨어 회사, 혹은 GPS 제조업체 중 누구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