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강력범죄 예방 종결자 : 지능형 CCTV

I KNOW WHAT YOU WILL DO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 범죄 현장. 주위를 둘러보는 경찰들의 눈에 CCTV가 들어온다.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영상 판독에 들어가지만 해상도가 너무 낮아 누가 범인이지고, 누가 피해자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이처럼 현재의 방범용 CCTV들은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능형 CCTV라면 얘기가 다르다. 비명소리로 치한을, 행동만으로 납치범을 구분해 경찰을 출동시킨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최근 흉악범들의 범죄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그중 많은 영상들이 흐릿하기 그지없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어렵다. TV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도 '뭐야, 아무것도 안보이잖아'하며 눈을 돌려버리게 된다. 현 방범용 CCTV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범죄 못 막는 범죄예방장비

해상도가 낮아 영상정보를 알아볼 수 없거나 빛이 없는 밤에는 얼굴 식별이 불가능한 CCTV, 그리고 범죄 현장이 아닌 다른 방향을 촬영하고 있는 CCTV 등 수사관들이라면 한번쯤 이 같은 상황에 맥이 빠졌던 경험을 갖고 있다. 실제로 기존 CCTV는 야간이나 눈, 비, 안개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매우 취약해 범죄 상황 발생 시의 효율적 대처가 어렵다.

설령 CCTV에 문제가 없더라도 그 영상은 사고 발생 전 예방보다는 범인검거와 같은 사후처리에 활용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수사기관의 모니터링 인력이 적은 탓이다. 이런 가운데 자기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유괴, 납치 등의 강력범죄는 나날이 증가하며 사회적 이슈가 된지 오래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이 난제를 풀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돌입,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안전측정센터 최만용 박사 연구팀의 '지능형 보안상황 인지·대응 시스템'이 바로 그 주인공.

24시간 범죄예방과 범인추적을 가능케 해줄 이 시스템은 국가·사회적 문제해결 연구과제(NAP)로 선정돼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연구 형태로 진행 중이다. NAP는 국가가 고민하는 경제·사회적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가 2008년부터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보유 중인 인프라에 기반해 녹색·에너지, 국가재난, 국민건강 등의 분야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융복합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최 박사팀은 고성능 다중센서를 이용해 이동 중이거나 정지해 있는 물체를 검출·추적하는 기술을 담당한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표정 등 인간의 행동을 분석해 범죄상황을 인식하는 기술을,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이상 행동을 추출하고 비교하는 생체인식 및 네거티브 심리인식 기술을 개발해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보안상황 인지 대응 시스템은 크게 적외선 열화상탐지, 행태인식, 영상처리, 음향 음성인식, 침입탐지, 안면 표정 인식 등의 기술로 구성된다. 일례로 어두운 밤 낯선 남성이 여성에게 접근해 납치하려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음향센서가 여성의 비명소리를 감지, 소리가 난 방향을 추적해 CCTV 관제실에 자동 통보한다. 그러면 관제실에서는 경찰을 출동시키는 한편 적외선 열화상탐지 기능을 갖춘 사고현장 인근의 지능형 감시카메라를 활용해 범죄자가 검거될 때까지 집중 추적하게 된다.

최 박사는 "계획 범죄는 범죄자의 행동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며 "그 행태를 사전 분석해 신뢰성 높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으면 동일한 행동패턴이 감지됐을 때 즉각 대응함으써 범죄를 사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이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정보 수집 대상은 얼굴 표정이나 눈빛, 음성 패턴 등 생체인식과 관련된 것들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사후처리 아닌 사전예방

그렇다. 연구팀은 시각과 청각, 촉각 정보를 감지할 수 있는 고감도 센서로 CCTV에 지능을 부여,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한다. 사고 발생 후 범인검거를 위한 증거자료로 주로 쓰이는 사후약방문 수준의 CCTV를 환골탈태시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예방 능력을 이식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선 상당한 기술적 과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영상 기반 감시시스템은 소수의 인력이 모니터에 전송된 영상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범죄 행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범죄가 일어날 것을 예측하기 힘들다. 한 명이 담당하는 모니터의 숫자가 너무 많아 즉각적이고 능동적인 대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 연구에 의하면 모니터링 요원이 영상을 감시한 지 12분 뒤에는 사건 발생 인식 실패율이 45%에 이르고, 22분이 지나면 95%까지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을 대신해 끊임없이 상황을 관찰·분석하면서 위험상황을 스스로 감지, 보안요원에게 알려줄 지능형 보안시스템의 존재가 시급한 것이다.

최 박사는 "지능형 보안 감시를 위해서는 감시 영역에서 일어나는 의심스러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고화질의 주·야간 영상, 열영상, 음향, 광센서 등 기존의 기술들을 유기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센서융합기술 개발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실시간 보안시스템을 개발하려면 각 센싱 요소들의 성능을 향상하면서 방대한 정보의 계산·통신·저장 등에 관한 최적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센싱한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밖에도 범죄자 식별과 범죄 의도를 사전 탐지할 수 있도록 홍채인식, 표정에 나타난 감정변화 등에서의 기술적 진보가 요구된다.

관련기사



최 박사는 "올해 납치와 폭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비명소리, 표정 등에 대한 정확한 범죄 패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안양시청과 시범 운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보안 상황인지 기반 사전예측 시스템은 아직까지는 본격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다. 그러나 몇몇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상용 도입이 임박해 있으며, 향후 5년 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막대한 시장형성이 예견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영상보안 및 지능형 시스템 장비 시장 규모는 200억 달러 이상으로 연간 15?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오는 2020년에는 5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 박사는 "이 시장의 단 1%만 점유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최소 2억 달러의 경제성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기술 개발이 성공리에 완료되면 원천요소기술을 모듈화해 보안뿐만 아니라 교통, 군사, 환경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큰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CCTV
앞으로 등장할 CCTV는 스스로 범죄상황을 감지, 피해자가 발생하기전 범죄를 원천봉쇄할 것이다.

미세 증거물 활용 과학수사 분석기술

지능형 감시시스템과 맞물려 과학수사 분석기술도 최 박사팀 연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뉴스 등을 통해 범죄수법이 자세히 공개되면서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 박사는 "범죄 현장에서 유전자 감식이 가능한 증거물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초동수사에서부터 사건 현장에 남아있는 미세증거물 등에 과학수사 기법을 도입해야 범죄 해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팀은 현장에 떨어져 있던 미세한 섬유 조각, 피해자에게서 나온 작은 유리조각 등 미세 증거물의 동일성 검증 기술과 사후 경과시간 분석기술을 개발 중이다. 미세 증거물 표면 분석, 동위원소 및 미량원소 화학지문 분석 등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분석하기 어려웠던 이러한 미세 증거물들의 분석이 가능해지면 범죄를 해결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존하는 거짓말 탐지기법의 고도화도 중점 연구 대상의 하나다. 뇌질환성 범죄 판정, 거짓말과 기억 왜곡 탐지 등의 뇌기능 분석기술이 여기에 속한다. 이외에 과학수사용 생화학 지표, 휴대형 현장 감식 분석키트 등 법생물학적 분석기술 개발 계획도 세워 놓은 상태다.

최 박사는 "선진국들은 정부가 주도해 유전자 감식, 미세 증거물·마약·독극물 등의 분석 기술을 개발해 수사에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 또한 이 분야에 더 많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 박사팀과 공동연구를 수행 중인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만삭의 의사 부인 의문사 사건은 이런 과학수사 분석기법의 중요성이 대중들에게 인식된 좋은 사례라고 설명한다.

"당시 남편이 범인이라는 심증과 정황증거가 있었지만 사망시간에 대한 정보가 부족에 유·무죄 판단의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어요. 국내 사후 경과시간 판정 기술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죠. 연구를 통해 다양한 과학수사 분석기법이 새로 개발되고, 정밀성이 고도화되면 범인 색출 능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리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CCTV 보안관

신원을 알 수 없는 중년의 남성이 초등학생을 납치할 목적으로 학교주변을 배회한다. 하지만 납치는커녕 납치대상을 물색하기도 전에 경찰이 나타나 검거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그려진 미래범죄예측시스템을 방불케 하는 이런 CCTV 범죄감시시스템이 국내에서 설치·운용될 예정이다. 바로 행정안전부의 '지능형 관제서비스 시범사업'을 통해서다. 지능형 관제란 촬영 중인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특정인의 특정 행동을 인식하거나 차량번호를 자동 감지 등의 지능기술을 CCTV 관제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어린이의 안전과 관련된 위험상황이나 수배·체납 차량을 인식해 즉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이번 시범사업의 양대 핵심골자다.

먼저 '어린이 안전성 위해(危害) 자동감지 서비스'가 노원구 소재 7개 초등학교 주변과 공원 등에 설치된 40대의 CCTV에 시범 적용된다. 이 CCTV들은 향후 영상 패턴을 분석해 교내 침입, 배회, 폭력 등 9개 상황의 자동 감지 기능을 갖게 되는데 상황이 감지되면 관제센터에 경고메시지가 송출되기 때문에 즉각 경찰·학교 등의 관계기관에 알려 사건 발생 이전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문제차량 자동감지 서비스'의 경우 서울시 관악구의 생활도로 공용주차장 등에 설치된 CCTV 111대에 적용된다. CCTV가 차량의 번호판을 자동 인식한 뒤 경찰 및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수배 또는 체납 등록된 차량 여부를 확인하는 것. 이 또한 문제차량으로 확인되면 관제센터의 경고메시지 송출과 관계기관에 통보가 이뤄진다. 특히 차량이 이동 중일 때는 관제센터가 주변의 CCTV를 동원해 이동경로를 예상·추적하며 실시간 정보를 관계기관과 공유, 현장검거를 돕게 된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