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어도비의 새 클라우드 전략은 성공할까?

WILL ADOBE’S NEW CLOUD STRATEGY PAY OFF?

소프트웨어 제왕의 위험한 변신이 부정적 여론을 바꾸기 시작했다.

By Kevin Kelleher


어도비의 CEO 샨타누 나라옌 Shantanu Narayen과 12명의 경영진은 캘리포니아 카멜 밸리 Carmel Valley에 위치한 멋진 스파에 틀어박혀 있었다. 2011년 9월 초였다. 당시 그들은 회사 결속을 다지는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모두 동전을 들고 거기에 쓰인 해에 무엇을 했는지 회상해야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모두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딴전을 피웠다. 그러나 잠시 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마케팅 부문 수석 부사장 브래드 렌처 Brad Rencher는 "순식간의 일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회사의 당면 과제들에 대해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렌처는 "우리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잠시의 칩거가 끝난 후 CEO 나라옌은 어도비 30년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을 발표했다. 디지털 아티스트, 영화 제작자, 웹마스터, 콘텐츠 제작자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로 널리 알려진 어도비가 750개의 직책을 없애고 사업을 통폐합하거나 축소한다는 계획이었다. 경영진은 회사가 앞으로 디지털 마케팅 사업을 키우는 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매 후 사용하는 방식이었던 어도비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도 클라우드 기반을 통해 매달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나라옌은 "단순히 현상 유지를 바라는 기업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 극적인 변화를 두려워했다. 수익모델을 바꾸는 것이 위험했을 뿐만 아니라, 어도비가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마케팅 영역에 발을 들이려 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일은 어도비가 플래시 Flash *역주: 벡터 도형 기반의 애니메이션 저작용 소프트웨어. JPG나 GIF와 달리 간결하고 효율적이어서 전송에 최적화된다를 둘러싸고 애플과 볼썽 사나운 공방을 벌인 후 일어났다. 어도비가 싸움에서 진 후 3주 동안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주가가 15%나 폭락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어도비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내년에는 긍정적인 결과도 예상된다. 애널리스트들이 나라옌의 계획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지난 1년간 주가가 34% 급등했다. 사용료 수수 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2013년까지는 이익이 줄어든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더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 코웬 앤드 코 Cowen & Co.의 애널리스트 피터 골드마허 Peter Goldmacher는 "사용료 기반 서비스로 바꾸는 것은 기준 가격을 낮추는 영리하고 신중한 방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상자에 '수축 포장'된 소프트웨어(shrink wrapped, boxed software)가 한창 잘 팔릴 때 크게 성장한 어도비는 기술업계의 지형 변화에 대처하려는 회사들의 표본이 되어왔다. 다른 대기업들처럼 어도비도 새롭게 떠오르는 클라우드, 휴대용 기기, 소셜 네트워크, 고도로 표적화된 온라인 광고에 대처해야 한다. 또한 변신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 회사들과 맞붙어야 한다. 특히 생산성 소프트웨어에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디지털 마케팅에선 IBM과 구글 같은 가장 긴밀한 협력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케빈 린치 Kevin Lynch와 나라옌은 연간 약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어도비의 가장 중요한 사업 '크리에이티브 수트 Creative Suite'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핵심 제품인 크리에이티브 수트는 포토샵, 아크로뱃, 잡지 출판용 프로그램 인디자인 등 16개나 되는 프로그램들을 묶어서 판매한다. 크리에이티브 수트의 라이선스 가격은 최대 2,600달러이고 대개 18개월마다 공급되는 업그레이드 가격은 1,400달러이다. 지난해 초 어도비는 똑같은 제품군을 인터넷으로 사용하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Creative Cloud를 공개했다. 구글, 드롭박스 같은 좀 더 젊은 회사들의 소프트웨어처럼 클라우드를 통해 문서를 저장·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용자가 돈을 그만 내면 접근이 차단되는 이 소프트웨어의 사용료는 한 달에 20~50달러 정도다.

렉서스를 살만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차를 빌려 쓰듯이, 어도비는 가격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수트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를 바라고 있다. 어도비는 2012년 말까지 32만 5,000명의 유료 사용자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회사 측은 매주 1만 1,000명의 신규 회원이 가입하고 있으며, 사용 또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어도비는 최근 기업용 버전을 출시했다. 이전 제품과 비교했을 때 사용자당 평균 매출은 전반적으로 20% 상승했다. 어도비는 매출이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론 클라우드 고객들에게 지원 서비스, 웹 호스팅, 서버 관리 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도비의 첫 번째 계획은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디지털 마케팅에 진출하는 두 번째 계획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듯하다. 이 계획은 2009년 유타 주에 있는 웹 분석 회사 옴니처 Omniture를 18억 달러에 인수한 데서 출발했다.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인수계약에 대해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나라옌은 고객들이 언젠가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구글 검색광고 실시간 입찰, 페이스북의 프로필을 이용한 맞춤형 디스플레이 광고, 트래픽을 많이 사용하는 트윗이나 블로그 포스트 분석, 판매를 촉진하는 사이트 디자인을 찾기 위한 사이트 디자인 테스트 등 다양한 일을 포괄한다.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나라옌은 옴니처 인수 이후 8억 달러를 들여 웹사이트 콘텐츠 관리 기업 데이 소프트웨어 Day Software, 맞춤형 광고 기업 뎀덱스 Demdex, 검색·소셜 미디어 광고 거래 기업 에피션트 프런티어 Efficient Frontier, 실시간 재생 동영상에 광고를 넣는 오디튜드 Auditude를 인수했다.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마케팅에 큰 비중을 둘 것이다. 가트너 Gartner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IT부문 예산은 4.7% 증가한 반면 마케팅 예산은 9% 올랐다. 어도비는 마케팅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판매함으로써 이런 성장세에 편승해 이익을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익스페디아 Expedia가 어도비의 마케팅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익스페디아는 소셜 미디어 광고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페이스북 팔로어 수를 750%나 늘렸다. 영화 대여업체 레드박스 Redbox는 어도비 제품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비디오 무인대여점을 알려주는 모바일 앱을 디자인했다. 소더비 Sotheby는 고객들이 아이패드용 카탈로그에서 어떤 경매 물건에 가장 관심을 갖는지 추적하고 있다. 소더비의 전략적 글로벌 마케팅 부문 수석 부사장 에이미 토드 미들턴 Amy Todd Middleton은 예전엔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만 어도비 제품들이 사용됐지만 지금은 훨씬 더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도비가 추진하는 두 계획 모두 벌써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은 어도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으로 연간 20%의 매출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2012년 1월부터 9개월 동안만 7억 6,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디지털 마케팅 매출이 전체 회사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코웬 앤드 코의 분석에 따르면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수트 저작권 침해 때문에 매년 10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 하지만 새로운 클라우드 방식으로 바뀌면 저작권 침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도비가 마케팅 부문을 키우려면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구글 등 자금이 풍부한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모두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훨씬 경험이 많은 기업들이다. 또한 박스형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바꾸는 것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실 그래서 어도비의 상황은 아직 불확실하다. 애널리스트 골드마허는 "다음 해에도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나라옌과 린치는 더한 일도 있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도비가 2년 전 애플 CEO 스티브 잡스와 벌인 유명한 말싸움을 떠올려보라. 잡스는 널리 쓰이는 어도비의 플래시를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지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저없이 공개적으로 플래시 기술을 비난했다. 어도비는 결국 싸움에서 패했고, 지난해 모바일 브라우저용 플래시 개발을 중단하고 애플과 구글이 주장하는 오픈 소스 *역주: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도록 일종의 프로그래밍 '설계지도‘' 소스코드를 무료 공개·배포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HTML5*역주: 웹 문서를 만들기 위한 기본 프로그래밍 언어인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의 최신규격 웹 기준를 채택함으로써 이 논쟁을 종식하려 했다. 포레스터 Forrester의 애널리스트 제프리 해먼드 Jeffrey Hammond는 이에 대해 "애플과의 싸움에서 어도비가 세게 한방 맞고 교훈을 얻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11년 11월 어도비는 플래시 이후의 전략과 디지털 마케팅 및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 집중한다는 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물론 플래시 뉴스가 야단법석을 떨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어도비의 미래는 그 날 발표한 다른 계획들과 직결될 전망이다. 나라옌은 소프트웨어가 변하듯이 어도비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어도비는 앞으로 사업 성장으로 이를 보여줘야 한다.


NEW SOFTWARE, OLD TRICKS 새로운 소프트웨어, 오래된 방식
전통적인 패키지 소프트웨어 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도비는 먼저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토샵닷컴 같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경영자들이 바란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오진 못했다. CTO 케빈 린치는 크리에이티브 수트 전체를 클라우드로 옮기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직원들은 반대했다. 그래서 린치는 주요 매니저들 40명을 모아 설득했다. 매니저들은 차례대로 이 비전을 동료들에게 설득하는 임무를 수행했고, 그 결과 전 직원 1만 명이 계획을 알게 되었다. 린치는 "결국 추진력이 생겼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어도비의 선지자들

샨타누 나라옌, 사장 겸 CEO
나라옌은 2007년 CEO에 취임한 이후 2009년 18억 달러에 옴니처를 사들이는 등 기업 인수 작업을 이끌었다. 그 후 디지털 마케팅 회사들을 매입하는 데 8억 달러를 썼다.

케빈 린치, CTO
린치는 2005년 어도비가 34억 달러에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할 때 어도비에 합류했다. 2008년 CTO에 오른 후 정면 대결을 감수하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협력사들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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